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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발 금융개혁충돌②]즉시연금 놓고 보험사들 긴장감 '팽팽'…"금감원 압박, 법보다 세"

등록 2018-07-18 06:00:00   최종수정 2018-07-23 1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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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이유없이 일괄지급 안 하면 검사 등 조치"

삼성생명, 26일 이사회 통해 '일괄지급' 여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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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금융당국이 즉시연금 미지급금과 관련, 생명보험사 전체에 일괄구제를 촉구하자 업계의 불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 혁신과제' 중 하나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이를 직접 언급하고 나서면서 생보사들이 단단히 긴장한 모양새다. 일각에선 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윤 원장이 규제산업으로 꼽히는 보험업권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오는 26일 이사회를 통해 일괄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한화생명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대한 의견서를 다음달 10일 제출한다. 한화생명의 경우 일괄지급과 관련해서는 "이번 분조위 민원 사례 건부터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시연금이란 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고 그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이 지급되는 보험상품이다. 만기가 되면 만기보험금을 지급한다.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은 보험료에 일정이율을 곱해 산출한 금액 중 사업비 등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해 매월 연금으로 지급하는 구조다.

앞서 금감원 분쟁조정위회는 약관상 문제를 지적하며 과소지급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해당 약관에는 연금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약관 대신 산출방법서에 해당 내용이 기재돼 있긴 했지만 분조위는 "산출방법서의 내용이 약관에 편입됐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2월 이같은 분조위의 결정을 수용했다. 당사자가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하면 법원의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발생한다.

문제는 금감원이 일괄구제 방침을 밝히면서다. 금감원은 3월 전체 생보사에게 분조위 결정과 동일하게 처리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보험사들의 후속 조치는 지지부진했고, 윤 원장이 직접 나서서 "엄정 대응하겠다"고 압박한 셈이다.

금감원의 일괄지급 권고에 따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물론이고 중소형사들도 보험금 환급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전체 업계의 환급금이 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지않은 금액도 문제지만 개별 민원 건에 대한 분조위 결정을 일반화해서 소급하라는 데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이번 건 외에도 나중에 유사한 건이 생기면 계속 일괄적용하라고 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반면 당국의 입장은 다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즉시연금의 사례는 동일한 약관에 대해 결과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일괄구제 제도를 적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조위 결정이 타당한데도 불구하고 아무 이유없이 (일괄구제를) 이행을 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권리가 침해된다면 금감원에서 할 수 있는 감독수단을 쓰게 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검사를 해서 위법한 행위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조치하게 된다"고 했다.
 
금감원이 검사와 제재 등을 시사하면서 보험사들은 당혹스러워 한다. 특히 최근 금감원이 종합검사제를 부활시키는 등 업계의 긴장감도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다. 일괄지급 권고를 놓고 '금감원의 압박'이라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의 압박은 사실상 법보다 세지 않느냐"며 "금액도 금액이지만 이번 건 외에도 나중에 유사한 건이 생기면 언제고 일괄적용하라고 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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