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日징용 승소 98세 이춘식씨 "와보니 혼자네…슬프고 서운해"
대법원, 5년 만에 원고 승소 판결 원심 확정2005년 2월 소송 제기, 13년 8개월만의 승소소송 당사자 4명 중 혼자 남은 것 오늘 알아"같이 살아서 왔다면 마음 안 아팠을텐데""큰 회사가 몇 명 배상 못하는 것 말 안 돼"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8)씨가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일 이씨 등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고를 지켜보고 나온 이씨 표정은 기쁨보다 착잡함이 느껴졌다. 이씨는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이 숨져 자신이 유일한 생존자라는 것을 이날 알았다고 한다. 이씨는 "오늘 와보니 나 혼자다. 같이 살아서 왔다면 마음이 안 아픈데, 혼자 오니 슬프고 서운하다"면서 "눈물이 많이 나오고 정말 마음이 아프다"며 흐느꼈다. 지난 6월에는 소송 당사자 중 한명인 김규수씨가 고인이 됐다. 김씨 배우자인 최정호씨는 "조금만 일찍 판결이 났으면 본인이 그렇게 한이 됐던 멍울을 풀고 가시기 전에 좋은 날을 맞았을 텐데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에 앞서 1시20분께 법원에 도착한 이씨는 취재진에게 "네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나 혼자다.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감정이 북 받힌 듯 선글라스를 벗고 연신 눈물을 훔치면서도 "오늘 이길 것 같지 않냐"는 질문에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일철주금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은 구 일본제철에서 안정적인 일자리 등을 제공한다고 회유해 일본에 갔지만 1941년부터 1943년 간 고된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1997년 일본 오사카 정부에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일본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고, 2003년 최고 재판소에서도 같은 판결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2005년 서울지방법원에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일본의 확정 판결은 우리나라에서도 인정된다"며 기각됐다. 그러나 2012년 대법원이 "일본 법원의 판결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대한민국 헌법의 가치와 정면 충돌한다"며 앞선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2013년 서울고등법원에서는 원고 일부가 승소했고, 신일철주금 측이 이에 불복하면서 2013년 대법원에 재상고했으나 결국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이 확정됐다.
한편 이씨의 소송을 도와 온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추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일철주금 측에서 판결문에 따른 피해자의 권리를 충족시켜 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일철주금 측에서 반응이 없을 경우 원고 측에서 압류 절차 등을 형식적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김진영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간사는 "큰 회사가 원고 몇 명 배상 못해주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라며 "이후 절차들은 원고 쪽에서 먼저 해달라는 식의 요청을 할 순 없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날 오후 중 예정된 기자회견과 언론사 인터뷰 등을 마친 후 KTX를 타고 광주로 돌아갈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