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부터' vs '일괄전환'…서울교통공사 정규직화 막판 진통
【서울=뉴시스】임재희 기자 = 무기계약직 전면 정규직화를 추진중인 서울교통공사 노사가 '전환 시기'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의를 무기한 중단했다. 공사 측은 근무기간 3년 경과자부터 '순차 전환'하는 방안을, 노조 측은 올 7월 서울시 발표대로 내년 1월1일 '전원 전환' 방침을 각각 고수하고 있다. 전체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의 전환 대상자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몰려 있는 서울교통공사 노사 논의에 관심이 쏠린다. 26일 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에 따르면 사측은 전환시기에 대해 "2018년 1월1일부터 근무기간 3년이 지난 직원부터 매월 순차 전환한다"고 명시했다. 대신 일한 지 3년이 안된 무기계약직 노동자에겐 직무교육과 직무역량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날 기준 서울교통공사 무기계약직 1317명(안전업무직 868명·일반업무직 449명) 가운데 내년 즉시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21.3%인 28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78.7%는 2019년 56명, 2020년 735명, 2021년 246명 등 2~4년 더 무기계약직으로 일해야 정규직이 될 수 있다. 사측은 "조직의 안정을 위해 일반직과 무기업무직 구성원 간 갈등 최소화하는 것이 기본원칙"이라고 순차 전환 제시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정규직들은 공개채용 과정상 높은 경쟁률과 필기시험 유무 등을 이유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합리적인 차이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애초 제시했던 하위 직급(8급) 신설 방안을 철회하면서 7급 임용 조건으로 근무기간 경과를 내걸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갈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노조 측은 무기계약직 전원을 내년 7급(서울교통공사 정규직 최하위 직급)으로 임용하는 대신 6급 근속승진 기간을 기존 정규직보다 3년 늦추자는 안을 내놨다. 박원순 시장이 공언한 대로 일괄 정규직화를 추진하되 승진 유예로 차이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이호영 서울지하철노조 교육선전실장은 "무기계약직 사이에서 '내년 지방선거 이후 상황이 달라지면 정규직화 방침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며 "전환 시기 문제는 9월 첫 협의 때 노사가 이견 없이 합의했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사측이 '말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그 배경으로 예산 제약을 꼽는다. 이 실장은 "무기계약직 인건비로 한 해 420억원가량이 들어가는데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금이든 복지든 처우개선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면서 "시가 재원 대책 없이 무기계약직 인건비 범위 내에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토록 해 순차 전환 방안이 나온 것 아니냐"고 했다. 서울시는 8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 2단계 발전 계획'에서 공사의 전환 대상자가 1147명일 때 처우개선 소요 예산을 69억7100만원으로 잡았다. 공사 3개 노조는 이 부분을 이유로 23일 기자회견에서 시에 "무책임한 희망고문을 멈추고 직접 해결하라"며 예산 지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출연기관과 달리 서울교통공사 등 투자기관엔 시가 인건비를 지원할 수 없다. 박경환 시 노동정책담당관은 "인건비 증가로 불이익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겠다"며 "현재 투자기관 경영평가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