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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앓는 직장인]회사만 가면…불안장애·무기력증 빈발

등록 2018-01-04 14:19:11   최종수정 2018-01-16 09: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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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특정사실과 관련없음.
잡코리아 작년조사 10명중 8명 회사우울증
 '꾀병'-'정신병환자 취급'에 말꺼내기 힘들어
 연차따라 '번아웃증후군·범불안장애·우울증' 시달려
 우울감 누구나 경험…2주이상 지속되면 치료통해 업무강도 줄여야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 2013년 입사한 이후 한 중소기업에서 5년째 근무중인 대리 김모(33)씨는 요즘 매일 매일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이 든다. 지긋지긋한 만성피로와 두통, 요통에 이어 급기야는 신경성 위염으로 최근에 병원 응급실까지 갔다. 잠을 자도 피로가 가시질 않고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져 불만이 쌓인다. 신입사원때의 열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아직 30대이지만 속은 텅빈 것 같고 일과 자신,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부장 박모(50)씨. 박씨는 아무도 모르게 1년째 우울증 약을 복용하며 정신과 의사에게 한달에 1번씩 상담을 받고 있다. 한번 상담을 받을때마다 비용만 1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나 상담을 받고 나면 비용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 마음속 우울감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이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박씨는 정년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을지 두려움이 엄습해 올 때면 다시 우울해진다. 회사 임원에게 불려가 혼날에는 의사의 주의에도 폭주를 하고 자제력을 잃는다.

#. 이전보다 규모가 큰 회사로 이직한 이모(39)과장. 요즘 새벽 3시만 되면 눈이 저절로 떠진다. 잠이 깬후 이 과장은 잠을 꼬박 설친다. 오늘 하루 부장에게 지적받았던 일을 떠올리기도 하고 내일은 어떤 업무가 자신에게 떨어질까 걱정이 앞선다. 혹여 일을 못하면 경력자로서 자신에 대한 평가와 평판이 좋지 않을까 낭떠러지 끝에 서 있는 기분이다. 막상 회사에 가면 밤에 잠을 못자 근무시간에 집중하기도 어렵고 기분이 좋아졌다가 화가났다가 감정기복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널을 뛴다.

 "미래 사회로 갈수록 가장 중요한 삶의 가치는 행복이다."

 법륜스님은 미래 사회로 갈수록 잘 사는 나라의 기준이 '물질지수'가 아닌 '행복지수'로 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행복지수는 낮아 보인다. 최근 박 부장과 이 과장, 김 대리처럼 번아웃증후군과 우울증, 범불안증 등 마음의 병(病)으로 혼자 끙끙 앓는 직장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남녀 직장인 635명을 대상으로 회사 우울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남성 76.3%, 여성 88.2% 등 직장인 10명중 8명(82%)이 회사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우울증은 일종의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속 얘기와 고민을 회사 상사와 동료들에게 털어놓을 경우 자칫 일을 하기 싫어한다는 '꾀병'으로 오인받거나 정신병 환자로 취급받을 수 있어 말을 꺼내기도 힘든 분위기다.

 먼저 의욕적으로 직장 일에 몰두하는 1~5년차 직장인들이 많이 겪게 되는 정신질환은 '번아웃증후군'이다.

 번아웃증후군이란 '불태워 없어진다'라는 뜻의 '소진(燒盡)'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이 과장과 같이 중간관리자들이 겪는 '범불안장애'는 뚜렷한 원인을 모른채 지나친 긴장감을 계속해서 느끼게 되는 증상을 말한다. 불안장애 유형중 하나로 일정한 수준의 불안한 감정을 계속해 느끼고 과도하게 걱정이 많아지거나 긴장 상태가 지속된다.

 범불안장애는 윗사람과 아랫사람 모두를 챙겨야 하고 혹시나 생길지도 모를 문제에 늘 대비하고 있어야 하는 중간관리자들이 많이 걸린다. 아랫사람이 일으킨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윗사람의 입맛에도 맞춰야 하는 고충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계속되면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증가하게 된다. 코르티솔의 영향으로 신체대사가 불균형해지고 복부비만, 고지혈증, 심혈관계 질환으로 이어진다. 지속되는 불안감 때문에 폭식을 하거나 술, 약물 등에 의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박 부장이 앓는 우울증은 중년이후 가장 많이 발생한다. 가정과 회사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 많은 중년남성들의 과도한 부담감과 책임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사회와 가정의 소통단절 등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되면서 발생하는 것이다. 40대이후부터 남성호르몬이 떨어지면서 세로토닌 분비가 함께 감소해 우울증이 쉽게 유발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인식 때문에 남성은 슬픔이나 상처 등을 내보이게 되면 유약하다거나 무능력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를 스스로 감춰야 해서 남성 우울증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여성보다 남성우울증 환자의 자살률이 2배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는 우울증 환자는 오히려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적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현철 교수는 "번아웃증후군이나 우울증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라며 "누구나 우울감을 경험하곤 하지만 우울증은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고 보통 2주이상 지속된다는 점에서 구별이 된다. 치료를 통해 힘든 기간과 강도를 줄여 일상생활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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