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마나 '낙태죄'…年16만건 수술, 행정처분은 5년간 '27건'
여가부 "사문화조항…협박 수단으로 악용돼"복지부, 여성 1만명 대상 실태조사 10월 발표
【세종=뉴시스】임재희 기자 = 의사가 불법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을 하면 한달까지 자격이 정지될 수 있지만 실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는 최근 5년간 27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임기 여성 5명중 1명이 낙태를 경험했다는 조사까지 나왔지만 형법이 수술 당사자인 여성과 의료진 양쪽에게 죄를 묻고 있어 적발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 조항 위헌 여부를 따지기 위해 6년만에 공개변론을 재개한 가운데 사문화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임신중단 수술로 '의료관계 행정처분 규칙'에 따라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약 5년간 27명이었다. 2013년 1건과 2014년 3건, 2015년 8건, 2016년 13건, 지난해 2건 등 27건에 대해 처분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현재까지 단 한 건도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형법 207조1항에 따라 의료진의 낙태 시술은 불법이다. 모자보건법상 '강간에 의한 임신'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부 허용하고 있다. 이에따라 현행 규칙에서 복지부는 불법 낙태 수술을 한 의료인에 대해 검찰이나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이 행정처분을 의뢰하면 이를 '비도적적 진료행위'로 보고 1개월 이내 자격정지 처분을 하고 있다. 복지부는 2005년과 2010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 연간 임신중단 수술 건수를 35만590건과 16만8738건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설문조사에선 16~44세 가임기 여성 2006명중 5명중 1명꼴(21.0%)인 422명이 임신중단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술 행위가 보건당국에 확인된 건 1년에 5건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형법에서 낙태죄는 당사자인 여성 본인과 담당의사가 벌을 받게 돼 있다"며 "서로 신고하지 않는 이상 임신중단이라는 상황 자체가 노출되지 않아 신고 건수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1항은 임부가 낙태한 때 1년 이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 벌금에, 270조1항은 임부의 동의를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한의사·조산사·약제사 등을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3자가 고발하지 않는다면 낙태죄는 적발하기 쉽지 않다. 이에 낙태죄를 둘러싼 사문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성가족부도 지난 23일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을 앞두고 위헌 취지로 헌재에 의견서를 내면서 사문화 문제를 제기했다. 의견서에서 여가부는 "현행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낙태건수를 줄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한다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낙태죄의 처벌 대상이 '임부'와 '낙태하게 한' 사람에게 한정되고 임신중절 과정에서 배우자 동의가 필수이기 때문에 남성에 의한 협박 또는 보복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낙태죄 합헌 입장인 법무부 측은 24일 열린 헌법소원 심판 공개변론에서 "낙태 급증을 막기 위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2012년 같은 쟁점이 다뤄진 헌법소원사건에서 헌재는 6인 이상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고 4(위헌)대4(합헌)로 합헌 결정을 내린 당시 헌재도 결정문에서 "처벌하지 않거나 가벼운 제재를 가하면 현재보다 낙태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한편 모자보건법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헌재가 올해 1월 의견을 묻자 '의견이 없다'고 답했다. 논의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대신 실태조사 등을 통해 현황을 보여주는 임무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는 2010년 이후 8년 만에 진행 중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해 11월 낙태죄 폐지 국민 청원에 답변하면서 실태조사를 약속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7~8월 이전 조사(4000명)때보다 많은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하고 분석 결과를 10월 일반에 공개한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