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력난 해소·南 청정에너지 구축"…'동북아 슈퍼그리드', 두 마리 토끼 잡나
몽골·중국·러시아·일본 전력망 잇는 '슈퍼그리드'전력망 해상 아닌 육상 연결하면 기간·비용 단축"남북 협력, 지속성·수익성 기반 갖춘 협력 필요"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북미정상회담으로 동북아시아 국가 전력망을 잇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은 한국을 포함해 몽골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의 국가 간 전력망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몽골에는 한중일 3국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 잠재량이, 러시아에는 수력과 천연가스 등 청정에너지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이들 동북아 국가들과 전력망을 연결하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또 친환경 에너지 환경을 구축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인 '탈원전·탈석탄'과 결이 같다. 최근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슈퍼그리드 사업이 언급될 정도로 문재인 정부는 추진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일부 구간 착공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국과 몽골과 T/F팀을 꾸려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은 이번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왔다.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의 변수는 북한의 협력 여부다. 북한이 참가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전력망을 해상이 아닌 육상으로 연결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전력망 구축 시기를 앞당기고, 공사 단가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북한이 북미정상화담을 계기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전기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슈퍼그리드 사업에 협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북한의 만성적인 전력난 해소에도 도움 된다. '경제 총력 노선'을 선포한 북한이 철도·도로, 전력,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남한의 실질적인 에너지 지원과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2013년 이른바 '재생 에네르기법'을 제정했다. 오는 2044년까지 태양광, 풍력, 바이오가스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 5GW의 발전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경협의 핵심인 전력 에너지 분야 협력이 동북아로 확대되고, 무엇보다 남북 교류·협력의 지속성과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에너지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남북 경협의 일환으로 에너지 분야 협력이 본격 추진되면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한전이 주도적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 발전 축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전 입장에서는 남북 에너지 협력과 동북아 슈퍼그리드 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 2016년 중국 국가전망, 일본 소프트뱅크, 러시아 로세티와 4사간 동북아 슈퍼그리드 구축 사업의 기틀이 될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슈퍼그리드 사업 추진을 위한 다양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한전은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동북아 슈퍼그리드 프로젝트는 현재 구상단계로서, 구체화되기까지는 관련국가간의 심도 있는 협의 과정과 연구가 필요하다"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지금 단계에서 비용과 관련한 부분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북의 에너지 협력이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지속성을 갖춘 사업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남북의 에너지 협력이 일시적으로 추진되는 방식 아니라 지속성을 갖춰야 한다"며 "'공적개발원조(ODA)' 등 인도적 차원의 에너지 지원과 협력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전력 산업 특성상 '투자'와 '회수'라는 선순환 체계를 갖춰야 지속성이 유지된다"며 "일회성 협력으로 끝나지 않고 북한의 에너지 사업을 육성하고, 국내 에너지 관련 사업도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북한의 전력 사정 등을 분석한 뒤 최소한의 수익을 회수할 수 있는 사전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