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 헌재 판단, 7년 전과 같고 다른 점은?
처벌조항은 합헌이지만 대체복무로 기회 열어양심과 충돌…국가에 기본권 침해 해결 주문해매년 600여명으로 국방력 감소에 영향 안 미쳐7년 전에 비해 처벌 조항 합헌 줄고 위헌 늘어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대체복무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하면서 과거와 달리 헌법상 '양심의 자유'를 보장 받을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28일 헌재가 현역과 예비역 등 병역 종류를 규정한 병역법 5조1항에 관해 내년 12월31일까지 법 개정을 하라고 결정한 것은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0년대 초반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대체복무제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국내외 환경이 변하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헌재가 지난 2004년 국가안보라는 공익과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검토할 것을 권고한 지 14년이 지나도록 입법적 진전이 없는 점도 한몫했다. 지난 2004년과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을 합헌으로 결정하면서도 대체복무제 등 공존 방안을 모색하도록 촉구했지만 실제 입법까지 이어지지 못해 결국 법으로 이를 강제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국방부, 법무부, 국회 등 국가기관에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이를 권고하고, 법원에서도 최근 하급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을 선고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대체복무제 도입 등 이 문제의 해결을 미루는 것은 국가가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들에게 병역을 부과할 경우 양심과 충돌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이를 방치해선 안 된다고 봤다. 국방부, 병무청 등은 국가 안보라는 공익이 매우 중요하고 누구에게나 부과되는 병역 의무에 예외를 두는 것은 사회공동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헌재의 판단은 달랐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대체복무를 해도 전투력이 감소하거나 국방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헌재에 따르면 2016년 국방백서에는 우리나라 병력이 육군 49만명, 해군(해병대 포함) 7만명, 공군 6만5000명으로 총 62만5000명에 이른다. 또 병무청 통계에는 2016년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이가 총 34만명이나,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연평균 약 600명 내외다.
병역의무의 형평성에 어긋난다거나 현역 복무를 회피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역시 국가가 해결할 수 있는 지점임을 헌재는 분명히 했다. 국가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전심사절차와 엄격한 사후관리절차를 갖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고의적인 병역 회피자를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복무 신청 사유와 증빙자료를 제출하고 학계와 법조계, 종교계 등 전문가로 위원회를 구성해 심사하며, 허위로 밝혀질 경우 재심사로 종전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취지다. 또 복무의 난이도나 기간 측면에서 형평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토록 한 병역법 88조1항은 7년 전과 같이 합헌으로 결정났다. 하지만 과거 모두 7명의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던 것과 비교해 이번에는 4명으로 줄었다. 9명의 재판관 전원이 바뀌기도 했지만, 합헌과 위헌이 4대4대 의견으로 팽팽히 맞서면서 향후 변화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합헌 의견은 여전히 국가 안보의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중 2명의 재판관은 향후 대체복무제 도입 등으로 법원도 더 이상 처벌조항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입법부 개선입법과 법원의 후속 조치로 처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일부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처벌조항으로 얻을 수 있는 공익에 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감수해야 할 불이익이 매우 크다고 판단했다. 다만 병역거부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위헌이 아니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대체복무 기회를 주지 않고 처벌하는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