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공시항목 12개→62개 확대…부동산 거품 빠지나
원가 부풀리기 사전 차단 VS 분양가 상한제로 실효성↓정부 "분양가 인하+집값 안정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전문가 "분양가 상한제 민간사업으로 확대 실효성 높여"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앞으로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 공시항목이 12개에서 62개로 늘어나면서 주택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아파트 분양가 공개 항목 확대를 놓고 갈등이 재현될 조짐이다. 지난 2012년 12개 항목으로 축소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온 분양원가 공개항목이 62개로 대폭 확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두루뭉술하게 공개된 공사비 항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면 '원가 부풀리기'가 사라져 분양가 인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과 이미 시행중인 분양가 상한제로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 항목이 62개로 늘어나면 분양원가에 적정 이윤을 합친 분양가 거품이 줄어든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또 다른 분양 아파트와 원가 비교 등 검증이 쉬워져 분양가에 낀 거품이 빠지고 건설사의 지나친 폭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분양원가 공개는 내달 중순 입주자 모집공고를 시작하는 아파트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과천과 하남 등 공공택지와 수도권 3기 신도시에서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 효과와 집값 안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른바 ‘미친 집값’을 잡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일각에선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분양원가 공개를 민간사업까지 확대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체 주택시장에서 공공택지에 분양하는 주택 비중은 1~2%에 불과해 파급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향후 주택법 등 법령 개정을 통해 민간사업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추진할 공산이 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공동주택 분양가격 산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토부는 법제처의 심사·고시를 거쳐 내달 중순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는 아파트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 공시항목이 현행 12개에서 62개로 늘어난다. 특히 토목, 건축, 기계설비 등 5개 분야로 구분되던 공사비 항목은 ▲토공사·흙막이공사 등 토목 13개 ▲용접공사·단열공사 등 건축 23개 ▲급수설비·급탕설비 등 기계설비 9개 등으로 세분화 된다. 지난 2007년 주택법 개정 당시 공개항목이 공공주택은 61개, 민간주택은 7개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당시 공공주택 공개 항목을 12개로 축소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는 민간주택을 제외했다. 현재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짓는데 어디에 얼마나 돈을 쓰는지 세세하게 알 수 없다. 분양원가 공개는 중앙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한발 더 앞서갔다. 경기도는 지난해 9월부터 도(직속기관 및 사업소)와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계약금 10억원 이상의 공공건설공사 원가를 도·공사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또 경기도시공사와 민간건설업체가 함께 분양한 아파트의 건설공사 원가도 추가 공개했다. 하지만 건설업계는 이미 분양가 규제를 받고 있어 분양가 공시항목 확대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를 일정 수준 이상 올리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 공시항목 확대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며 "분양가 공시항목 확대는 시장경제 원리에 어긋나고,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공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또 재개발·재건축사업 역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분양가를 관리하고 있다. 또 공공택지에 조성되는 아파트와 재건축 등 민간 아파트는 원가 구조가 달라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택지 아파트와 민간 아파트는 원가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하게 원가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되면서 이른바 '로또 아파트' 문제가 반복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서 분양간 상한제를 민간사업 영역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건설업계에만 원가를 공개하라고 하는 것은 기업의 영업 기밀 등이 드러날 소지가 있고,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12개 항목의 공정을 묶어서 하도급을 추진하는 것보다 공정별로 나눠 하도급을 추진할 경우 원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공공택지에서 분양하는 공동주택의 분양가 공시항목을 확대하더라도 주택시장 안정화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공공택지에서만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사업까지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