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피 안 섞인 식구에 대하여, 칸 황금종려상 '어느 가족'
'어느 가족'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아버지가 되려는 남자의 이야기이자 소년의 성장 드라마이기도 하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56) 감독의 신작이다. "지난 10년 동안 생각해온 가족의 의미를 모두 담은 영화"라는 그의 말처럼 '고레에다 표' 가족 영화의 결산편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도 모른다'(2004),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태풍이 지나가고'(2016) 등 그동안 선보인 가족 영화와 결을 같이한다.
따뜻한 가족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두꺼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족'이라는 존재를 좀 더 본질적으로 파고들었다. 이미 일본 관객들의 마음은 사로잡았다. 일본에서 6월8일 개봉한 이 영화는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285만 명을 모았다. 흥행수입 34억엔(약 342억원)을 올리며 이전 고레에다 감독의 최고 흥행성공작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기록(273만435명)을 뛰어넘었다. 할머니 '하츠에 시바타'(기키 키린), 일용직 근로자 '오사무 시바타'(릴리 프랭키), 세탁 공장에서 일하는 '노부요 시바타'(안도 사쿠라), 유흥업소에서 돈을 버는 '아키 시바타'(마츠오카 마유), 소년 '쇼타 시바타'(조 카이리)는 모두 한 집에 살고 있다. 언뜻 화목한 가정이지만, 사실은 '남남'이던 남녀들이다. 이들은 피로 맺어진 가족보다도 더 끈끈한 정을 나눈다. 문제는 극도의 빈곤이다. 하츠에의 연금에 기대어 살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다보니 좀도둑질을 한다. 친부모를 찾아주려 했으나 온 몸에 상처투성인 유리를 보고 차마 돌려보내지 못한다. 그 때부터 한 가족이 되어 살고, 유리도 쇼타를 따라다니며 도둑질을 배우기 시작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던 이들에게 뜻밖의 사건이 생긴다. 이를 계기로 뿔뿔이 흩어지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소망이 드러난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가족의 형태가 아닌, 평범한 듯 비범한 이들의 모습이 서글프지 만은 않다. 때로는 너무 유쾌하고 밝아 미소를 머금게 만든다. 가족을 만드는 것은 핏줄인가, 아니면 함께 해온 시간일까. 핵가족화도 모자라 '가족해체'라는 위기까지 맞은 현대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족의 참의미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조 카이리(10)과 사사키 미유(5)는 히로카즈 감독이 발굴한 보석 같은 어린이 배우다. 해맑은 표정부터 쓸쓸하고 애처로운 모습까지 다양한 감정적 변화가 있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가족 형태의 다변화와 함께 대안 가족, 아동 학대, 빈곤층 문제 등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수작이다. 26일 개봉, 121분, 15세 관람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