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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60달러 돌파…사우디·러 '오월동주'에 세계경제 '꿈틀'

등록 2017-10-30 11:49:00   최종수정 2017-10-31 09: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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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며칠 전 시베리아 티바 지역에서 휴가 중 낚시를 마친 뒤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은 5일 크렘린궁이 배포했다. 2017.8.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영국산 브렌트유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른바 '스윗 스팟(sweet spot)’으로 통하는 배럴당 60달러선을 돌파했다. '스윗 스팟'은 민간의 소비, 기업의 투자를 해치지 않으면서 경제 성장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최적의 유가 수준을 의미한다.

 미국의 마켓워치(Market Watch), 월스트리트저널(WSJ),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등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 12월 인도물은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올 들어 지난 6월21일 배럴당 43.51달러로 바닥을 쳤다. 이어 ▲7월3일 48.01달러 ▲8월1일 49.57달러 ▲9월1일 48.54달러 ▲10월 2일 50.90달러 ▲10월 24일 52.47달러 ▲10월27일 53.90달러를 기록했다. 유가는 지난 9일 49.93달러를 찍은 뒤 50달러선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산 브렌트유 12월 인도물은 배럴당 60달러의 벽을 뛰어넘었다.  런던 국제상품거래소(ICE)에서 지난 6월21일 배럴당 45.94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7월3일 50.57달러  ▲8월1일 52.11달러 ▲9월1일 52.79달러  ▲10월2일 56.12달러로 올랐다. 또 지난 24일 현재 배럴당 58.33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27일 60.43달러로 상승했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국제 유가의 기준 지표로 통한다.

영국산 브렌트유, 미국산 서부텍사유(WTI)를 비롯한 국제유가는 올들어 지난 6월 말 이후 추세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60달러가 주목을 받는 데는 이 수준이 이른바 ‘스윗 스팟’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스윗 스팟은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 등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성장을 뒷받침하는 유가수준을 의미한다. 유가가 급락하면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를 떨어뜨리고 디플레(물가하락)를 부추길 수 있다. 반면 유가가 크게 오르면 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를 위축시켜 감속 성장을 부를 수 있다.

국제유가는 앞서 작년 11월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결정 직후 10%가까이 급등했지만, 올해 상반기 이러한 상승 동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특히 올해 5월 26일 OPEC이 7월부터 내년 3월까지 감산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유가(브렌트유)가 합의 당일 오히려 1%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 유가가 OPEC의 감산합의 이후에도 좀처럼 상승 탄력을 받지 못해온 이면에는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국가들이 쏟아내는 셰일 오일 물량이 한몫을 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가 꿈틀거리면 어김없이 풀리며 상승폭을 억제해온 셰일 오일은 세계 원유시장에 만성적 공급 초과를 부른 주요 원인으로 거론돼 왔다.
 
시들하던 국제 유가가 올해 6월 말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하는 데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 경제는 미약하지만 여전히 초장기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확장국면은 지난 2009년 9월을 바닥으로 지난달까지 무려 99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연준은 오는 12월 올 들어 3번째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19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로존 경제도 올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존은 올해 경기 회복의 온기가 회원국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며, 지난 2분기 0.7%(전분기 대비)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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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왼쪽)가 6일 모스크바에 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국왕과 악수하고 있다. 2017. 10. 6.
사우디와 러시아가 탄탄한 유가 공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기름 값을 떠받치는 또 다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두 나라는 작년 11월에 이어 올해 5월에도 OPEC회동에 앞서 사전 조율을 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감산 타결을 주도했다. 감산에 따른 이해가 엇갈리는 회원국, 비 회원국들을 이끌며 이러한 합의를 유지하는 데도 양국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동에서 세력을 다퉈온 양국 공조는 복잡한 속사정을 반영한다. 러시아는 시아파 국가인 시리아, 이란을 지지하고 있으며, 수니파의 맹주인 사우디는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다. 이런 두 나라가 오월동주(吳越同舟)하는 이면에는 말못할 고충이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다. 지지율이 여전히 80%에 육박하고 있지만, 지난 2014년 이후 지속된 저유가로 경제가 좋지 않은 점이 부담이다.

  사우디도 절박하기는 마찬가지다. '저유가 쇼크'에 휘청여온 이 중동국가가 전통적인 점유율 확대 정책을 포기하고 지난해 11월에 이어 올해 5월 또 다시 감산에 합의한 데도 이러한 요인이 주효했다. 국가 재정의 80%를 원유 수입에 의존해온 사우디는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자 지난 2016년 초 이후 730억 달러(약 82조원)를 차입했다. 또 사상 첫 국제 채권 발행을 위해 미국과 유럽을 오가는 로드쇼를 펼쳐왔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사우디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79달러(약 8만8740원) 수준은 유지해야 빚을 내지 않고 나라 살림살이를 꾸려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 상장을 앞둔 것도 또 다른 변수다.

 지정학적 불안요인들도 안정적 원유수급을 위협하는 또 다른 변수로 꼽힌다. 이란, 이라크,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5개 나라는 대표적인 '뇌관'으로 통한다. 베네수엘라는 원유생산량이 꾸준히 뒷걸음질치고 있으며, 수주 안에 디폴트(채무불이행)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 중남미 국가의 국영석유기업인 페트로레오스(PdVSA)는 지난 2014년 6월 이후 저유가가 길어지며 설비 유지보수조차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원유 생산량이 앞으로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유가가 꾸준히 60달러선을 유지할 지는 미지수다.  최대 걸림돌은 미국을 비롯한 북미 지역의 ‘셰일 오일’이다. 미국의 셰일 오일 업체들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어김없이 생산물량을 늘리며 유가 상승세에 재를 뿌려왔다. 사우디가 시아파 국가의 맹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을 언제까지 감산 합의에 묶어둘 수 있을 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국제석유트레이딩사 군보르의 데이비드 파이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산유국들이 감산 노력을 내년까지 연장해도 산유국 카르텔 외부 국가들의 생산량이 가격 상승세를 붙잡아둘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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