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영토 대장정②]북한까지 17㎞… '해양 안보' 지키는 백령도
서해 최북단 백령도, '칼끝'같은 군사적 요충지NLL부근 중국어선 불법조업, 분단 현실 보여줘
최정원(21·세종대)씨는 9일 국토 끝섬전망대와 해병 6여단,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을 차례로 방문한 뒤 이렇게 말했다.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났지만 해양 안보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백령도는 여전히 긴장 상태로 북한과 대치 중이다. 7박8일 해양영토 대장정에 오른 60여명의 학생들은 둘째 날인 이날 오전 인천 연안부두에서 4시간 배를 타고 백령도에 도착했다. 백령도 첫 방문지는 국토 끝섬전망대. 박찬규 문화관광해설사는 학생들에게 "백령도를 4시간이나 걸리는 산간벽지라고 생각하는데 북한 장산반도에서 출발하면 1시간 거리"라고 설명했다. 전망대 왼편으로는 북한 황해도 장산곶, 오른편으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문했다는 월래도가 희미하게 보였다. 박 해설사는 "백령도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남북이 대척점에서 대립하고 있는 곳"이라며 "서해를 지키는 군사적 요충지이자 북방한계선(NLL) 부근에서 해양 영토를 경계 지어 엄청난 가치가 있는 땅"이라고 강조했다.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위치한 섬으로 장산곶과 불과 17㎞ 떨어져 있다. 1960년대 어선 납북사건,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등 북한과 충돌한 주요 사건은 모두 백령도 부근 서해상에서 발생했다. NLL 경계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중국 어선으로 골치를 앓는 지역도 백령도다. 박 해설사는 "북한 도발에 대응해 백령도를 비롯한 서해 주요 도서를 완전히 요새화했다"며 "백령도는 남북 간 교전이 벌어지면 1년 동안 외부지원 없이 싸울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며 긴장상황을 묘사했다. 국지수(21·금강대)씨는 "뉴스로만 접해 실제로 북한을 보고 경험할 일은 없었는데 이렇게 보니 훨씬 분단현실이 와 닿았다"며 "멀다고 생각했던 북한이 바로 앞에 있으니까 신기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 학생은 "이전까지 북한 도발이 많았는데 좀 줄었느냐"고 물었고 군 관계자는 "확실히 줄었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눈앞에 있는 북한 땅이 신기했는지 중국 어선은 어디서 조업하는지, 함포는 어디 있는지 등 질문을 쏟아냈다. 한국해양재단 관계자는 "꽃게철이면 중국어선이 NLL 부근에 줄 지어 불법조업을 한다"며 "남북이 대치하니까 이웃나라가 바다를 차지한 셈"이라고 뼈아픈 분단 현실을 전했다. 반정훈(25·건국대)씨는 "끝섬전망대에서 북한을 볼 땐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해병 6여단에서 설명을 들어보면 군인들이 생사를 넘나들 정도로 아직 위험한 것 같다"며 "평화 분위기가 확 와 닿진 않지만 북한이 가깝게 보이니 여러 복잡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언덕을 오르며 재잘거리던 학생들도 위령탑 앞에 도착하자 일순 조용해졌다. 학생들을 대표해 각조 조장 8명이 하얀 국화꽃을 탑 앞에 놓고 다같이 10초간 묵념했다. 장인성(24·순천향대)씨는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다는 걸 기억해야겠다고 느꼈다"며 "비록 남북이 이렇게 많이 부딪쳤지만 결국 서로 뭉쳐 협력해야 중국어선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느낀 바를 말했다. 배용현 해양재단 사업팀장은 "백령도는 서해 최북단에 있는 섬이고 북한이 바로 보이는 곳이라 해양 안보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하다"며 "안보 상황을 조금이나마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