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 뛰어넘어 생각·감정 나누는 것, 유시민 '역사의 역사'
정치인 출신 작가 유시민(59)씨가 역사 르포르타주 '역사의 역사'를 냈다. '역사란 무엇인가'는 유씨가 오랫동안 품어온 질문이자 평생에 걸쳐 찾는 지적 과제다. 이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 역사의 발생사, 즉 역사의 역사를 깊게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역사의 고전으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거나 최근 관심을 끈 대표 역사서들을 찾아 틈틈이 읽고 정리했다. 인간의 역사에 남은 역사서와 역사가, 그 역사가들이 살았던 시대와 그들이 서술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추적했다. 유씨가 탐사한 동서양 역사가 16인과 그들이 쓴 역사서 18권이 담겼다. 사마천의 '사기', 이슬람 문명의 발생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귀한 길잡이가 돼 준 '역사서설' 등의 역사서를 고대부터 현재까지 시대 순으로 나눠 구성했다. 르포의 특성상 역사서들의 원문을 적지 않게 소개하고 인용할 수밖에 없다. 지면의 한계와 번역의 아쉬움을 덜기 위해 유씨가 발췌·요약과 번역까지 도맡았다. 각 역사서의 주요 내용과 책이 쓰인 당시의 시대적 맥락뿐 아니라 서술 대상과 서술 방식 등을 두루 살폈다. "지독히 재미없게 글을 썼던 랑케가 '역사의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학문적 업적이지만 다른 하나는 치명적이고 중대한 인식의 오류다. 랑케의 업적은 오류 덕분에 빛나며, 오류는 업적 때문에 돋보인다. 19세기 중반 이후 서구 역사학은 그가 이룬 업적의 토대 위에서 그가 저지른 오류를 극복하면서 가지를 뻗고 꽃을 피웠다. 이런 인물을 빠뜨리고 역사의 역사를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저자는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훌륭한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다른 역사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흥미로운 역사의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얻었고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게 다가온 것은 저자들이 문장 갈피갈피에 담아 둔 감정이었다. 역사의 사실과 논리적 해석에 덧입혀 둔 희망, 놀라움, 기쁨, 슬픔, 분노, 원망, 절망감 같은 인간적·도덕적 감정이었다. 역사의 매력은 사실의 기록과 전승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데 있음을 거듭 절감했다." 340쪽, 1만6000원, 돌베개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