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서 건진 그림...곽덕준 '살을 에는 듯한 시선'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는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일작가 곽덕준(81) 개인전을 10일 개막한다. '1960년대 회화 – 살을 에는 듯한 시선'을 타이틀로 회화 20점 소묘 34점을 선보인다. 갤러리현대에서 3년만의 전시다. 곽덕준 화백이 젊은시절 병상에서 일어나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1960년대의 초기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다. 1964년부터 1969년까지 제작한 회화와 소묘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여준다. 그는 23세에 결핵을 앓고 한 쪽 폐를 잘라내는 대수술을 받고 3년간의 생사를 넘나드는 긴 투병생활을 했다. 이후 살아가는 수단으로 선택한게 그림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돌아온 나는 물욕에 의지하는 대신 나라는 존재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는 인생의 증표를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었다." 투병 기간 동안 병실의 침대 위에서 근처의 집들 자연의 풍경을 스케치한 소묘는 60년대의 회화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당시의 그림은 젊은 날의 격투의 흔적이자, 우울함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내면과 마주해야 했던 어두운 청춘의 상징이다. 작품은 바위 같이 단단한 표면은 마치 태고의 동굴 벽화를 연상시킨다. 합판 위 석고와 호분으로 두꺼운 층의 요철을 만들어 채색하고, 목공용 본드로 코팅한 후 못으로 무수한 선을 긁어내기를 반복했다. 자신에게 남겨진 신체적 트라우마와 태생적 딜레마가 뒤섞인 심상의 풍경이 구현된 작가 특유의 화면 속 해학적으로 그려진 인간의 형상들에는 고독감, 얽매임과 동시에 강한 생명력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재일교포인 곽덕준은 ‘이중의 정체성’이라는 영원한 숙제가 따라다닌다. 1937년 일본 교토 출신으로 제2차 세계대전 종결 후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따라 일본 국적이 박탈되어 이민족으로 분류되었다. 결국 작가는 한국과 일본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영원한 이방인'이 되었다.
이번 전시는 평생토록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살아온 곽덕준만의 분노와 체념이 뒤섞인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표현이자 삶의 성찰이 발현된 결과물이다. 표정을 알 수 없는 얼굴과 무수히 등장하는 눈,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 수 없는 시선으로 가득 찬 작품들은 마치 사회로부터 쫓기듯 살아온 작가 자신을 반영하는 듯 하다. 곽덕준의 작품은 확고하게 자리 잡은 관념들의 절대성을 무너뜨리는 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어 왔다. 하나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작가의 작업은 회화에서 설치, 퍼포먼스, 영상, 사진, 판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전을 기점으로 국내에서 유명세를 탔다.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교토 국립근대미술관, 후쿠오카현립미술관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2월18일까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