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아트클럽]대충 그렸는데 쿨내 진동...알렉스 카츠
현대초상회화 거장...亞최초 대규모 전시롯데뮤지엄에서 신작·구작 70여점 공개60년 뮤즈 아내 '아다' 4.8m 회화도 선봬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저는 앤디워홀에 약간 불만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정말 뛰어납니다." 최근 미국 뉴욕 가고시안갤러리 출판담당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인 데릭 블라스버그와 인터뷰에서 그는 "1960년대 함께 활동했지만 워홀을 파티에서 보기만 했을뿐 어울리지는 않았다"고 했다. "좀 더 문학적인 모임에 속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그의 작품에서는 팝아트 황제 앤디워홀(1928~1987)의 그림자가 있다. 영화 장면같거나, 광고판 같은 그림이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을 내세운 초상화 같은 작품으로 일명 '카츠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알렉스 카츠(91). 독창적인 초상회화 세계를 구축한 그는 현재 '현대 초상 회화의 거장'으로 불린다. 1960년대 이래 인물초상을 그리며 가장 '뉴욕적인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앤디워홀이 '미술계 끝판왕'으로 활약했던 1960년대 알렉스 카츠도 뉴욕에 살고 있었다. 미국 산업사회 부흥기와 함께 뉴욕은 TV, 영화, 광고 등 새로운 미디어의 도시이자 바넷 뉴먼, 프란츠 클라인으로 대표되는 색면 추상, 잭슨 폴록의 올오버 페인팅(All over Painting), 제스퍼 존스, 앤디워홀의 팝아트 등 새로운 시각 예술이 공존하는 예술의 도시였다. '부흥의 도시'에서 화가로 살아내야 했던 그는 특정 미술 사조에 편승하지 않았다. 다만 거장들의 기법을 모방해 섞었다. 색면과 인물의 모습을 결합한 카츠만의 독창적인 '초상화 스타일'을 창조한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 추상과 앤디워홀 팝아트, 또 '액션 페인팅' 잭슨폴록의 기법이 들락날락한다.
가장 큰 특징은 단색의 대형 화면에 인물을 배치하는 것. ‘크롭-클로즈업’의 방식을 이용한 대담한 구도로, 광고 사진이나 영화의 클로즈업 장면 같아 관람자가 인물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이 같은 기법은 '카츠 스타일'이 됐다. 그림은 묘하다. 팝아트도 아니다. 최근에 제작한 작품 '코카콜라'는 브랜드명도 없지만, 색채만으로 코카콜라를 보여주며 여유와 휴식을 나타낸다.앤디워홀의 작품 '캠벨수프', '코카콜라'와 다른 차이다. 워홀의 코카콜라가 대통령도, 마릴린 먼로도 마시는 기회와 평등의 나라의 가치를 보여준다면, 카츠의 '코카콜라'는 평등의 의미보다는 쿨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전한다. 특히 선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면서 선과 색, 브랜드의 이미지가 결합된 새로운 화면을 보여준다. 캘빈 클라인 속옷을 입은 작품도 마찬가지. 캔버스는 카메라의 프레임이 되고 캘빈 클라인 로고에 담긴 자신감과 세련됨이 독특한 화풍으로 완성됐다.
거장이라고 하는데, 거대한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은 대충 그린 느낌이 강하다. 배경도 명암이나 그림자도 없이 단색으로만 칠해져있다. 여성의 동작을 포착하며 순간 순간의 제스추어에 집중하는 그만의 기법이다. 이 때문에 젝슨폴록의 페인팅을 이어받았다는 평이다. 자세히 봐도 더욱 결코 잘 그린 그림이 아니다. 균형이 맞지 않고 왜곡된 느낌을 연출한다. 이주은 미술사학자는 "순간 포착을 하기때문에, 카츠가 순간에 봤기 때문에 너무 공들여 그리면 그 느낌이 사라지기 때문"이라며 "카츠가 그린 인물은 현재성에 가두어놓은 작품"이라고 했다. "초상화속에 인물이 가진 상징이 아니라 동시대에 살아가고 있는 지속적인 현재 시제속에 머물게하는, 순간적인 아름다움에 감수성을 입힌 작업"이라는 것. 구상과 추상이 혼성되어 있는게 '카츠 스타일'의 매력이다. 배경을 한가지 색으로만 칠해 색면추상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마크 로스코처럼 영혼이 깃든 것은 아니고 '쿨하고 세련되게' 사물을 바라본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허물어 미술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장르인 초상화를 가장 아방가르드한 기법으로 재해석해냈다는 평가다.
