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예산안]일자리에 23.5조 푼다…총액·증가폭 사상 최대
공무원 3.6만명 증원…비정규직 1.7만명 정규직 전환혈세만 '줄줄' 효과 미지수…연내 2차 추경엔 난색
'고용 충격'에 놀란 정부가 나랏돈을 과감하게 풀어 민간·공공부문의 직접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2017~2022년)간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로드맵에 따라 내년에 공무원 3만6000명을 충원한다. 공공부문 상시·지속 업무 비정규직 1만7000명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수요가 많고 시급한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9만4000개 늘린다. 정부는 2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19년도 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청년일자리 지원 계속…'직접 일자리' 창출 공들여 내년 일자리 예산은 전체 예산 470조5000억원의 4.99%에 해당하는 23조5000억원이다. 일자리 예산은 고용노동부 예산인 '노동' 부문 일자리 사업과 다른 분야 일자리 사업을 합한 것으로 2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보다 22.0%(4조2000억원) 늘어나 내년 예산안 12개 분야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역대 최고 증가율이던 2016년의 14.1%도 크게 웃돈다. 전체 일자리 예산중 '청년'(15~39세) 일자리 예산으로 2조1543억원이 배정됐다. 절반 가량인 1조374억원이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으로 쓰인다.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 취업해 2년 이상 근무한 만 15∼34세 청년이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1600만원으로 불려주는 제도로 대상자를 올해보다 12만명 더 늘려 총 23만명을 지원하게 된다. 중소·중견기업에 1년 이상 근무한 재직자들이 5년 후 3000만원 넘는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재직자 내일채움공제'에는 2207억원을 투입해 기존 4만명에 5만명을 추가 지원한다. 청년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기업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대상자 수도 18만8000명으로 늘린다. 기존 대상자 수 9만명의 2배가 넘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의 주택 임차보증금 융자 지원 한도는 3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하고 교통 여건이 열악한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중소기업 재직자 15만4000명에게 매월 5만원의 교통비도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중인 온·오프라인 청년센터 20곳에 52억원의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급한다. 청년들의 선(先)취업·후(後)진학을 활성화하기 위해 '후진학 선도형 전문대학' 15개교를 신설한다. 고졸 청년 2만6000명에게 성장유망업종 중소기업 취업시 1인당 300만원의 취업장려금을 주고, 대학 진학 중소기업 재직 청년 9000명에게 학기당 평균 320만원의 주경야독장학금도 지원한다. 만 50세 이상 구직자를 적합직무에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1인당 월 80만원, 중견기업에는 월 40만원을 1년간 지급하는 '신중년 적합직무장려금' 규모를 3000명에서 5000명으로 늘린다. 지역 사회에 필요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중년 경력용 일자리' 2500개를 신설한다. 구조조정을 겪는 조선·자동차업 퇴직자 1100명의 재취업을 돕고 자영업자의 재창업 지원 대상도 6000명까지로 3200명 더 늘린다. 취업 취약계층의 일자리 기회 제공을 위한 예산으로는 2조4476억원을 책정했다. 경력단절 여성의 취업을 돕기 위한 여성새로일하기센터(새일센터) 5곳(158곳→163곳)을 확충하고 아이·노인 돌봄서비스와 같은 여성친화적 일자리를 1만6000개(12만→13만6000개)를 더 늘린다. 이를 위해 올해(9881억원)보다 많은 1조4312억원을 투입하게 된다. 8219억원을 들여 노인 일자리 10만개(51만→61만개)를 확대한다. 장애인 직접일자리 3000개(1만7000→2만개)를 신설하고 발달장애인 직업훈련센터 6곳(7→13곳)을 확충하는데 1945억원을 쓴다. 또 국제개발협력(ODA) 분야 해외 일자리를 750명(5607→6357명) 늘리고 사회적기업 지원 규모를 올해보다 70.7% 증액(2159억→3685억원)해 일자리 창출을 유도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사전 브리핑에서 "내년에는 직접 일자리 창출에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도 "신중년의 재취업 지원 사업과 같은 시장(민간)의 간접적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건 조성 예산도 여러가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 일자리 3.6만명↑···직업훈련 강화도 정부는 내년에 공무원 일자리 3만6000개 늘린다. 이중 국가직 2만1000개는 ▲경찰 6312개 ▲군(軍)무원 5945개 ▲국공립 보건·영양·상담 교원 3346개 ▲집배원 2252개 ▲헌법기관 174개 ▲질병 검역·미세먼지 저감·근로감독 등 생활안전 2587명 등으로 배분·충원한다. 정부는 인건비로 4000억원 쓰일 것으로 봤다. 나머지 1만5000명은 지자체가 뽑고 인건비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활용한다. 공공부문 상시·지속업무 비정규직 1만7000개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또 수요가 많은 보건·요양·여가 등 9만4000개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새로 만든다. 사물인터넷(IoT) 등 선도인력 양성훈련 대상을 600명(700→1300명), 고급훈련 지원 대상을 4000명(2만9000→3만3000명) 각각 더 늘린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1개월 이상 장기 유급휴가 훈련을 떠날 때 지원하는 훈련비 한도도 없앤다. ◇"고용상황 상당히 어려워"…연내 2차 추경엔 난색 문제는 해마다 일자리 예산을 늘리고도 효과가 미미한 데다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채 줄줄 새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와 올해 본예산 기준 일자리 예산은 36조원에 달했고 두 차례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과 일자리안정자금까지 합하면 총 54조원을 퍼부었다. 그런데도 올들어 취업자 수 증가폭은 6개월 연속 10만명 안팎에 머문데다 7월에는 8년 6개월만에 가장 적은 5000명 증가에 그치는 고용 참사가 빚어졌다. 실업자 수는 7개월째 100만명대를 기록해 외환위기 시절을 방불케한다. 앞서 1999년 6월부터 2000년 3월까지 10개월 연속 100만명을 넘어선 적이 있다. 게다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에 따르면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은 최근까지 9000억원 밖에 집행하지 못했다. 또 한 번의 '돈 풀기식' 대책이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 부총리는 "정부의 재정 투입으로 일자리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돌아오는 사회·국가적 투자 편익이 크고 세수 기반이 있으면 과감한 확대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고 직언했다. 다만 그는 "일자리는 어디까지나 민간이 주를 이뤄야 한다"며 "재정을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기업가정신을 북돋우겠다는 의지로 봐달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경제 상황과 고용 여건을 감안할 때 연내 2차 추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지만 정부는 난색을 표한다. 김 부총리는 "지금의 고용 상황이 상당히 어렵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나 국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때의 위기는 결코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도 "(하반기) 일자리 상황이 안 좋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