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정안으로 최저임금 논란 잠재울까…'땜질 처방' 비판도
"정부, 시계추처럼 왔다갔다…임금체계 자체 혼란"임금체계 변경은 노사합의 사항…"정부가 손봐야"
일각에서는 정부의 오락가락 대책에 임금체계 자체가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금체계를 바꾸기 위해 자율시정기간을 부여한 것도 정부의 책임 회피성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 합의 없이 임금체계를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차제에 아예 임금체계를 정부 차원에서 손을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24일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한 국무회의 논의 결과 최저임금 산정시 기준시간에서 법정 주휴시간을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올해 10월 대법원 판례를 반영해 약정휴일에 대해선 시간과 임금 등 최저임금 시급 산정 방식에서 모두 제외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시행규칙안을 개정하기로 했다. 주휴시간은 1주일간 근무한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할 때 기준이 되는 유급휴일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일요일이다. 약정휴일은 일부 대기업에서 법정 주휴일 외에 노사 약정에 따라 도입하는 휴일을 말한다. 일부 대기업이 토요일을 약정 휴일로 간주해 4~8시간 유급 휴무를 줬다. 당초 정부는 최저임금을 시급으로 계산 할 때 법정주휴시간과 약정휴일시간을 모두 포함하도록 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그러자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기업부담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저임금 시급 계산할 때 소정근로시간(40시간x4.35주·174시간) 뿐 아니라 유급휴일인 일요일(48시간x4.35주·209시간)과 약정휴일인 토요일(56시간x4.35주·243시간)까지 포함할 경우 근로시간이 늘어나 그만큼 시급은 낮아진다. 2019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8350원이다. 일주일에 하루 8시간씩 5일(40시간)을 근무한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148만4220원. 같은 기간 동안 월 시급 계산시간은 174시간이다. 여기에다 '주휴수당'이 포함될 경우 유급휴일(8시간)이 반영돼 일주일에 40시간이 아니라 48시간을 일한 것으로 시급 계산시간이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월급 기준으로 174만5150원(계산시간 209시간)이다. 그러나 노사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시간(토요일 4시간)이 있는 사업장에서는 월 노동시간이 226시간이 된다. 약정휴일시간이 8시간인 곳은 243시간으로 늘어난다. 이 때문에 일요일에다 약정휴일인 토요일까지 유급휴일로 간주하는 일부 기업의 경우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고 경영계는 우려해 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약정휴일에 대해선 시간과 임금 등 최저임금 시급 산정 방식에서 모두 제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최근 신입사원 연봉이 5000만원을 넘는 현대모비스가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한다며 고용노동부의 시정조치를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 장관은 이번 수정안 검토 배경에 대해 "월급제에서 약정휴일 수당을 월급에 포함한 기업의 경우 약정휴일수당에 해당하는 시간 수를 같이 나눠주는 게 계산하기 제일 쉽다"며 "이제까지 현장 관행을 고려해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만들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추가적 임금지급 의무 발생하고 최저임금이 증가하는것 같은 오해가 많이 발생하고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 부분을 제외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도 "약정휴일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시급 산정 시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게 되기 때문에 최근 최저임금법 시행령에 따라 기업부담이 가중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내년부터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취업규칙 개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최장 6개월(3개월+추가 3개월)의 시정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영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조치라며 평가절하 했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에만 존재하는 소위 약정유급휴일에 관한 수당과 해당 시간을 동시에 제외키로 수정한 것은 고용노동부의 기존 입장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 합의 없이는 어떠한 임금체계 변경이 불가능한 기업 현실에서는 최장 6개월의 자율시정기간 부여는 정부의 책임 회피성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며 " 본질적인 문제 해결의 핵심은 자율시정기간 부여가 아니라 최저임금 산정 시 근로 제공이 없고 임금만 주는 시간을 제외하는 것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임금체계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광택 국민대 법학과 명예교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힌 데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니까 꺼내놓은 게 주휴시간을 포함하겠다는 것이었다"며 "사실 이 문제는 대법원 판결과 다르게 정부가 무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정부가 최저임금과 관련해서 콘트롤타워나 철학 없이 한쪽이 반발하면 다른 한쪽을 봐주는 식으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해 온 산물"이라며 "땜질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 보니 계속 문제가 터지고 임금체계 자체가 혼란스러워 지고 있다. 차제에는 대타협을 통한 임금체계 전체를 손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까지 평온하게 대법원 판결에 의해 174시간을 분모로 인해 합법적으로 판단됐던 사안이 법률도 아니고 시행령 하나로 똑같은 사안에 대해 불법화 하는 게 형식 논리로는 문제가 없지만 법적인 불이익을 받게 되는 국민의 관점에서 놓고 보면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주휴수당 존치 여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고정급이 돼서 뺄수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주휴수당 문제는 최저임금 산입과 관련해서는 분모와 분자 모두에서 빼는 게 판단하는 데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