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쌍한 내 아들, 열심히 일한 죄 밖에"…김용균씨 母의 편지(종합)
김미숙씨, 추모제서 아들 향한 편지 준비"배고프면 짬내서 겨우 컵라면 먹었다니""원청 기업 처벌하지 못하는 현실 화나""말 뿐인 위로 말라, 문 대통령 안 만난다"
고(故)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29일 스물넷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을 목놓아 불렀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아들 김씨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지난 22일 이후 열린 두 번째 행사에서 김씨는 아들을 향한 편지를 준비했다. "긴긴밤 그 많은 일을 하느라 고군분투하고, 배고프면 짬내서 겨우 컵라면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또 일했을 것을 생각하니 억울함이 미치도록 가슴을 후벼판다." 김용균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0분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동료에게 발견됐다. 당시 김씨는 협력 업체인 한국발전기술 근로자 소속으로 석탄운송 관련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가 시발점이 돼 이른바 '김용균법'으로 불린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개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용균법 골자는 원청 사업주가 하청 노동자의 안전 관리까지 책임지도록 산업 재해 예방 의무를 확대하고, 노동자가 일하다 사고로 사망했을 때 사업주와 법인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어머니 김씨는 "태안발전소에서 10년 동안 12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하는데, 발전소 하청에게 일을 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용균이 친구들은 하청노동자로 일을 해야 한다"며 "이런 절박한 내용을 (개정안에) 담아내지 못했고 원청 기업을 강력하게 처벌하지 못하는 것도 너무 화가 난다. 죽음의 현장을 당장 멈출 수 없는 것도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산재 사고에 부과하는 형량도 정부안보다 대체로 줄었다. 산재로 노동자가 사망한 경우 원·하청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 상한선도 정부가 제시한 10년이 아닌 현행 7년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가중 처벌 규정을 신설, 5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범했을 경우 그 형의 2분의1까지 가중하도록 했다. 사망 사고 발생 시 안전책임자뿐 아니라 회사에도 함께 부과하는 벌금의 상한선은 현행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김씨는 이날 "아들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지 않고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만나지 않겠다"며 "말로만 하는 약속, 말로만 하는 위로는 필요 없다"고 했다.
이날 자리에는 김용균씨와 유사한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노훈민 한국발전기술 지회장은 이들을 대표해 연대 발언에 나섰다. 노 지회장은 "귀한 아들 용균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유사한 일에 종사하는 다수 노동자를 내 아들과 같다며 국회에서 며칠 동안 절박한 심정으로 애써 주셔서 산안법 개정을 이뤄주시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용균이는 비록 비참하게 세상을 떠났지만 용균이와 같은 젊은 청춘들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현장 노동자로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투쟁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추모제에는 약 30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집회 이후에는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