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국제일반

[르포]동일본 대지진 7년...후쿠시마 원전에 가다<下>

등록 2018-02-20 06:01:00   최종수정 2018-03-05 09:35:38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후쿠시마=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어업협동조합 직원들이 14일 방사능 모니터링 검사를 위해 이날 잡은 생선들을 분류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어획량은 지진 전의 10%수준
야생 민물고기·산나물에선 방사능 기준치 넘기도
WTO 한일 수산물 분쟁, 이달 중 최종보고서 나와

【후쿠시마=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후쿠시마 어민 중 지진 후에 고기잡이 그만두겠다는 사람 거의 없다. 대부분 천업으로 알고 살아온 사람들이라 바다로 완전히 돌아갈 때만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어획량이 지진 전의 10%에 불과하지만 100%로 돌아가는게 우리의 목표다”

 14일 오나하마(小名浜)항에서 만난 요시다 카즈노리(吉田和則) 이와키(いわき)어업협동조합 이사가 한 말이다. 오나하마항은 후쿠시마(福島)현 최대의 항구도시다. 지진 전과 같은 수준의 조업을 하기 위해 어민들이 국가보다 더 나서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의 방사능 수치를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는 그에게서 결기마저 느껴졌다.

 후쿠시마 하면 아직까지도 방사능이란 단어가 바로 튀어나올만큼 후쿠시마발 방사능 공포는 현재진행형이다. 방사성 물질을 머금은 오염수가 누출되면서 무엇보다 수산물에 대한 걱정이 많다. 우리 정부는 2013년에 후쿠시마 등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기자가  가장 알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사케와 함께 복숭아와 명태를 먹어도 되냐는 것이었다. 후쿠시마는 유수의 사케 품평회에서 상을 휩쓴 양조장들이 많은 지역이고, 복숭아 산지로도 유명하다. 사케, 복숭아에 비하면 덜 유명하지만 겨울 명태도 맛있다.

 일본에 살고 있는 기자에게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생활에 직접 영향을 준다. 슈퍼에서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오이나 토마토를 심심치않게 보고, 술집에서도 후쿠시마산 사케를 자주 추천 받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후쿠시마산을 수입 금지했지만 기자뿐만 아니라 지난해 연간 700만 명을 돌파한 일본 방문 한국인들이 후쿠시마산 농수산물로 만든 음식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

 요시다 이사는 “매일 잡는 생선의 모든 어종은 바로 모니터링 검사에 들어간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정한 100μ㏜(마이크로시버트)의 절반인 50μ㏜을 기준으로 정하고 이를 넘으면 어민들 스스로 물고기를 폐기한다며 2015년 4월부터 잡은 수산물 중 국가 기준인 100μ㏜로을 넘은 경우는 제로라고 덧붙였다. 사실상 2015년부터 잡은 물고기들은 먹어도 괜찮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정부는 농어, 감성돔 등 10종류의 생선 출하를 제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요시다 이사는 방사능 수치가 높아서 제한된 것이 아니라 제한을 풀기 위한 검사 횟수가 부족하거나 이전에는 높은 수치가 나온 장소에서 어획량이 적어 해제가 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10종류도 곧 해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원전사고 후 중단됐던 후쿠시마현의 어업은 2012년 6월에 재개됐다. 당초 3종류밖에 못 잡았던 어종은 2017년 2월 기준으로 97종으로 늘어났다. 어업시간도 주 1~2회에서 3~4일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후쿠시마현에만 유통됐던 생선들이 인근 칸토(関東), 추부(中部), 호쿠리쿠(北陸) 등으로 출하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어민들 스스로 어획량을 조절하고 있는 시험조업 단계지만 후쿠시마산 생선이 식탁에 오르는 기회는 점점 더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associate_pic
【후쿠시마=뉴시스】 조윤영 특파원 = 후쿠시마에서 딸기 및 아스파라거스를 생산하고 있는 아오키 코치씨가 13일 후쿠시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현황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후쿠시마현청, 정부 주관 모니터링 검사를 담당하는 후쿠시마현 농업종합센터,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후쿠시마현내의 어업협동조합 등은 한결같이 철저하게 모니터링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식품의 방사선 수치 기준이 1200μ㏜라며 일본은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가장 엄격한 수준의 기준치(100μ㏜)를 적용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뜬소문으로 인한 피해를 없애기 위하여’라는 책자도 만들었다. 대부분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후쿠시마현 주민에게 방사능이 얼마나 큰 과제인지 현지에 와서 더 실감났다.

 모니터링 검사가 이뤄지는 후쿠시마현 농업종합센터도 방문했다. 이곳에 들어가려면 먼저 신발을 바꿔 신고 방사능 측정도 해야 한다. 신발 등을 통해 외부 흙의 방사능 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측정후 또 한번 슬리퍼를 바꿔 신고 들어간 모니터링 조사실에서는 명태, 광어 등의 수산물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먼저 원전 사고지점을 중심으로 일정량 이상 생산되는 샘플들을 잘게 썰거나 으깨서 전용 용기에 담는다. 이후 게르마늄 반도체 검출기 11대로 방사능 수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농업종합센터 안전농업추진부의 쿠사노 켄지(草野憲二) 부(副)부장은 "지난해 모니터링 결과 정부 기준 방사선 수치가 넘은 것은 민물고기와 산나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름에 비가 많이 와 산간 지역에는 영향을 줬지만 유통 판매를 목적으로 한 재배 농작물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꾸준히 제염작업을 하고 시간이 경과하면서 방사능 수치가 반감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산물의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줄어든데는 태평양쪽으로 부는 바람으로 바닷물 오염이 개선된 것도 이유중 하나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쿠사노 부부장은 “이처럼 방사능 수치가 낮아지면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거부감은 점차 더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도쿄 내에서는 후쿠시마산을 꺼리는 대형마트들이 많다"고 했다. 딸기와 아스파라거스 농장을 하는 아오키 코치(青木浩一)도 "자체 방사능 체크도 하고 맛도 인정받지만 생산량이 많으면 가장 먼저 처리곤란해지는 것이 후쿠시마산이라는 현실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 뿐만 아니라 농어민이 나서서 모니터링을 하는 현장을 보니 딸기를 성큼 따먹을 만큼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후쿠시마산이라고 무조건 겁부터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솔직히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버리기도 쉽지 않았다. 유통 재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여전히 방사능이 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또 원전 오염수 문제가 발생하면 연안조업의 경우 다시 방사능 수치가 높은 생선이 잡힐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2013년에 후쿠시마 등 인근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자 일본 정부는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다. 이달 안으로 한일 수산물 분쟁에 대한 패널들의 최종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전망되면서 사실상 한국의 패소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잠시 잠잠하던 후쿠시마산 수산물 논쟁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우리 정부가 다시 상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당장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래 한국에 수출되는 후쿠시마산 수산물은 별로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조건적으로 막는것보다는 먼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를 국민들에게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