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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 '황혼결혼' 급증…성공 조건은?

등록 2018-07-0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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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50세 이상의 중장년층 혼인 건수 2000년 이후 증가세

황혼결혼에는 건강·부모간병 등의 어려움 뒤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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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일본에서 중장년층의 결혼 이른바 '황혼결혼'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한 결혼정보업체 홈페이지의 모습. 2018.06.27.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이웃나라 일본에서 중장년층의 초혼·재혼·동거 등 다양한 형태의 '황혼결혼'이 급증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인구동태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50세 이상의 중장년층 혼인신고 건수는 2000년부터 증가하고 있다. 또 40~70대에 결혼한 사람의 수도 2000년에 비해 현재 약 1.5배 증가했다.

 일본 중장년층의 이른바 황혼결혼의 모습은 젊은세대의 결혼과 어떻게 다를까. 최근 야후재팬은 특집기사를 통해 일본 시니어세대의 황혼결혼의 단면을 조명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을 통해 우리 사회가 마주하게 될 미래 모습을 조망해보자.

◇ "재혼의 절대 조건은 상대방의 건강"

 일본 지바(千葉)현 이치가와(市川)시에 거주하는 나가타 도시로(永田俊朗·가명·65)는 저녁만 되면 세상을 먼저 떠난 두 번째 아내를 떠올린다. 불과 반년 정도의 결혼생활이었지만,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나가타는 28세에 결혼해  4명의 자녀를 뒀지만, 성격차이로 50세가 된 2003년 이혼했다. 이후 자녀들이 독립하면서 2012년부터는 혼자 살았다. 그 때부터 그는 '재혼활동'을 시작했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한 여성을 만나 3개월간의 짧은 교제 후 재혼했다. 상대는 56세 여성으로,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하며 20대 초반의 딸을 키우는 싱글맘이었다.

 나가타는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이 여자다'라는 느낌이 왔다고 했다. 이들은 만난지 3개월만에 결혼했고, 나가타의 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혼인신고도 정식으로 했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혼 반년 후 그녀가 갑자기 쓰러진지 10일만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뇌출혈이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지만, 나가타는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있다.

 "다시 결혼을 하게 된다면, 상대방에게 가장 바라는 절대조건은 건강이다." 나가타는 중장년층의 결혼의 첫번째 조건으로 '건강'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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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의 한 결혼정보업체 홈페이지. 2018.06.27.


◇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도 중요…황혼결혼의 복병 '치매'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남편이 화를 내면 나는 그저 벌벌 떨면서 눈치를 본다." 재혼 반년 만에 이혼한 65세 여성의 말이다. 도쿄(東京)에 거주하는 오다 에리(織田えり·가명)는 올 1월 이혼했다. 결혼 기간은 불과 반년이었다.

 오다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만난 전 남편 A씨(70)와 2년 전 재혼을 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젊은이들처럼 뜨거운 연애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의 욕설과 폭력에 못견뎌 결혼 반년만에 갈라섰다.

 "처음에는 그의 온화한 인품이 좋았다", "조용하고 좋은 사람이었다"고 오다는 A씨와의 연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잠시 후부터 A씨가 갑자기 폭발적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화는 곧 폭력으로 이어졌고, 폭력은 점점 과격해졌다. 오다는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이혼했다.

 그는 온화했던 남편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한 이유를 '치매'로 추정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는 무언가를 잊어버리거나 판단력이 떨어지는 증상 외에 환각·우울증·욕설·폭력 등의 증상도 동반한다.

◇고령 부모를 돌보는 '노노(老老)간병'…결혼에 부담

 중장년층의 재혼을 막는 또 다른 요인은 고령 부모의 간병, 이른바 '노노(老老)간병'의 부담도 있다.

 시니어 세대는 '부모 간병'이라는 공통점으로 서로를 위로하기도 하지만, 부모간병이 걸림돌로 작용해 재혼이나 결혼을 미루기도 한다.

 "이미 아들은 가정을 꾸려 독립했고,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 혼자가 되는 것이 무서워 여생을 함께할 동반자가 필요했다." 65세인 다나베 아사코(田辺朝子·가명·여)의 말이다.

 그는 20살에 결혼해 아들 하나를 낳고 32세에 이혼했다. 현재는 요양원 간병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도쿄 신주쿠(新宿)에서 92세의 어머니와 살고 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집과 재산이 있어 경제적인 걱정은 없다.

 그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3살 연상의 한 남성을 만났다. 그도 아내와 사별하고 90대 어머니를 홀로 간병 중으로, 힘든 간병생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결혼을 계획했지만, 양가의 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결국 그들은 간병에서 자유로워지는 날, 즉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결혼하기로 했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든 시니어 세대의 결혼은 이처럼 '마음만의 청춘'이지만, 건강상의 이유와 부모 간병 등 부담과 위험이 따른다.
 
 일본 언론 매체인 '비즈니스 저널'은 시니어세대의 황혼결혼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인생의 동반자'라는 정서적인 요인뿐 아니라, 경제적인 요인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는 2007년 4월부터 이혼을 해도 남편이나 아내의 연금을 분할해 받을 수 있는 '연금분할제도'가 시행됐는데, 이 연금분할제도가 황혼결혼이 한 요인이라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이혼을 해도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자 황혼이혼 건수가 증가했지만, 동시에 황혼결혼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분할 지급되는 연금이 노후를 버티기에는 적어, 경제적인 부분을 의지하기 위해 황혼결혼을 선택했을 수 있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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