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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오너家 갑질에...2대 주주 국민연금 행동 촉구 목소리↑

등록 2018-04-22 09:51:33   최종수정 2018-04-30 09: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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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게시판에 경영진 해임, 사명 교체 요구 등 청원 잇따라

국민연금, 대한항공 지분 12.68%·한진칼 11.58% 보유 2대주주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적용해야" 목소리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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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추상철 기자 =대한항공 인천-스페인 바르셀로나 정기노선 취항식이 열린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조현민(오른쪽) 대한항공 전무를 비롯한 내빈이 기장과 승무원에게 꽃다발을 전달하고 있다. 2017.04.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갑질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고 있다. 이번에는 대한항공의 2대 주주 국민연금이 경영진 해임, 사명 교체 등에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들이 단순히 오너가의 비도덕적 행동에 분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적극적인 역할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조 전무는 지난달 하순께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회의실에서 대한항공의 광고대행사인 A업체와 회의를 하던 중 광고팀장인 직원에게 음료를 뿌린 혐의로 경찰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앞서 조 회장의 장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대한항공 부사장 시절인 2014년 12월 이륙 준비 중이던 기내에서 땅콩 제공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난동을 부린 데 이어 비행기를 되돌려 수석 승무원을 내리게 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대한항공 자매의 갑질 논란에 더해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의 노인 폭언 증언까지 최근 나오면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 19일에는 경찰이 조현민 전무의 폭행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이틀 후인 21일에는 관세청이 총수 일가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단행해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조현민 물벼락 사태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2.68%를 보유,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지주사 한진칼(29.62%)에 이어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또 한진칼의 지분도 11.58% 가지고 있어 조양호 회장(17.70%)에 이어 2대 주주다.

A 청원인은 "대한항공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데 왜 아무 말을 하지 않느냐"며 "국민연금이 제가 낸 돈으로 갑질하는 사람을 보호함에 따라 국민연금과 대한항공을 감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B 청원인은 "일반 개인이 특정 상장사의 2대 주주만 돼도 주주총회의 안건에 대한 찬반만이 아닌 각종 경영 현안이나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지적, 감시, 항의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민연금은 사실상 그러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현민 사태로) 대한항공이 매년 수백억씩 퍼부은 기업 이미지 홍보 비용이 날아갔다"며 "조현민이 좋아하는 '니 월급에서 까라' 프레임으로 보면 국민연금은 당연히 해당 마케팅 비용을 다 매몰시키고도 남는 조현민의 행동에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C 청원인은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의 주주라면 국민의 한 사람인 저 또한 대한항공의 주주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열심히 일하는 대한항공의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조씨일가의 부당한 행위를 처벌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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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추상철 기자 =관세청이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민 대한항공 여객마케팅부 전무의 자택과 대한항공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관세청 직원이 21일 오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내 대한항공 항공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후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2018.04.21. [email protected]
대한항공 사명도 도마 위에 올랐다.

D 청원인은 "대한항공에서는 직원들의 인간 존엄성이 짓밟혀 있다"며 "한국(KOREA)과 한국인(KOREAN)이 더럽혀지지 않길 바람에 따라 국민연금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이용해 대한항공(KOREAN AIR) 사명을 바꿔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청원은 대한항공 경영진 교체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E 청원인은 "대한항공 주식을 소유한 일반 국민들은 국민연금의 편에 서게 될 것이므로 국민연금과 일반 국민 주주가 힘을 합친다면 조양호 회장의 교체가 불가능하지 않다"며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주주총회를 통한 경영진 교체를 권고해 달라"라고 올렸다.

F 청원인은 "운영이 부실하고 도덕성도 최하위인 기업은 경영진을 바꿔서 튼튼하고 건전한 기업으로 만들고 나아가 국민연금 투자 소득으로 많은 국민들이 넉넉하게 연금도 받게 해야 한다"며 "이 기회에 대한항공 경영진 교체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국민들의 목소리는 문재인정부가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와 맥이 닿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국민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고객과 수탁자의 돈을 자기 돈처럼 여기고 관리 운영해야 한다는 규범이다. 아직 문재인 정부의 스튜어드십 코드 모델이 구체적으로 제시 및 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하는 취지임에 따라 국민연금이 어떻게 대한항공 사태 여론을 반영해 주주권을 행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상당수 기업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아 오너리스크에 취약,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경영권 교체 문제는 지분에 달려 있는데 오너 일가가 50% 이상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영권 교체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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