'카츠 스타일'을 한자리에서 볼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롯데뮤지엄은 ‘알렉스 카츠, 모델&댄서’전시를 25일 개막한다.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개최되는 대형 전시로 초상화, 풍경화, 설치작품(컷아웃)등 70여점을 선보인다. 특히 올해 92 세의 고령에도 열정적으로 작업한 최신작 CK, 코카콜라 시리즈를 세계 최초로 서울에서 공개하는 의미있는 전시다. 전시에는 60여년간 평생을 그려온 영원한 뮤즈인 부인 ‘아다(Ada)’ 작품도 나왔다. 카츠의 화면에서 아다는 우아함과 신비함을 가진 주인공이다. 뉴욕 상류사회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다. 단색의 대형 화면에 클로즈업된 인물을 배치하는 카츠만의 표현방식은 아다의 고혹적인 분위기를 더욱 극대화했다. 알렉스 카츠는 그의 부인 ‘아다’의 초상화를 250여점 이상 그렸다. 아다를 만난 1957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아다를 그려내고 있다. 카츠의 초상화가 인기를 끌수록 아다는 아름다움의 표본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카츠도 자랑스럽다. "아다는 유럽적인 아름다움과 미국적인 아름다움을 동시에 가진 완벽한 모델이다. 만약 그녀가 지금보다 2인치만 더 컸다면 미스 아메리카가 되었을 것"이라며 "그녀는 무용수와 같이 풍부한 제스처를 표현해주었다. 나는 진정한 행운아”라고 했다.
아흔이 넘은 그는 여전히 주 7회 매일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전업화가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고 한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가족을 부양하고 싶었지만 일이 풀리지 않았다. "작가로서 삶을 산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대가들과 경쟁하고 싶었다"고 했다. 늘 거대한 화면에 그림을 그리는 카츠는 "제품을 생산하고 싶지는 않다"며 워홀의 후예들과는 다르다는 뉘앙스로 선을 그었다. "내 작품들은 전부 다 다른 사이즈의 캔버스에 그려지고 소재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진다"고 자부했다. 간단하고 쉽게 보이는 만화같은 작품이지만 "내 작업의 근간은 사실에 기반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 도록에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하는 새로운 댄서 시리즈는 그들이 보여주는 표정과 제스처를 묘사하고 있다"며 "캘빈 클라인과 코카콜라시리즈는 현실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하는 개인의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고 밝혔다. 전 세계에서 러브콜하는 작가로 현대미술 대가가 된 알렉스 카츠는 1951년부터 200여 건의 개인전과 500여 건의 단체전을 진행했다. 메트로폴리탄, 모마 미술관, 휘트니, 브루클린,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워싱턴의 내셔널 갤러리, 사치 컬렉션, 테이트 미술관 등 전 세계 100곳의 국공립 미술관에 알렉스 카츠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살아남은 자가 강자다. '팝아트 황제' 앤디워홀보다 오래 살아남은 그는 '세계 10대 화가'로 등극해 동시대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뉴요커'로' 뉴욕 사람들'을 브랜드화해 '뉴욕적인 화가'로 불리는 카츠는 결국 '삶은 움직이는 것'이라는 보편적인 에너지를 보여준다. 왜 현대인들은 '카츠 그림'에 열광하게 됐을까. 현실은 예측할수 없는 변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써놓은 알렉스 카츠의 '쿨내 진동'하는 멘트가 힌트다. "그림은 당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그림이 필요할 뿐. 그림이 바로 당신이 되어야 한다." 전시는 7월23일까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