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기업, 오너가 다시 뛴다③]최태원, SK 임직원 속으로 들어가다
최태원 회장, 올해 임직원 100회 만남 약속...'행복토크' 첫걸음구성원 행복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경영변화 대응' 공감대사회적 가치, SK그룹의 행복창출 방법론...KPI 비중 50%로 확대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회장님의 워라밸 점수는 몇 점인가요?", "애 셋 아빠입니다. 남성 육아휴직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은 뭔가요", "팀원이 팀장을, 팀장이 임원을 택해 일하는 인사제도 도입은 어떨까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서 진행한 '행복토크' 현장에서 임직원에게 받은 묵직한 '돌직구' 질문이다. 최 회장이 구성원과 사회의 행복을 위해 마련한 '행복토크'의 첫 출발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2일 그룹 신년회에서 올해 임직원을 100회 이상 만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자신이 공언한 약속을 즉각 이행하고 나선 것이다. 이날 행사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기존의 틀을 과감히 버렸다. 최 회장은 현장에서 모바일 앱을 이용, 구성원에게 즉석에서 질문을 받고 즉답하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때로는 최 회장이 구성원에게 의견을 되묻기도 했다. 최 회장의 답변은 재치가 넘쳤다. 그는 워라밸을 묻는 질문에 "음…꽝 입니다. 60점 정도 될까요"라며 "제가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까지 그렇게 일하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렇게 말하면 꼰대죠"라고 답해 순간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한국 사회에서 아직 '회장과의 대화'는 어색하기 마련이지만 이날 분위기는 시종일관 토크쇼같이 진행됐다. 최 회장은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컬러풀한 줄무니 양말을 선보이며 "이렇게 양말 하나만 변화를 줘도 주변에서 뭐라 할 수는 있겠으나, 본인 스스로 행복 창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이 있으면 주저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추진해달라"며 호응을 이끌었다. 사전 각본없이 진행된 이번 행사는 최 회장과 구성원들간 솔직하고 격의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때로는 웃음속에, 때로는 박수속에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구성원 행복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경영변화 대응' 공감대 SK는 구성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야 사회적 가치가 원활하게 창출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단합된 힘과 실력을 바탕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하고 있다. 리더들의 희생과 구성원들의 자발적 행복추구가 어우러져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이뤄져야 조직역량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행복토크'는 최 회장이 구성원들과 직접 만나 구체적 실천 과제를 모색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최 회장은 "직장생활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고 조직, 제도, 사람을 바꾸고 새롭게 한다고 긍정적 변화가 한 번에 생기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긍정적 변화를 효과적으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고 조그마한 해결방안부터라도 꾸준히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업무 현장에서 생기는 불편과 애로, 각자가 느끼는 불합리는 대화와 소통, 제 3의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간극을 줄여야 한다"며 "이런 솔루션은 구성원 스스로도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이 외부의 이해관계와 상충한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자"며 "외부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함께 공유, 공생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 SK그룹의 행복창출 방법론...KPI 비중 50%로 확대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행복창출의 방법론으로 제시하며, 대내외 어려운 환경속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이어 핵심성과지표(KPI) 가운데 사회적 가치의 비중을 50%로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최 회장은 지난 2일 신년회를 통해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일까"라며 "그 척도는 사회적 가치"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우선 "회사의 제도 기준을 관리에서 행복으로 바꿔야 한다"며 "단순히 제도만 만들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시행과 적극적 참여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PI의 사회적 가치 비중을 50%까지 늘릴 것"이라며 "완벽한 평가가 되지 못할 지라도 평가를 안하는 것보다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구성원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며 "고객, 주주, 사회 등 범위가 넓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작은 실천의 방법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미 경제적 가치(EV) 창출을 위한 최적화된 시스템이 있다"며 "여기에 인사하기, 칭찬하기, 격려하기 등 작은 실천이 더해진다면 분명 더 행복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한 필수조건일 뿐 아니라, 기업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해왔다. 최 회장은 “기업들이 주주, 고객 등 직접적 이해관계자를 위한 경제적 가치 외에 일반 대중, 시민단체,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위한 사회적 가치도 만들어 내야만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존 시장과 고객을 놓고 서로 뺐거나 뺐기는 제로 섬(Zero-Sum) 게임이 아니라, 다양한 시장 플레이어들과 함께 성장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혁신적인 경영전략이라고 강조한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 추구를 통한 新경영전략의 3가지 방법론으로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인프라로 활용하는 ‘공유 인프라’ ▲사회적 가치 창출 전문가와 함께 협력하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그룹은 지난해 사회적 가치의 구체적 측정을 적극 추진하면서 주요 계열사 정관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경영 목표를 반영하기도 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