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결산⑥]논란의 남북 단일팀, 하나된 선수들은 아름다운 도전
단일팀 구성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새해 김정은 북한노동당위원장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어 정부가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북측에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체육계는 술렁였다. 경색된 한반도 정세에서 평화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흥행성공에 초점을 뒀지만 개회가 너무 임박한 상황이었다.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일방통행식 행정도 구설에 올랐다. 세라 머리(30·캐나다) 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 누구의 의견도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돌아와 인천공항에서 만난 취재진을 통해 단일팀 구성 소식을 접하며 실망한 선수들도 여럿이다. 조국에서 열릴 평창올림픽만 바라보며 4년, 길게는 10년 이상 땀과 눈물을 흘린 선수들에 대한 배려는 찾기 어려웠다. 이 과정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국의 세계랭킹을 언급하며 "여자 아이스하키는 메달권이 아니다"고 해 선수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머리 감독은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매우 충격(shocked)이다. 북한 선수의 추가는 어렵다. 우리 선수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대의를 꺾을 수는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의 노력과 양해로 한국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엔트리 확대라는 묘수다. 단일팀에 한해서 한국 선수 23명, 북한 선수 12명 등 총 35명으로 엔트리를 꾸릴 수 있게 했다. 규정 엔트리는 23명이다. 형평성 논란이 일었지만 국제 스포츠계가 양해했다. 대신 경기 출전 엔트리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22명으로 했다. 남북은 경기당 북한 선수를 최소 3명 이상 포함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머리 감독은 언어와 문화에 이질감이 있는 남북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도록 아이디어를 냈다. 진천선수촌 라커룸에 있는 35개의 개인 라커를 '남·남·북·남·남·북' 순으로 배치하도록 했다. 한국 선수 2명과 북한 선수 1명을 한 묶음으로 라커 순서를 정해 선수들이 빨리 친해질 수 있도록 했다. 훈련 전후 몸을 풀거나 장비를 착용할 때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질 수 있는 틀을 짠 셈이다. 두 사령탑도 선수들보다 먼저 다가가며 '코리아 만들기'를 위해 노력했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선수들은 나이에 따라 "언니", "동생"이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서로의 생일을 챙겼다. 경기 구호는 영어 '원·투·스리'에서 우리말 '하나·둘·셋'으로 바꿔 북한 선수들을 배려했다.
조직력이 생명인 단체 스포츠이기에 급조된 팀의 한계는 여실했다. 단일팀은 스위스와의 첫 경기부터 스웨덴, 일본과의 조별리그에서 전패를 당했고 스위스, 스웨덴과의 순위결정전에서도 모두 졌다. 5경기에서 지는 동안 2골을 넣고 28골을 내줬다. 그러나 단일팀은 이미 승부 못지않게 하나로 뭉쳐 올림픽에 나선다는 의미가 더 컸다. 경기가 열리는 강릉 관동하키센터를 찾은 팬들도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힘을 보탰다.
단일팀은 25일 폐회식 공동입장을 끝으로 1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한다. 고대했던 1승을 거두지 못했지만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남북 선수들이다.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이어 27년 만에 구성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으로 인해 향후 남북 스포츠 교류가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8월 열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과 2019 동·하계 유니버시아드 등 국제종합경기대회에서 공동입장과 공동응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