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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대연정 협상 타결 임박…남은 쟁점은?

등록 2018-02-0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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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가 11일(현지시간) 대연정 협상을 위해 베를린에 위치한 사회민주당 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은 이날 닷새 간의 대연정 협상을 마무리 한다. 2018.01.11
【서울=뉴시스】독일의 정부구성의 향방을 가를 운명의 날이 임박했다. 지난해 9월24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약 133일 만이다.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과 녹색당, 자유민주당과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을 시도했으나 협상 단계에서 수 차례 고배를 마신 메르켈 총리는 이제 좌파 사회민주당(SPD)과의 대연정 본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월 26일부터 공식적인 회담을 시작한 대연정 본협상의 결과는 늦어도 이번 주 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독일 정부구성의 미래에 독일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최대 걸림돌 ‘난민가족 재결합’…일단 합의점 찾아

 CDU·CSU 연합과 SPD 간 가장 큰 의견차를 보였던 난민 문제는 일단 합의점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난민 가족 재결합에 월별 상한을 1000가족으로 두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초 예비협상에서 약속한 것과 같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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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 대표가 7일(현지시간) 대연정 협상 시작에 앞선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사회민주당은 이날부터 닷새 간 대연정 협상을 진행한다. 메르켈 총리는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며 "매우 신속하고 집중적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18.01.07
독일 정부는 유럽법에 근거해 자국 정착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본국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판단되는 난민에 대해 ‘차위 보호(subsidiary protection)’ 상태를 부여한다. 주로 시리아 출신 난민에 적용되며 본국의 가족을 독일로 데려오는 것이 금지 돼 있다. 이는 오는 7월31일 만료되는 조치다.

 마르틴 슐츠 SPD 대표는 “인도주의적 이유로 예외가 적용돼 재결합하는 난민 가족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매달 1000개 이상의 난민 가족이 상봉하게 되는 것”이라며 SPD의 승리를 주장했다.

 에바 회글 SPD 부대표 역시 “오는 8월1일자로 차위 보호 상태에 놓인 난민도 다시 가족과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은 독일 내 상태와 관계없이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2일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진행된 회담에서 연방정부가 교육 빛 보육에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협상에 참여한 안드레아스 쇼이어 CSU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직 정책 부문에 큰 견해차가 남아 있지만 교육에 관한 합의는 확보했다"며 "우리는 끝까지 논쟁의 여지가 있는 수많은 쟁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득세·의료보험 등 여전한 쟁점…최대 변수는 SPD 전 당원 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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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오른쪽)와 마르틴 슐츠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2013년 12월 19일 브뤼셀의 유럽연합(EU) 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당시 슐츠는 유럽의회 의장이었다. 2017.11.27.
이 외에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0일 밤 열린 메르켈 총리와 슐츠 대표, 호르스트 제호퍼 CSU 대표 간 회담에서 이들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55%로 줄이기로 했다.

 슐츠 대표는 이날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유럽의 정책 수준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며 “탈세 및 저임금 부문에서 치열한 논의를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CDU·CSU 연합과 SPD는 소득세, 의료보험 등 문제에서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앞선 예비협상에서 이들은 세금의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합의했다. 소득세의 최고 과세 구간 세율을 현행 42%에서 45%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SPD가 한 수 접고 들어간 셈이다.

 이와 함께 연대세를 점진적으로 낮추기로 뜻을 모았다. 연대세는 상대적으로 낙후한 옛 동독 지역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1991년 도입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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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의회 회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2017.11.22.
건강보험과 관련해서는 CDU·CSU 연합이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건강 보험 기여금을 동일하게 하라는 SPD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뉜 건강보험을 통합하자는 SPD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건에 따른 의견 대립보다 더 큰 변수는 SPD 전체 당원 44만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6일로 예정돼 있는 전당원 투표다. 최대 3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SPD는 대의원 600명에게 대연정 논의 시작 찬반을 묻고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했다. 당내에는 정치색이 흐려진다는 이유로 CDU·CSU 연합과의 대연정 구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강경 좌파도 존재한다.

 그러나 독일 공영방송 ZDF가 2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연정 협상에 대한 SPD 내 지지율이 증가하고 있어 긍정적인 결과가 전망된다. 지난달 47%가 지지한다고 답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60%가 지지 의사를 표했다. 반대는 51%에서 39%로 하락했다.

 슐츠 대표는 지난달 29일에 독일 ARD TV와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우리(협상대표단)가 과제를 받았고 나는 SPD의 44만명 당원을 납득시킬 합의를 해야 한다”며 “우리는 타협할 준비가 돼 있고 메르켈 총리 측의 양보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협상 결렬되면?…독일,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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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3당 연정구성에 실패한 뒤인 20일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대통령관저인 벨뷰 궁으로 들어가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4개월 전까지 메르켈 총리 밑에서 외무장관 직을 맡았다. 2017. 11. 19.  
진행 중인 본협상은 사실상 메르켈 총리가 연정을 구성할 수 있는 마지막 시도인 셈이다. 주요 정책상 차이점과 정당 간 불신을 극복해 대연정 협상이 성사된다면 오는 3월~4월 사이 대연정을 꾸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협상이 결렬되면 조기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

 협상이 타결돼 대연정을 꾸린다고 해도 ‘세계 최강의 여성’으로 불렸던 메르켈 총리가 이전의 권위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서는 CDU·CSU 연합과 SPD의 대연정이 독일 뿐 아니라 EU를 선도하는 국가로서 유럽대륙이 직면한 주요 과제를 해결할 힘을 갖추지 못한 '패배자 연합(losers coalition)'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 대학의 정치전문가 카를-루돌프 코르테는 공영방송 ZDF에 “실제로 이 ‘대연정’이라는 것은 지난 9월 총선 이후 의회 의석의 겨우 53%를 획득한 소규모 연합일 뿐”이라며 “메르켈 총리의 전임 정부가 80%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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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새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결렬됐음을 밝히고 있다. 2017.11.20.
지난 총선에서 CDU·CSU 연합은 33%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SPD는 20.5%를 득표했다.

 독일 언론 슈피겔 역시 메르켈 총리가 주도하는 대연정을 ‘구석기 연합(paleo-coalition)’이라고 칭하며 “정치 공룡들의 구시대적인 연합으로 새로운 피를 수혈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특히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더욱 부상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AfD는 지난 총선에서 최종 득표율 12.6%를 기록하며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2013년 창당 이래 최초로 득표율 5%를 넘어서며 연방 의회에 진출했다.

 드레스덴기술대학의 베르너 파트첼트 교수는 “(대연정 협상에)새로운 시도는 없었다”며 “AfD가 힘을 받을 수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선거에서 성공을 거둔 극우 세력은 곧 메르켈 총리의 사임을 촉구할 것”이라며 지난 2015년 이후 기록적인 난민 유입으로 민심을 잃은 메르켈 총리의 처지를 우려했다.

 조인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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