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 박진영, 청년실업 그리고 엉뚱한 상상
JYP엔터테인먼트의 시작은 미미했으나 지금은 창대해졌다. 20주년을 맞은 2017년을 기점으로 급성장하더니 지난해 시가 총액 1조원이 넘는 대형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됐다. 서울 성내동에 번듯한 사옥도 마련했다. 직원은 10배가량 많아진 300명. '트와이스' '갓세븐' 등 세계를 호령하는 그룹부터 '스트레이키즈' 같은 주목 받는 신인 그룹, 데뷔 전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걸그룹 '있지(ITZY)' 등 소속 가수 라인업도 화려하다. 박진영은 24일 상암동에서 JYP의 미래에 대한 고민과 나름의 답을 밝혔다. "회사를 시작했을 때 제가 정말 일을 잘하면 도달할 수 있는 총액을 시가 1조원으로 평가했어요. 정말 짜임새 있게 잘하면 영업 이익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1조가 되지 않을까 했죠. 작년에 1조원을 넘기면서 이제 더 잘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고민하게 됐죠." 자신들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지역을 넓히거나, 지역 내에서 수익을 올리거나 가치를 찾거나, 콘텐츠 전달 패키지 방식을 바꾸거나 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 여기서 박진영은 엉뚱한 일을 벌일 수 있는 기발한 상상력을 가진 인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이날 오후 8시 첫 방송하는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슈퍼인턴'을 기획했다. 스펙을 보지 않고 면접 등을 통해 지원자의 열정, 재능 등을 검토해 JYP 인턴 기회를 제공하는 취업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3일 전 채용자가 결정됐고, 주인공은 추후 방송에서 공개한다. 지난해 '슈퍼인턴' 예고가 나간 뒤 서류 전형에만 지원자 6000여명이 몰렸다. 1차로 400명을 가려냈고, 박진영이 검토해 100여명을 통과시켰다. 면접을 통과한 13인 인턴들을 대상으로 미션을 했고, 이 중 합격자가 나오게 된다. JYP에서 크리에이티브 총괄 책임자(CCO)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박진영은 "제가 정말 도움을 받았던 인재분들 중 상당수는 주입식 교육 등의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았어요. 우리 회사에는 그런 분이 많지 않아요. 엉뚱한 상상을 하는 분들이 도움이 되더라고요"라고 귀띔했다.
그래서 사회적인 기준으로 스펙은 쌓지 못 하더라도 영화, 드라마, 음악, 콘서트에 '미쳐 살았던' 이들이 어떻게 하면 회사에 들어올 수 있을 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됐다. 청년 실업률 10%가 됐다는 뉴스도 박진영을 자극했다. "답답해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위로나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방송이 없을까 생각했죠." 박진영이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실력이 우선 크게 눈에 띄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며 팀워크를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했다. JYP는 환경이 좋지만, 엔터테인먼트 업계 중 상당수 회사의 직원들은 열악한 처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영도 방송을 통해 회사를 미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진영은 "방송에서 회사가 미화되면 직원들이 먼저 좌절감을 느낄 것이에요. 저희는 처음부터 '직원들을 가장 사랑하는 회사가 되자'라고 마음 먹었어요. 영업 이익 대비 혜택을 주는 회사가 되고자 했죠. 그럼에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는 않을 겁니다." 평소 신입 직원을 대할 기회가 없었던 박진영은 이번 방송 덕에 신났다. 신인 가수들을 대거 만나서 설렜던 SBS TV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와 비슷한 맥락이다.
박진영은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들의 복지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앞장서는 편이다. 52시간 근무제를 2020년 1월부터 법적으로 적용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슈퍼인턴' 원정우 PD는 "인턴들이 조금 더 무엇인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는데 오히려 인사팀에서 52시간을 철저하게 지켜 제어해주시더라고요. JYP 근무환경은 엔터테인먼트에서 최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52시간 근무제 등 건전한 업계 근로 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정부 등으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아내야 할까. 이 물음에 박진영은 신중했다. "저희가 최근 돈을 벌어서 직원들을 챙겨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지만, 이와 관련 대답을 하면 한쪽에서는 '배부르다'고 볼 수 있어요. 여기에 대답을 해야 하는 분들은 아직 수익이 없어 힘겹게 회사를 유지해야 하는 분들이죠."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유동적이다. 박진영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엠넷을 운영하는 CJ ENM과 협력해서 '슈퍼인턴'을 만들고 있지만, CJ ENM도 가수를 매니지먼트하기 때문에 선의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JYP도 유튜브 등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CJ ENM과 또 다른 방식으로 경쟁할 수 있다. 아울러 넷플릭스, 유튜브 역시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경쟁자다. 박진영은 "인터넷은 국경도 없죠. 갈수록 어마어마한 생존 경쟁이 펼쳐질 겁니다. 설레고 걱정되고 무서운 이유가 같아요. 무한 경쟁이기 때문이죠. 그 상황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질 겁니다. JYP는 세계적으로 중간 아래 정도에요. 더 열심히 해야죠"라며 웃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