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라이징Biz리더]나범수 크리엔자항공 대표 "항공기, 金보다 안전자산"
"항공기는 전세계에 통용되는 자산...글로벌 금융사 앞다퉈 진출""국내 금융사, 항공기 임대업 진출 서둘러야...적극 지원하겠다"
【서울=뉴시스】이종희 기자 = "항공기라는 자산은 변동성이 가장 낮습니다. 금보다도 안전자산이라고 할 수 있죠" 나범수 크리엔자항공 대표는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본사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통해 항공기 임대업의 매력을 이같이 소개했다. 나 대표는 불모지로 여겨졌던 '항공기 임대 사업' 분야를 개척한 인사다. 그는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미국 조지워싱턴대 MBA를 마쳤다. 2003년까지 LG전자 미주법인에서 근무했으며, 이후 헤지펀드로 적을 옮겼다. 그가 처음 항공기 산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8년이었다. 영국 출장 중 고객사의 소개로 항공기 금융에 잔뼈가 굵은 존 샤먼 스펙트럼캐피탈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인연을 맺으며 업계에 첫 발을 내딛었다. 나 대표는 2009년 세리토스홀딩스(Cerritos Holdings)를 설립하고 항공기 금융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했다. 시작은 했지만 첫 계약은 2011년에나 이뤄졌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이후 국내 항공기 계약의 약 80%를 주도하며 자리를 잡았다. 나 대표는 "당시 국내 금융기관은 산업은행을 제외하면 항공기에 투자를 하는 곳이 한 곳도 없었다"며 "사업 시작 직후에는 국내에 금융상품을 팔려고 하는데 금융사의 이해도가 낮은 편이라 애를 먹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 당시 국내 항공기 투자는 대부분 대출 중심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은 지분 투자에 주목하고 있었다. 나 대표는 "항공기 투자의 꽃은 에쿼티(지분) 투자"라며 "좋은 알맹이는 다 해외가 가져가는 상황이 안타까웠다"고 설명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항공기 임대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다만, 가격이 천문학적인 비행기를 구매하려면 자금 동원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그때 이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IMM 인베스트먼트가 손을 내밀었다. 세리토스홀딩스와 IMM 인베스트먼트는 2016년 조인트벤처로 설립한 크리엔자항공(Crianza Aviation)을 설립했다. 국내 유일의 항공기 임대 사업자다. 항공기 임대업은 자동차 장기 렌트와 비슷하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항공기를 리스사가 대신 구매해 항공사에 빌려주는 형태다. 보통 리스사가 항공기를 소유하는 형태로, 항공사는 재무재표에 자산과 부채로 기록되지 않아 이같은 구매 방식을 선호한다. 익히 잘 알고 있는 글로벌 대형항공사도 리스 방식을 이용한다. 국가별 정책에 따라 큰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50%는 리스를 통해 항공기 구매가 이뤄진다. 최근 늘어난 저비용항공사(LCC)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리스 방식으로 항공기를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시장을 살펴보면 100여개 회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금융회사가 항공기 임대업에 진출한 경우가 많다. 안정성이 검증된 항공기 투자는 금융회사의 중요한 포트폴리오 중 하나다. 나 대표는 "항공기는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자산"이라며 "항공사가 망하더라도 리스 계약이 부도가 나는 일은 드물다. 그만큼 안정적인 자산이라는 점에서 금융 회사들이 앞다퉈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국적기를 운항한 항공사가 파산을 선언해도 임대 사업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는 없었다. 스위스에어와 일본항공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오히려 추후에 신용 경색을 우려해 자사 소유 항공기를 먼저 팔아 임대료를 지불했다. 금융회사로서는 항공기 임대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별도의 경쟁을 하지 않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항공기 임대업이 금융회사의 잔치가 된 것은 필연적인 일이다. 시장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사업 초기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도 많았다. 나 대표는 항공 산업이 발달한 중동 지역으로 '무박 3일' 출장을 한 달에 3~4번씩 다니곤 했다. 나 대표는 "항공기 임대 사업은 파트너와의 '관계'로 진행되는 일이 많았다. 관계를 쌓기 위해 찾아갔지만 만나주지 않은 경우도 다반사"라며 "이후 중동지역을 동네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처럼 다녀 오는 일이 잦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설립 3년만에 크리엔자항공은 자산 기준 48위에 오르며 시장에 안착했다. 크리엔자항공이 보유한 항공기는 에어버스 A380 2대, 에어버스 A330-300 2대, 보잉 787-9 3대, 보잉 777-300ER 5대로 총 12대다. 2조2000억원 규모다. 임대 사업으로 출발한 크리엔자항공은 이제 항공 자산 매니지먼트 회사로 도약하고 있다. 크리엔자항공은 20년의 업력을 가진 독일의 항공기 관리 회사 '이스트멀천트(East Merchant)'를 인수한 데 이어, 영국의 항공기 관리 회사 '엠펨(MPAM)'을 지분을 50% 인수했다. 또 항공기 테크니컬 매니지먼트 회사인 AMS 지난해 인수했다. 항공기 구매를 위한 금융지원부터 유지보수까지 종합 관리 시스템을 갖춘 크리엔자항공은 어느덧 살벌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사업자로 우뚝섰다. 최근에는 에어버스가 소유한 금융사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나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이유에 대해 "업계 전체에서 가장 보수적인 포트폴리오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크리엔자항공은 내부적으로 국적기를 운항하는 항공사만 거래하는 투자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이에 주요 고객사는 싱가폴 항공, 에미레이트 항공, 카타르 항공, 에티하드 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 뿐이다. 나 대표는 "비행기 임대업은 계약기간이 보통 12년 정도 된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투자금이 따박따박 들어오는 구조"라며 "이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고 싶다면, 다른 회사의 임대 포트폴리오 전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크리엔자항공은 차근차근 성장하는 안전한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나 대표는 국내 금융사가 항공기 임대 시장에 진출한다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항공기 임대업 시장으로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중국은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임대 사업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기세도 무섭다"고 부연했다. 이어 "국제 항공 산업 콘퍼런스에 참여하면 국내 기업은 크리엔자항공 하나라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며 "다른 국가들은 임대업 네트워크를 통해 공동경쟁하는 모습도 보인다. 만약 국내 기업 중 진출 의사가 있다면 지원을 아끼지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나 대표는 올해 임대업 시장 전망에 대해 새 국제회계기준이 본격 도입됨에 따라 항공기 임대료가 항공사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히면서 단기적인 업황은 부정적일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반적인 항공 산업은 여전히 강세를 보이며 장기적으로는 임대 시장도 동반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 대표는 "항공기를 처음 타보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타본 사람은 없다. 중국, 인도 등에서 폭발적으로 승객이 증가하고 있다"며 "10년 단위로 승객수가 두 배씩 성장한 현재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