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영작 LSK글로벌PS 대표 "기술수출로는 제약강국 한계…국내서 개발해 해외로 나가야"
최근에는 다수의 제약·바이오업체들이 연구개발 비용을 줄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 임상시험 아웃소싱을 확대하면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주목받고 있다. CRO는 제약사의 임상시험 설계, 데이터 관리, 임상시험 수행, 시판 후 관리 등 임상시험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를 지원하는 회사다. 뉴시스는 1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CRO인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LSK글로벌PS) 본사에서 이영작(76) 대표를 만났다. 이 대표는 미국 국립보건원 의료통계분석실장을 지내는 등 미국 전문연구기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통계전문가다. 지난해까지 국내 CRO들의 모임인 사단법인 한국임상CRO협회 회장도 맡았다. LSK글로벌PS는 2000년 설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임상시험 수탁기관(CRO) 기관이다. 현재까지 진행한 임상시험만 1013건으로 이중 글로벌 임상시험이 116건 이상 포함됐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약물 개발과 관련된 모든 업무는 제약사들이 도맡아서 했다. 하지만 점차 데이터 분석 등 업무 영역이 복잡·다양해지고 전문성이 요구되면서 해당 업무 영역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등장했다. 과거 CRO는 병원에 데이터 양식을 전달하거나 임상시험에서의 응급상황을 보고 받고 조치를 취하는 등 임상시험에 필요한 보조기관으로서의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현대판 CRO가 등장한 것은 1980년대 중반이다. 한 회사에서 다양한 약물 개발이 어려워 지면서 CR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 진 것이다. 이 대표는 "CRO는 근본적으로 제약사의 개발 업무가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면서 생긴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제약사의 생산방식이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추세가 변하면서 한 회사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없게 되면서 CRO가 활성화 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글로벌 컨설팅 업체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글로벌 CRO 시장은 2014년 288억 달러(약 31조)로 연평균 11.9% 성장해 2019년 504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CRO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2014년 국내 CRO 매출액 2955억원 중 다국적 CRO 매출이 2158억원으로 73%를 차지한다. 국내 토종 CRO 매출은 797억원에 불과하다. 토종 CRO 20여 곳 중 매출액이 200억원 이상인 곳은 한곳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꼭 필요한 임상을 외국계가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워 했다. 이 대표는 "개발만 잘 한 다고 되는게 아니고 우리가 직접 개발해야 한다"며 "매출 상당부분을 외국에 로열티로 내는 처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가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를 수출할 때도 한국에서 제조해 수출해야 우리 기술인 것처럼 제약사도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개발에 성공한 의약품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한다"며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하고, 한국에서 실패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신약 개발은 3~4단계를 거치는데 1단계는 디스커버리하고 개발을 결정하는 단계, 2단계는 이를 약물로 만들고 비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계, 3단계는 임상 1상부터 3상, 4단계는 승인 단계다. 미국 기준으로 이 4개의 단계를 거치는 데 시간은 12년, 비용은 1375억원이 소요되는데 성공 확률은 10%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이렇게 어려운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함과 저비용인데 LSK에서 진행할 경우 비용은 10분의 1, 시간은 7~8년 정도면 가능하다"며 "미국에서 진행할 경우 간접 비용이 상당하지만 한국에서 진행할 경우 더 신속하고 비용은 미국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로도 가능하다. 처음부터 미국에서 진행하려다 보니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외국에서 진행할 경우는 환자 관리만 하더라도 상당히 비용이 높은데 한국이 종주국이 되려면 한국에서 개발하고 해외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며 "임상 1상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었다고 해서 기술수출하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과거 제약사들이 글로벌 진출을 위해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다국적CRO와 협업했다면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꼈다.
이 대표는 "토종 CRO와 협업하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언어나 기술에 대한 장벽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며 "국내 제약사의 실무자들에 비해 CRO가 더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제약사들의 해외 임상시험도 실시간으로 훨씬 더 잘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LSK글로벌PS는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신약개발에 따른 막대한 비용부담 때문에 기술수출을 하고 있는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내 바이오벤처 메티메디제약과 리스크 쉐어링 방식의 공동투자 연구개발 MOU를 체결했다. 메티메디제약이 진행중인 대장암 치료제의 임상연구와 개발을 LSK글로벌PS에 위탁하고 해당 제품개발에 대한 개발비용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자본은 열악하지만 우수한 후보물질을 가지고 있는 바이오벤처들이 국내 CRO와 협업해 해외시장에 나가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대표는 "한국 제약사에서 세계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의약품을 개발할 때 미국, 유럽 등에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한국에서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며 "이와 같은 의견을 국내 제약사들과 나누었는데 메티메디제약 장종환 대표가 그 부분에서 인식을 공유해 협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LSK글로벌PS는 앞으로 이와 같은 공동연구 개발을 더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의약품 개발 업무 분야에 30년 이상 종사한 신대희 부사장도 영입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제약사에 기술수출하는 대신 LSK글로벌PS에 기술수출하고 개발에 성공하면 다시 제약사들에 돌려주는 모델도 구상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환경은 아직 열악하지만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임상하기 좋은 국가로 꼽힌다. 한국도 이런 이점을 이용해 얼마든지 제약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2017년 글로벌 임상시험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비중은 3.5%로 미국, 독일, 영국, 캐나다, 중국에 이어 세계 6위다. 의약품 임상시험이 가장 많이 시행되는 도시는 서울이 1위였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한국은 메디컬 인프라가 잘 되어 있고 의사들 수준도 높다. 세계적 기준으로 봤을 때 유럽보다도 훨씬 규제가 원만하다"며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국민들의 교육 수준인데 한국은 국민들이 교육 수준이 높고 문맹률이 낮아 좋은 데이터가 도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부속병원에서 중점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어 환자 모집도 수월하고 퀄리티도 높다"며 "정치,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는 국가라는 이유들이 한국을 임상시험 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영작 LSK글로벌PS 대표 주요 약력 ▲1942년 서울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전자공학▲미국 오하이오주립대 통계학 박사 ▲미국 메릴랜드대학 통계학 조교수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임상시험) ▲미국 국립암연구소 통계학 담당(독성연구) ▲미국 국립신경질환 및 뇌일혈 연구소 통계학 담당 ▲미국 국립모자건강연구소 통계학 담당 실장 ▲한양대학교 석좌교수 ▲서경대학교 석좌교수 ▲한국임상CRO협회 회장(2015년~2018년) ▲엘에스케이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