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차 어디까지 왔나]수소차, 전기차 뛰어넘을까
수소차 1회 충전으로 590km 주행, 전기차에 앞서 기술 국산화·백금 경량화로 4000만원대 실구매가 달리는 공기청정기…연간 성인 2명 마시는 공기정화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최근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수소전기차'(FCEV) 시대가 성큼 다가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수소는 지구에서 가장 가볍고 가장 풍부한 원소로 지천으로 널려 있는 물에서도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고 산소(O)나 탄소(C) 등과 결합된 형태로 있어 에너지원으로 쓰려면 또다른 에너지를 사용해 분리해 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소차가 기술적 어려움이나 경제성을 넘어, 조만간 대세로 자리잡아 갈 수 있을까? 이미 급속히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는 전기차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전기차 이후의 다음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심모원려(深謀遠慮)전략인가? 궁금한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수소차의 대중화는 현대차가 선도하고 있어 더욱 관심이 쏠린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초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차세대 수소차 '넥쏘'의 차명과 기술력을 공개한데 이어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넥쏘를 국제무대에 선보이고 올해 3월 국내 출시에 나설 예정이다. 현대차는 넥쏘의 연간 판매목표를 3000대로 잡고 있다. 2013년 첫 출시 당시 1억5000만원(투싼 수소차)에 달했던 출고가도 6000만원대(보조금 포함시 40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쯤 되면 현대차가 수소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고급 전기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수소차는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어느쪽이 옳을지는 시장이 평가할 일이다. 미래 친환경차의 주도권을 놓고 전기차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수소차의 현주소를 들여다 본다. ◇수소차 구동원리는? 5분 충전에 590km 달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통해 차량 내에서 자체 생산된 전기를 통해 모터를 구동해 주행하는 자동차다. 전기차가 충전된 2차전지에서 전기를 얻는 반면 수소전기차는 전기를 자체 생산해 동력원을 얻는다. 3분이면 FCEV에 연료를 주입할 수 있어 충전에 시간이 걸리는 전기차보다 편리하다. 수소차는 수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해 구동력을 얻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의 핵심부품인 '엔진'이 없다. 대신 연료전지 스택(stack), 모터, 배터리, 수소탱크 등이 탑재된다. 차량 내의 수소탱트에 저장된 수소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으로 이동한 후 외부에서 유입된 산소와 만나 화학반응을 하며 전기를 생산한다. 이렇게 발생된 전기는 모터와 배터리로 공급, 차의 동력이 된다. 연료전지 스택은 FCEV의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고가의 핵심부품이다. 촉매로 희귀하고 비싼 백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연료전지 스택은 수백개의 막전극접합체(MEA)를 횡방향으로 쌓아 올린 연료전지 본체로, 각각의 MEA는 이온을 이동시키는 전해질막을 가운데 두고 연료극(음극)과 공기극(양극)이 양옆으로 포개져 있다. 2002년까지는 연료전지 스택당 백금 사용량이 200g에 육박했지만 기술력의 진보로 최근에는 11g 수준으로 줄면서 가격 부담이 낮아졌다. 현대차 넥쏘는 1회 충전(5분)에 590km를 갈수 있다. 연료전지시스템 압력 가변 제어 기술을 통해 차량의 최대 출력 163마력(PS)을 달성해 동급 내연기관차와 동등한 성능을 확보했다. 또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시스템의 핵심기술인 막전극접합체(MEA)와 금속분리판 기술을 독자 개발, 기술을 국산화시키며 가격경쟁력도 갖췄다. 전기화학적 반응을 하는 연료전지의 특성상 추운 지방에서의 시동성을 확보하는데도 공을 들였다. 넥쏘는 영하 30도에서도 시동이 걸린다. ◇달리는 공기청정기…미세먼지 대안될까 수소전기차는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차량으로, 공기 정화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환경오염을 막기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혹 수소차가 위험하다는 시각을 갖는 사람들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수소차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사람들이 흔히 수소폭탄을 연상하는데 수소폭탄은 수소와는 실질적 관계가 없는 삼중수소를 핵분열을 통해 작동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만약 사고가 나서 연료탱크에 불이 붙는다고 해도 수소차의 경우 불길이 빠르게 하늘로 올라간 후 사그라지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실제 폭발 우려는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화학업체, 수소생산 경쟁력있어" 수소는 다양한 원재료와 방식을 통해 제조할 수 있다. 천연가스, LPG, 나프타 등의 탄화수소로부터 수소를 제조하는 수증기 개질법을 비롯해 중질유나 석탄을 이용한 부분산화법 등이 실용화돼 있다. 물을 전기분해해도 수소를 얻을 수 있다. 전세계 수소 생산량은 연간 6500만t 규모로, 대부분 천연가스를 이용해 생산된다. 국내에서는 연간 190만t이 생산돼 이중 14%가 판매된다. 한국(현대)과 일본(도요타, 닛산)은 고압수소탱크에 의한 수소저장기술을 주로 채택해왔다. 설계와 사용이 손쉽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낮은 수소 저장 밀도가 단점이다. BMW 와 GM은 -253도까지 온도를 낮춰 수소를 기체가 아닌 액체상태로 저장하는 방법을 채택했다. 영하 253℃에서 액화되는 수소는 기체에 비해 약 800배의 저장밀도와 10배의 운송효율을 갖는다. 자동차의 경우 액체수소를 사용하면 훨씬 더 멀리 갈 수 있고 수소탱크 공간도 적어진다. 하지만 비용이 매우 높다는 것이 문제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는 1세대 기술인 고압 기체수소 연료 탱크를 탑재하고 있지만 점차 3세대 기술인 고압 액화수소탱크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규봉 신영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출시할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에는 대부분 3세대 기술이 탑재된 고압액화수소 탱크를 채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관련 기술의 개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는 "한국은 전통적인 정유화학 강국으로 정유화학 인프라 및 생산설비가 충분하다"며 "국내 정유화학 업체의 기술력과 설비는 수소생산에 충분한 경쟁력이 있어 향후 내연기관차가 감소로 석유 수요가 줄면 수소에너지 판매로 새 사업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