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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취소, '비핵화 담판' 무산···운명의 한반도 어디로

등록 2018-05-25 01:13:21   최종수정 2018-05-28 09: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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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신경전 끝에 무산된 북미회담···격랑 속에 빠진 한반도

난관에 부딪힌 비핵화 여정···文대통령 '운전자론' 다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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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낸 편지를 통해 예정된 역사적 회담은 “적절치 않다(inappropriate)”라면서 이를 취소한다고 통보한 가운데 외신들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회담 취소를 속보로 전하고 있다. 2018.05.24. (사진=CNN 캡쳐)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다음달 12일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취소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격랑속으로 빠져든 모양새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성됐던 '한반도의 봄' 분위기는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급격한 냉각기로 접어들게 됐다. 남북관계 개선을 발판삼아 북미 간 비핵화 합의로 이어지는 한반도 평화구축 시나리오에 궤도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나는 그곳(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과 함께하기를 무척 기대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최근의 엄청난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행위가 담긴 북한의 성명서를 보면서 지금 이 순간 그것(북미 정상회담)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고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최근 북한의 성명서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비롯해 앞서서 북한이 누적해서 밝혀 온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된 조선중앙통신 보도 등을 총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 16일 조중통 보도 형식을 빌려 한미 연합공중훈련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과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행보 등을 이유로 남북고위급 회담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뒤, 급을 높여가며 대남(對南)·대미(對美) 비난 메시지를 발신했다.

 특히 자신이 문재인 대통령 앞에서 북미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시사한 뒤에 나온 이날 최선희 부상 명의의 담화가 정상회담 취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 부상은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으며 미국이 우리와 마주 앉지 않겠다면 구태여 붙잡지도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 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맞받아쳤다.
 
 결국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리비아식 모델'을 고수하며 촉발된 북미 간 신경전이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최 부상 사이로 급을 높여가며 이어졌고,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판단에 작용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중국 방문 뒤 북한의 태도 변화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대로 끌려가다는 비핵화 협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등에 업고 게임을 주도하려 시작했다"면서 "지금 상황에서 억지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합의를 해도 추후 프로세스에 접어들면 힘들어질 게 뻔하니 지금 발을 빼는 것이 낫다고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4·27 판문점 선언'을 바탕으로 '포스트 남북정상회담 체제'를 그리던 문재인 대통령의 '3단계 평화협정 로드맵' 구상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판문점 선언을 동력삼아 정치적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협정 체결을 타진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었지만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물밑 접촉 단계에서 멈춰서면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정치적 의미의 종전을 선언하고, 이어지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를 이끌어 내며, 남북미 3국 정상회담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3단계 평화협정 로드맵'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사흘 전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미 3국 정상이 함께 종전을 선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브리핑에서 전한 바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럴 때일수록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힘을 발휘해야한다는 당위적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숱한 핵·미사일 발사 속에서도 인내의 끈을 놓지 않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었던 문 대통령의 능력이 결과적으로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양자 담판 분위기로 넘어가면서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면 한달 동안 중재자 역할에 갇혔던 문 대통령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열린 셈이라는 것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점에서 지난 1년 간의 노력보다 더 어려울 수는 있지만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은 트럼프 대통령과 경제 총력노선을 천명한 김정은 위원장의 북한 내 입지 등을 고려하면 상황을 수습할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냉정한 정세분석을 통해 중단된 남북관계 개선 축부터 살린 뒤,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한반도 운전자'라는 평가를 국제사회로부터 재확인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중재외교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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