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문경안 볼빅 회장 "미래 선진국은 브랜드가 많은 나라"
100억에 인수한 볼빅, 지금은 3천억 가치국내 대표 스포츠브랜드 없어 아쉬워민간 브랜드 가치의 총합은 결국 국가 브랜드
적자를 기록하던 골프공 회사를 인수해 지난해 매출 규모 423억원대의 회사로 키운 문경안 회장이 던진 말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만난 문 회장은 중소기업의 미래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 문 회장의 지론이다. 문 회장은 "기술 좋은 중견기업들이 많고 국내에서 썩기 아까운 아이템들이 많은데 자기 브랜드를 갖고 수출을 해야 한다"며 "세계적인 글로벌 브랜드는 선진국이 다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바라보는 미래의 선진국은 기술보다는 브랜드가 많은 나라다. 우리나라보다 잘 살던 대만의 국내총생산(GDP)이 하락한 이유가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눈을 뜬 중국도 브랜드를 사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게 문 회장의 설명이다. 문 회장은 "독일은 중소기업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없다. 모두 자기 브랜드를 갖고 있고 그 브랜드가 특화돼있는 세계적 브랜드"라며 "국내 기업도 그런 브랜드를 키울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소·중견기업 1000개를 뽑으면 최소 300∼400곳이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을 함께 만들고 있는 좋은 하청업체들"이라며 "이 기업들을 브랜드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차원에서 볼빅 브랜드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볼빅을 100억원 정도에 인수했지만 지금은 브랜드 가치만 해도 3000억원 정도로 본다"며 "우리나라에 스포츠 브랜드는 많지만 글로벌 브랜드는 없지 않나. 해외에서 제일 알아주는 브랜드는 볼빅"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색상 역시 골퍼의 특성에 맞게 피팅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문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폐쇄된 공간에 넣어놓고 빨간불을 5분만 켜놓으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하게 되듯이 성질 급한 사람이 빨간 볼을 쓰면 안 된다"며 "양복도 자기 기분에 맞춰 입듯 색채에 따라서 심리를 충분히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은 골프인구가 있는 해외 8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볼빅을 2009년에 인수하게 된 계기도 그의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관련이 있다. 철강 유통사업을 해온 문 회장의 생각은 결국 대를 잇는 기업이 되려면 브랜드를 지닌 기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온 볼빅의 얘기를 전해 들은 그는 볼의 품질에 대해서는 이미 신뢰하고 있던 터라 마케팅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회사의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선뜻 인수했다. 그런 그의 희망은 이제 볼빅을 스포츠 강국인 한국의 '토털 스포츠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문 회장은 "독일엔 아디다스, 미국에는 나이키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이렇다 할 스포츠 브랜드가 없다"며 "국민 세금으로 세계대회를 유치하는 것보다 브랜드 한 개라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에서 국내 기업들을 볼 때 자산이 아닌 브랜드 가치를 보고 평가하는 만큼 브랜드를 성장시킬 수 있도록 글로벌 마케팅 비용 등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한진해운이나 대우 등 그동안 브랜드를 키워놓은 기업들을 놓치게 된 데 대한 아쉬움도 표했다. 문 회장은 "브랜드가 없이 열심히 기술을 만들어 해외에 납품하면 결국 그게 누구 것이겠느냐"며 "민간 브랜드 가치의 총합이 국가 브랜드 가치다. 삼성 브랜드 가치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보다 높을 수 있듯이 글로벌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국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