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현황은③] 위기의 통영 지역경제…성동조선 M&A가 '희망'
경매사의 우렁찬 소리와 중매인들의 손짓 속에 싱싱한 병어, 갈치, 삼치, 고등어 등이 연신 팔려 나갔다. 그러나 한창 활기차야 할 위판장은 어딘가 침울한 분위기다. 어민들은 위판 가격에 불만이고, 중매인들은 걱정이 많은 표정이다. 지난 4일 아침에 1억3000만원어치를 구입했다는 중매인 서명석(65)씨는 "중매인은 어민들이 잡아온 물건을 사주어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먹어주지 않아 고민이다"며 "중매인들마다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어치의 생선을 냉동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씨 주변에 모인 중매인들은 "IMF 때도 이러지 않았다. 수도권 및 대도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정도로 소비가 줄고 있는데도 정부는 모르는 것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통영은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5개 중·소형 조선사와 기자재 공장 등에 2만명 이상의 근로자가 일했지만, 현재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 중이고, 나머지 4개사는 도산해 지역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통영지역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수산업이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관광업도 예전보다 못하다. 인근 거제시에서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흑자(?)를 기록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통영은 언제 불황 터널에서 벗어날 지 알 수 없다. 다만 한때 근로자 9000여명이 일하던 성동조선해양이 새로운 주인을 찾는 M&A(인수·합병) 입찰이 오는 19일 실시될 예정이어서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고 있다. ◇조선업 불황이 몰고온 지역경제 쇠락 올해 11월 현재 인구 13만3942명에 불과한 통영시는 지난 2009~2010년 5개 조선사에 1만7182명(성동조선해양 9000명, SPP조선 1907명, 해진(구 21세기조선) 1311명, 신아SB 3756명, 한국야나세(구 삼호조선) 1208명)이 근무했다. 이외도 가야중공업 등 중소형 조선기자재공장, 2~3차 부품·가공업체 근로자까지 합하면, 당시 3만명가량이 조선업에 종사하며 통영경제를 이끌었다. 그러나 2015년 11월 신아SB가 파산했고, 이에 앞서 21세기조선, 삼호조선 등은 '키코' 손실, 수주 절벽 등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조선산업 침체는 통영지역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역경제는 급속히 얼어붙어 2014년 상반기 7만300명까지 올라갔던 통영시 취업자 수는 이후 꾸준히 떨어져 2017년 하반기에는 6만1800명까지 줄었다. 4년 만에 1만개 가까운 일자리가 사라졌다. 2018년 통영지역 실업율은 6.2%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거제시(7.0%)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상반기 고용조사에 따르면 통영지역 고용률은 51.3%로 지난해보다 7.4%나 하락했다. 이는 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일하는 사람이 노는 사람보다 약간 많다는 것으로, 전국 시·군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때 호황을 누렸던 도남동 신아SB 인근 지역과 광도면 안정국가산업단지 인근 마을은 황폐화됐다. 많은 사람이 오갔던 식당, 술집, 원룸 등은 찾는 사람도 없고, 거래도 되지 않는다. 조선소들의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고, 조선소 진입도로에는 통행 차량도 행인도 거의 없어 을씨년스럽다. 연간 2000억원대에 달하는 인건비가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굴양식업은 지난 여름 태풍과 가뭄 등으로 비만율이 낮아져 수확량이 줄어들었고, 내수 부진으로 가격마저 하락하고 있다. 한창 김장철인 지난달 29일 10㎏들이 생굴 1만1000여 박스가 위판됐고, 가격은 평균 9만5000원에 거래됐다. 예년에 비해 가격은 내려가고 인건비는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잠수기어업은 채취물량 부족과 가격하락 탓에 출어를 못할 때도 있고, 중매인들이 손을 내지 않아 경매가 중단될 때도 있다. 소비가 잘 안되고 가격이 하락하는 때문이다. 지난해 700만명이 찾았던 관광객도 올 여름을 깃점으로 점차 줄고 있다. 통영케이블카 탑승객의 경우 지난해 140만여명이 탑승했지만 올해는 34만여명이 줄어든 106만여명으로 추계하고 있다. 통영유람선협회는 탑승객이 없어 아우성이다. 지난해보다 승객이 절반이나 줄었다는 것이다. 통영관광개발공사 정성근 본부장은 "수도권 관광객이 크게 줄어 통영케이블카 뿐만 아니라 여수, 사천케이블카도 지난해에 비해 탑승객이 줄고 있다"면서 "이는 중부지방과 강원도 지역에 관광 인프라가 확충된 탓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경기가 안 좋은 탓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조선해양 인수·합병은 통영경제의 희망 188만㎡(58만여평) 부지의 성동조선해양은 총체적 위기의 통영경제를 견인할 하나의 희망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성동조선해양은 회사존립 여부를 법원에 맡겼다. 법정관리 중인 것이다. 그동안 성동조선해양 직원 9000여명이 회사를 떠나고, 현재는 무급휴직 670명, 필수요원 130명만 일하고 있다.
창원지법 파산부는 오는 19일 성동조선해양의 M&A(인수·합병)를 위한 입찰을 진행한다. 예상가격은 3000억원대 후반으로 알려졌다. 당초 기획재정부와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이 기대했던 청산가치 7000억원대에는 못미치고 있다. 법원이나 조선소 측에 따르면 M&A희망자는 있는 것 같다. 조선소 입지조건이 통영시 안정국가산업단지에 있고,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당'인데다 시설도 현대식으로 잘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280여척의 중대형 상선 건조 경험도 있다. 여기에 내년 조선 경기 전망도 비교적 밝다. 정부는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과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조선업종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선박 140척을 공공 발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중소 조선사, 기자재 업계가 당면한 금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총 7000억원 규모의 신규 금융지원 및 1조원 규모의 만기연장을 지원한다. 이번 정부의 중소형 조선사 지원 대책은 성동조선해양의 인수합병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는 19일 인수합병이 성사될지에 통영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