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장관이 압박해도 소용無…미세먼지 '재난' 법제화 하세월(종합)
국회 계류 대기환경보전법안 54건·재난안전관리기본법안 3건"미세먼지 대처 통렬한 반성 필요"…이낙연 총리도 공개 질타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강제성을 띄지 않아 지자체의 참여도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지역 주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조례 제정은 더디고, 권고가 아닌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미세먼지 법안 역시 국회에 계류된 채 지금껏 잠만 자는 상태다. 환경부·행정안전부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회에 계류 중인 '대기환경보전법 일부개정법률안'만 모두 54건이다. 여야가 앞다퉈 내놓은 이 안의 대부분은 미세먼지 저감이 목표다. 정확한 대기오염도 측정을 위해 측정망 설치 장소를 선정하는 근거를 두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행법은 환경부 장관과 각 시·도지사에게 대기오염 실태 파악을 위한 측정망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지만, 설치 장소에 대해서는 정하고 있지 않아 정확한 대기오염 측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유치원·어린이집 등 영유아·어린이 이용시설에 인접한 지역과 주거지역 중 인구 밀집지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은 보다 강화된 배출 허용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의 허가를 하면서 따로 유효기간을 두지 않는 현행법을 뜯어고치는 법안 역시 국회에 석 달째 계류돼 있다. 배출시설 허가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설 노후화 등으로 허가 시점보다 대기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거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긴다.
조 장관이 전날(4일)에 이어 이틀 연속 시·도 부단체장들을 불러모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5일에는 공식 업무나 미세먼지 현장 대응에 앞서 재차 경고를 주기 위해 이른 시각인 오전 8시께 회의를 소집했다. 조 장관은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응해 중앙정부와 시도가 비상저감조치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좀처럼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면서 "고농도 미세먼지 장기화에 따라 자칫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성찰하고 총력대응태세를 가다듬어야 할때"라고 했다. 그는 특히 "어제 회의에서(도)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식하고 각 시도에 빈틈없는 대응을 요청드렸는데, 시도 단체장들이 고농도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인식하는 (정부와) 같은 생각인지 걱정이 앞선다. 거듭 말하지만 미세먼지는 국민이 가장 중요한 환경 문제로 인식하는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좀더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현행)법상의 대책은 시행되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온도차가 있다. 시도지사가 어느 정도 의지와 뜻을 가지고 저감조치를 시행하느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며 "경유차 5등급 운행 제한도 조례가 제정된 서울에서만 강제시행될 뿐 경기도나 그 밖의 지역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제도의 부족 또는 부재라는 현실적 문제가 있다"면서도 "비상저감조치는 지역별 맞춤형으로 추진해야 될 것이 많다. (추후 마련할) 추가 대책도 지역별 차이를 어떻게 적용·해결해 일괄적으로 시행하느냐에 효과(성패)가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미세먼지 대책에 모든 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대응해야 한다. 제대로 대처하고 있는지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단기간 미세먼지를 완전 해소하기는 어렵겠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솔선수범을 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질책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