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안전대책]제2의 제천·밀양화재 막을수 있을까
그동안 정부는 대형 화재 등이 발생할 때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책들을 쏟아냈지만 제천·밀양화재에서도 보듯이 안전불감증으로 비롯된 대형 참사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제천과 밀양에서 발생한 대형화재로 인명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2월초 청와대 정책실장(실장 장하성)을 단장으로 하는 '화재안전대책특별TF팀'(TF팀)을 구성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제2의 제천·밀양 화재를 막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날 정부가 발표한 화재안전특별대책도 기존에 발표한 대책과 큰 차이점은 없어 보인다. '백화점식' 개선책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소방 특별점검, 안전 전수조사, 안전교육 강화, 관련 법개정 등은 대형 화재가 발생한 뒤 나오는 대표적인 정부 대책들이다. 불시소방조사 확대, 전기화재 예방교육 강화, 소방훈련 확대, 주민 참여식 교육 활성화, 체험형 교육시설 확대 등 이날 새로 발표된 대책들도 기존의 취지와 방식 등에서는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수차례 비슷한 대책을 내놨음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는 점, 근본 원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점, 재난대응 시스템 자체가 허술한 점, 컨트롤타워 부재가 여전한 점, 각 부처 대책 중 상당수는 시행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여론을 의식한 '재탕', '삼탕' 수준의 급조된 내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화재대응시스템 강화의 경우 대책이 구축되고 활용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실효성 있는 대책인지 의문이다.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화재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형 화재 등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단기적인 대책과 중장기적인 대책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 단기적인 대책의 경우 이미 기존의 대책들과 큰 차이점이 없는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린다. 정부는 202만여개 동의 특정소방대상물중에서 화재취약대상 55만4000여개동은 내년 말까지 관계기관 합동으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실시한다. 나머지 146만5000여개 동에 대해선 2020년부터 2021년도까지 소방서가 주관하는 소방대응정보조사를 실시한다. 점검 결과는 '소방안전정보통합DB'로 구축해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작전 등에 활용된다. 화재안전특별조사는 오는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소방안전정보통합DB 구축도 최소한 조사 기간 만큼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부는 또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건물 내부에 있는 사람들의 스마트폰으로 화재경보 메시지를 발송하는 '정밀타깃형' 문자메시지 시스템 도입을 추진한다. 이것도 현재는 바로 시행되기는 어렵다. 문자메시지의 정확도와 신속성 등을 높이기 위한 기술검토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전국119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노후 무전기 교체, 무선난청지역 드론 활용 확대, 중앙지휘력강화센터 구축, 소방힐기 전국 통합운용, 소방인력 충원, 가연성 외장재 사용금지 대상 확대, 20m급 중소형사다리차 개발 보급, 화재대응에 관한 법률 제정 등의 대책도 모두 단시간에 적용되기 어려운 대책들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시스템 통합화해 입체적으로 대응하자는 의미도 있다"며 "당장 어떤 성과를 내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문제점을 파악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