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스케이트화·안도 시계상자···'오브제 예술', 별거 아니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일상이 예술'이 된 세상속에서 일상 용품과 사물, 산업 기성품등은 미술계에서 또다른 이름으로 존재감을 발휘한다. 바로 '오브제(objet)'다. 현대미술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용어중 하나다. 전시장에 들어온 '오브제'는 일상이 예술로, 예술이 일상이라는 메시지로 '예술, 별거 아니네'를 깨닫게 해준다. 용품이나 사물에서 미술품의 '오브제'로의 무한도전을 볼수 있는 전시가 강원도 원주 '산꼭대기 미술관' 뮤지엄SAN이 마련했다. '일상의 예술: 오브제'전을 타이틀로 작가가 아닌 일반인도 포함된 40명의 오브제 작업을 선보인다. 뮤지엄SAN은 관람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해 ‘오브제 공모전’을 열어 눈썰미 있는 일반인도 선발했다.
전시는 사물의 가치를 ‘발견된 오브제’, ‘오브제의 변용’, ‘관계하는 오브제’ 3가지 관점으로 조명한다. ‘발견된 오브제’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 왔던 사물을 전시장이라는 특정한 장소에서 마주하여 관습적 장소로부터 해방된 오브제를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파스텔톤 우산을 천장에 가득채운 '쉘브르의 우산'이 먼저 반긴다. 무심히 스쳐 지나갈 물건들이 전시장 내 선반과 좌대 위에 놓여있는 이지연 작가의 '사물의 영역'이 발길을 끈다. 이전에 조각 작품만 올려진 좌대에, 작가의 취향대로 모아온 일상의 사물이 하나의 조각작품처럼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사물과 예술의 경계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오브제의 변용’에서는 일상의 사물을 새로운 형태로 가공한 작품을 소개한다. 본래의 기능이 완전히 파괴된 사물은, 그 자체로 무궁무진한 작품의 매체로 탈바꿈할수 있음을 보여준다. 뮤지엄SAN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다다오가 내놓은 '파란색 상자'는 평범한 시계 상자에서 자기만의 쇼케이스로 변신했다. "안팎이 개방되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는 이 시계상자 내부에는 안도다다오가 설계한 대표 건축물 ‘빛의 교회’ 모형이 들어가 있다. 안도는 주변에 있는 기성품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음을 조그만한 상자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청조갤러리 두 번째 전시장에서는 ‘관계하는 오브제’를 소개한다. 한 개인의 취향, 관심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개인의 기억과 시간이 누적되어 만들어진 오브제와 여기에 담긴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배우 송중기는 쇼트트랙 선수시절 사용한 스케이트와 장갑을 전시, 추억을 소환했다. 차기율의 '기억 상자'는 철, 나무 등 다양한 오브제를 아상블라주 기법으로 구성한 작품이다. 사각형의 나무상자에 부착된 낡고 오래된 오브제들은 지난 세월의 기억을 소리 없이 들려준다. 박혜수 작가는 닫힌 문을 여는 열쇠의 기능에서 착안하여 버려진 꿈과, 많은 사람들의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전시된 열쇠와 금고는 길에 버려진 것들로, 작가가 한 데 모아 작품으로 재탄생 시켰다.
'오브제'전과 더불어 뮤지엄SAN 소장품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미술의 산책Ⅲ: 조각'展도 동시에 전시한다. 서양화, 단색화에 이은 세 번째 뮤지엄SAN 상설 기획전으로 국내작가 16인의 현대조각 작품을 음악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작곡가 정호규의 특별한 음악 큐레이팅이 더해져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오광수 뮤지엄SAN 관장은 “올해는 마르셀 뒤샹이 남자소변기를 뉴욕 앙데팡당展 에 출품하여 진열 거부된 1917년으로부터 100년을 막 넘기는 때” 라며 “창작만이 예술이 아니라 발견된 예술이라는 오브제 개념이 우리 생활 속에 더욱 넓게 침투되는 뜻 깊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예술, 참 쉬워 보이는 전시지만, 전시장이 문제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로 큰 맘 먹고 움직여야 한다. 반면 하루 여행 코스로 딱 좋은 힐링장소로 손색없다. 주말관람객이 평균 500~1000여명으로 연간 10만여명이 방문한다. 실제로 뮤지엄SAN은 '2015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인기다. 자연석을 쪼아 쌓아올린 건물 외관은 길이만 700m로 건축물 자체가 자연과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품으로 보인다. 한솔그룹 이인희 고문이 40여년간 수집한 컬렉션때문에 지어졌다. 해발 275m, 서울 남산(265m)보다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미술관은 오크밸리 골프장안에 들어서 있다. 전시는 9월2일까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