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D-30일③]탄력근로제 확대 놓고 노-사 팽팽…정부 '오락가락'
경영계, 3개월→6개월·1년 요구…노동계 '장시간 노동 회귀' 반대전문가 "근로시간 단축 조기정착 시키려면 대안 마련 서둘러야"3일 고용노동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300인이상 기업들은 오는 7월 1일부터 주당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의 근로제를 시행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유연근무제의 한 종류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기간 단위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탄력근로제는 일이 몰리는 시기에는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대신 일이 없는 시기에는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을 '2주 이내' 또는 '3개월 이내' 단위로 적용하고 있다. 취업규칙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경우 단위 기간은 2주이고, 노사 서면합의로 도입하는 경우에는 3개월이다. 예컨대 노사 합의에 의해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을 '3개월 이내'로 적용하면 1.5개월은 52시간을 근무하고 1,5개월은 28시간을 근무하는 식이 가능하다. 납품기일이 1개월 단위인 기업이나 에어컨이나 빙과류 등 특정기간에 업무가 몰리는 기업의 경우 현재의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활용하면 어느정도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신제품 개발이나 서비스 출시 초반에 일이 몰려 2개월 이상 집중 근무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현재 탄력 근로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전자 제품이나 소프트웨어, 게임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CT업계가 만난 자리에서도 기업들은 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운영기간 확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 이내'나 '1년 이내' 단위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고 있는 유럽식으로 하자는 것이다. 한 게임업체의 임원은 "게임 출시 직전에는 2개월 이상 추가 근무가 필요가 경우가 있는데 현행 탄력 근로제를 100% 활용한다 해도 한계가 있어서 서비스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조금 더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간을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게임업체의 과장급 직원은 "회사에서 집중근무가 필요하다고 3개월 동안 매일 야근을 시킨다면 사람이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겠느냐"며 "기존에 일부업체에서 상시적 야근이 문제가 된 바 있는데 탄력 근로제를 확대하는 것은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도 탄력 근로제 기간 단위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기간 단위를 1년으로 확대하게 되면 6개월 동안 주 64시간을 넘는 연속적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며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확대될 경우 장시간 노동 문제는 더욱 악화되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개월 째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오락가락 입장을 내놓으며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지난 4월 "우리나라는 탄력근로제 활용이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기업들이 기간을 길게 가져가고 시간도 지금보다 늘리자는 요구가 있는데 실제 유럽에서도 탄력근로제 운영기간을 1년으로 가져가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김왕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지난 5월 "우리나라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이 3개월이라서 외국에 비해 경직적이라고 얘기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용 횟수 등의 제한이 없어 노사가 선택적으로 연속 사용할 수 있다"며 "얼마든지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단위기간이 넉넉하게 부여돼야 한다. 6개월, 1년인 선진국 방향으로 우리나라도 갈 필요가 있다"며 "7월부터 노동시간 단축이 현실화되는데 탄력적 근로시간제 같은 대안 마련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