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취미 1위' 낚시 붐에 찬물···"가족부터 말려"
낚싯배 전복 대형 사고에 도시 어부들 주춤 업계 "한창 물 올랐는데 낚시 인기 시들라" 짜릿한 '손맛'에 안전수칙 나 몰라라 다반사 정원초과·음주···낚싯배 사고 2년 전보다 7.6배 【서울=뉴시스】이예슬 기자 = #낚시가 취미인 회사원 강모(34)씨는 요즘 낚시를 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느라 고역이다. 며칠 전 인천 영흥도에서 낚싯배가 전복됐다는 뉴스를 접한 강씨의 어머니는 "2주 전 네가 갔다온 곳이 아니냐"며 "낚싯대를 다 갖다 버리라"고 성화를 냈다. 강씨는 "어머니가 '낚시를 정 하고 싶으면 실내 낚시터나 가라'고 하시더라"며 "우리 회사에도 최근 '도시어부'라는 TV프로그램을 보고 낚시 붐이 일어 장비를 산 직원들이 많은데 사고 이후 대부분 나 같이 가족들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일 인천 영흥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낚싯배 전복 사고로 15명이 사망하면서 낚시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와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고가 한창 붐이 일고 있는 낚시 유행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낚시 관련 안전 사고가 한 두번이 아닌 만큼 베테랑 낚시꾼들에겐 큰 타격이 없지만 최근에야 낚시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젊은 동호인들이 낚시를 멀리하게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최근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의 '주례 여행 동향 및 계획'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숙박여행의 목적을 묻는 응답에 낚시를 꼽은 이가 40%로 가장 많았다. 국민 스포츠라 불리는 등산(31%)을 큰 차이로 제쳐 '국민 취미 1위'로 등극한 셈이다. 그 동안 낚시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30대 젊은이들도 낚시를 선호하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방송의 위력도 무시할 수 없다. 낚시광 연예인들이 출연한 지상파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낚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일으키는가 하면, 지난 9월 첫 방송된 채널A '도시어부'를 보고 바다 낚시에 매력을 느낀 이들이 초보 낚시꾼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갯바위와 캠핑의 합성어인 '갯핑'도 유행하고 있다. 갯바위 근처에 텐트를 쳐놓고 풍경을 감상하면서 낚은 고기로 회를 치고 고기를 굽는 방식의 여행이다. 이처럼 낚시 인기가 높아지는 상황이었지만 일부 동호인들은 주변인들의 만류와 더불어 스스로도 안전이 염려돼 낚시 일정을 취소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번 주말 5박6일 일정으로 친구와 함께 목포와 제주를 여행하기로 한 직장인 오모(34)씨는 제주에서 하기로 한 선상낚시 계획을 취소했다. 오씨는 "하필 사고 뉴스를 동행할 친구와 같이 봤는데 두 사람 모두 '우리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족들에게는 보통 낚시가는 것을 비밀로 하는데 이 일정을 아는 지인들이 말려서 낚시 계획은 접었다"고 털어놨다. 바다는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인데도 '손맛'에 정신이 팔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안전 수칙을 위반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 된다고 고백하는 낚시꾼들도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낚시꾼은 "사실 갯바위나 테트라포드 낚시도 미끄러지거나 물고기가 힘에 세 바다로 딸려들어갈 수 있기 안전을 위해 부력이 있는 낚시조끼를 꼭 입어야 한다"면서 "막상 낚시를 하다보면 불편해서 벗어버리거나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며 안일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여럿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풍광이 멋져 소주 한 두잔 하다보면 취할 때도 있는데 이 경우 충분히 사고가 일어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무사안일주의는 특정 개인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이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낚시어선 불법행위 적발 건수는 지난해 854건으로 2014년 112건보다 7.6배나 폭증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금지구역에서 낚시를 한 경우가 57건으로 가장 많았고 출·입항 미신고 49건, 정원초과 40건, 미신고 영업 49건, 정원초과 40건, 음주운항 4건으로 나타났다. 단속 자체가 느슨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일어난 불법 행위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전관리교육이 충분치 못한데다 안전기준 위반에 대한 처벌도 미약해 안전불감증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낚시업계에서는 특히 어가소득이 감소하면서 관광객들을 모아 낚시어선을 띄우는 것을 주수입원으로 삼는 일부 어민들이 무리하게 출항을 결정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기, 충청 등 대부분의 지자체는 지난 번 돌고래호 전복 사고 이후 낚시어선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해 일출 전에는 배를 띄우지 못하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인천은 여전히 일출 전에도 출항을 허가하기 때문에 새벽부터 일찍 해상 낚시를 즐기려는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영흥도로 배를 띄우는 경기 화성시의 한 낚시업자는 "낚싯배와 급유선 중 어느 쪽 과실이 더 큰가를 가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가 뜬 후에 낚싯배가 출항했다면 먼 거리에서도 식별 가능해 최소한 추돌사고는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출항 시간을 제한하면 업자들 입장에서는 손해지만 돈 보다는 안전을 더 우선시하하는 게 맞다"며 "지자체마다 출항 시간에 대한 조례 규정이 다르니 낚시꾼들은 일출 전 출항이 가능한 지역으로 몰릴 수 밖에 없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위험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