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셰프' 김지영 대표, "대기업 간편식과는 다르다"…집밥의 호텔급 진화
최근 대기업을 필두로 식품업계에서 거센 바람이 불고 있는 가정간편식(HMR) 시장에서 다소 색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이 있다. '셰프가 만들어내는 미식의 행복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을 앞세운 파인다이닝 밀키트 딜리버리 서비스인 '비셰프(BECHEF)'다. 말 그대로 집에서 셰프가 돼보라는 뜻이다.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비셰프 사무실에서 김지영 대표를 만났다. 김 대표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에서 마케팅 업무 등을 해오다 이 같은 온라인 서비스를 기획하면서 회사를 설립했으며 지난해 시범판매 기간을 거쳐 올해 초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비셰프의 개념은 어렵지 않다. 호텔 요리사급 셰프들이 특정 요리를 위한 재료들을 손질한 뒤 사진이 담긴 친절한 레시피와 함께 고객들에게 배달하는 서비스다. 이를 받은 고객들은 집에서 재료를 뜯고 레시피 순서대로 차례로 조리만 하면 된다. 이미 손질이 다 끝난 터라 거의 가열하는 정도의 단계를 거치면 고급 레스토랑급 음식을 손수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특히 집에서 손님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중국집 배달음식이나 치킨 등보다 좀 더 특별한 요리를 제공하고 싶을 때 고를 만한 메뉴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가격은 주로 1만∼3만원대이지만 대부분 2인분의 양이 제공되는 점을 감안하면 비싸다고 보긴 어렵다.
이미 미국 등에도 이 같은 '밀키트(Meal Kit) 딜리버리' 서비스는 활성화돼있다. 매출 1조원 규모의 상장사인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일부 다른 밀키트 서비스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재료를 통째로 넣거나 정량대로 잘라서 제공하는 정도의 서비스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비셰프처럼 셰프들이 직접 사전단계의 요리까지 마친 뒤 제공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창업기업인만큼 HMR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공세가 두려울 만도 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오히려 전체 HMR 시장이 확대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 비셰프의 서비스는 커지는 시장 속의 틈새인 니치마켓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들이 오히려 우리 서비스에 대한 니즈를 끌어낸다고 생각합니다. 그쪽(대기업 제품들)은 비닐 까서 끓여먹으면 끝이잖아요. 하지만 우리 제품은 첨가제도 안 들어간 고급 메뉴인데다 살짝 플레이팅을 하는 재미 등도 맛볼 수 있죠." 식품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요리가 아니라 일일이 요리사의 손길을 거친 차원이 다른 요리라는 얘기다. 벤처기업 인증 등을 마쳤지만 창업기업인만큼 초기 자금 부분은 아무래도 부담되지 않을 수가 없다. 식품회사와 레스토랑을 합친 개념인만큼 충분한 설비를 갖추는 것은 기본인데다 핵심 인력이 셰프들이어서 인건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서비스의 특성상 당연히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특히 풀무원의 유기농브랜드인 올가홀푸드 매장에서 다음달부터 제품을 판매하기로 한데다 이마트몰에 마련되는 '비셰프 전문관'과 온라인푸드마켓인 마켓컬리 등을 통해서도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채널에 우리 상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산 무항생제 제품을 다루는 풀무원과 거래하기로 한 점은 우리 요리가 믿을 수 있다는 부분"이라고 자부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서양식 요리 외에 일반 한식 요리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또 궁극에는 비셰프라는 온라인 공간이 오너셰프를 꿈꾸는 셰프들에게 자신의 요리를 선보일 수 있는 하나의 테스트베드가 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나중에는 비셰프가 요리사들이 모이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도록 했으면 해요. 셰프들이 자기 식당을 갖는 것이 꿈이지만 차리면 대다수가 망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이런 점을 감안해 비셰프를 통해 온라인에서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거죠."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