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현빈 "변장할때마다 목소리도 바꿨다"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반듯한 현빈이 '사기꾼'으로 돌아온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범죄 영화 ’꾼’(감독 장창원)의 주인공 ‘황지성’으로 변신했다. '꾼'은 ‘11월 한국 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통한다. 현빈 때문이다. 지난 1월 액션 영화 ‘공조’(감독 김성훈)로 약 780만 관객을 모으며 티켓파워를 장전한 그의 신작이어서 기대감이 치솟고 있다. 13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현빈은 담담했다. 오히려 그는 “영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며 "새로운 작품을 관객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설레임을 보였다. 영화는 사기꾼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황지성’(현빈)과 검사 ‘박희수’(유지태)가 손잡고 4조원대 '금융 피라미드 사기'극을 벌인 뒤 해외 도피한 ‘장두칠’(허성태)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나는 사기꾼 위에 타고 가는 사기꾼’을 보여주기 위해 현빈은 다양한 얼굴 모습으로 변장해가며 여러 모습을 연기한다. 얼굴뿐만 아니다. 각각의 모습에 알맞은 목소리, 움직임 등으로 극 중 상대를 속이는 캐릭터다. 현빈의 ‘일인다역’급 변신이 이 작품에서 절대적이다. 그만큼 어려웠을 연기다. 현빈도 이를 애써 감추지 않았다 “(전작)‘공조’보다 액션 신은 많지 않았다. 훨씬 편했다. 하지만 변장에 능숙한 지성을 연기해야 하니 특수 분장에 공을 많이 들여야 했다. 변장할 때마다 목소리도 바꿨다. 특히 장두칠의 오른팔 ‘곽승건’(박성웅)을 만저는 신에서는 특수분장은 하지 않았으나 말투나 행동 등으로 사업가처럼 보이려 했다.”
사기꾼 캐릭터인 만큼 지성은 언변도 화려하다. ‘공조’의 북한 형사 ‘임철령’이나 그보다 앞선 2014년 사극 ‘역린’(감독 이재규)의 ‘정조’와 180도 다르다 현빈은 “그간의 절제된 캐릭터들과 달리 지성은 대사도 많았다”며 “유연한 말솜씨로 상대방을 속이는 역할이다 보니 어떤 곳에서는 대사에 무게를 주고, 어떤 곳에서는 흘려보내는 등 대사를 갖고 어떻게 표현할까를 많이 고심했다”고 털어놓았다. 기존과 전혀 다른 캐릭터를 표현하는데 크게 공을 들였음을 가늠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실에서 사기 자체가 반전이듯 이 영화 역시 반전의 연속이다. 관객이 숨 돌릴 틈도 없이 몰아친다. 관객이 이를 눈치챈다면 재미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현빈도 이 점을 유념했다. “사실 이 작품은 힘들거나 어려운 것은 특별히 없었다. 그 대신 고민이 많았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반전인데 (관객을)어떻게 속여야 할지 고민했다. 촬영할 때는 아무런 판단도 할 수 없으니 특수분장이나 다른 것들, 변주를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지속해서 생각했다.” 멀티캐스팅 영화가 생명력을 얻기 위해서는 각 캐릭터가 살아 숨 쉬어야 한다. 이 점을 잘 아는 현빈은 욕심을 버렸다. 영화에는 현빈을 비롯해 유지태, 배성우, 박성웅, 안세하 등 요즘 충무로에서 잘 나가는 배우들을 모아놓았다. 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나나도 가세했다. “‘꾼’ 안에서 제가 지성을 표현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것 중 하나는 ‘계획을 짜고, 판을 벌이는 인물이지만 절대로 튀면 안 된다’였다.” “돋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제가 튀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상황에 잘 묻어 나오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마음은 지성과 대립각을 세우는 박희수로 나온 유지태와의 연기 대결에서 극대화했다. “극 자체가 지성과 희수의 대립 구도다. 지태 선배에게 밀리고, 안 밀리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저는 그 상황에만 충실해지려 했다.” 영화는 이준익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장창원 감독의 데뷔작이다. 톱스타로서 신인 감독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불안하지 않았을까. 현빈은 “아니다. 전혀 없었다”면서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컸다”고 전했다. 이어 “작품을 선택할 때 1차 고려 대상은 무조건 시나리오다.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인지를 보고, 관객이나 시청자가 재미있게 볼 것 같다고 판단하면 선택한다”면서 “요즘 제가 영화만 하고 TV 드라마를 안 한다고 아쉬워하시는 분이 많은데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다. 영화 시나리오가 더 눈에 들어왔다”고 말해 이번 작품 역시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음을 내비쳤다. 현빈은 장 감독에게 애정과 존경심도 드러냈다. “감독님이 직접 쓴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다.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농도 조절을 해가며 연기했다. 감독님도 배우들에게 많은 공간을 열어주셨다. 리허설할 때 배우들과 주고받은 것들을 시도해보려고 하시면서도 중심을 꽉 잡고 계셨다. 하고 싶은 얘기가 명확히 있었기에 흔들린 적도 없다.” 이 영화는 2008년 투자자 3만여 명에게 4조원을 가로채 중국으로 도피한 ‘조희팔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지난해 12월 개봉해 약 715만 관객을 모은 이병헌·강동원·김우빈의 ‘마스터’(감독 조의석)와 여러모로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현빈은 “조희팔 모티브 영화는 많다. 다만 소재는 비슷할 수 있어도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해결 방식,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조 등이 모두 다르다”면서 “우리 영화에는 소소한 반전부터 큰 반전까지 다 있다. 시나리오를 택할 때 그런 부분을 재밌게 봤다”며 ‘관람 포인트’도 제시했다.
꾼이 개봉하는 주간에는 벤 애플랙·갤 가돗의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저스티스 리그’(감독 잭 스나이더)가 개봉한다. 일주일여 차이라 맞대결은 피했지만, 경쟁은 불가피해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현빈은 불안해하기보다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공조’ 때 ‘더 킹’과 붙었다. 같은 날 개봉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윈윈했다. 관객이 어느 영화를 선택하든 극장에 많이 오셔서 가능했다. 이번에도 다른 작품들로 인해 관객이 극장에 많아지면 우리 영화에도 좋지 않을까?” 그런 반응은 작품에 자신 있을 때 나오는 것인데 자신 있는 것같다고 반문하자 현빈은 말 대신 빙긋 웃어보였다. “영화 꾼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가 아니다. ‘공조’처럼 머리를 비우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다. 수능을 끝낸 수험생 여러분, 머리 식히러 우리 영화 꼭 보러 오세요. 하하"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