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피아니스트 랑랑, 아리랑을 연주한 이유
중국 출신 '클래식계 수퍼스타' 피아니스트 랑랑(37)이 29일 유니버설뮤직 그룹 산하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을 통해 새 솔로 앨범 '피아노 북'을 발매한다. 피아니스트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곡들을 담았다. 베토벤 '엘리제를 위하여', 드뷔시 '달빛', 바흐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1권–전주곡 C장조' 등 세대를 막론하고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며 듣던 곡들이 담겨있다. 무엇보다 특기할 만한 점은 한국 라이선스 앨범에 한국의 '아리랑'을 담은 것을 비롯 각 나라 에디션 별로 스웨덴의 '리무, 리무, 리마(Limu, limu, lima)', 중국 민요 '모리화'를 수록하는 등 나라의 특정 문화가 담긴 음악들도 선곡했다. 연주 여행을 다니며 각 나라의 문화를 접하게 된 랑랑은 민요는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하는 데 중요한 역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e-메일 인터뷰에서 "내 고향인 선양에는 100만명 정도의 사람들의 조상이 한국인이다. 때문에 종종 제 학교친구들로부터 한국의 민요와 노래들을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학교에서 장기자랑이나 행사들이 있을 때 한국의 배경을 가진 친구들은 매우 아름다운 노래들을 들려줬다. K팝 역시 매우 감정적이고 열정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번에 아리랑은 '살짝 느리게 연주'했다. "느린 속도 속에서 피아노의 화음들이 좀 더 유지되길 바랐다"는 마음이다. 한국, 일본, 중국 등 동아시아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고 봤다. "여러분이 보듯이 뛰어난 한국인 음악가들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나의 좋은 친구,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처럼 말이다. 지난해 베를린에서 조성진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낼 기회가 있었다. 같은 해 뮌헨에서 같이 송년음악회를 연주하기도 했다." 2017년 영국의 거장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의 협연자가 랑랑이었다가, 건강 상의 이유로 조성진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조성진은 정말 다정하다. 지난해 11월 독일에서 DG 120주년 행사 때 백스테이지로 찾아와서 '이렇게 다시 연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나 역시 나를 대신해서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할 수 있게 된 점 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조성진에게 '충분히 자격있다'라고 이야기해줬다. 그때부터 매우 가깝게 지내고 있다." 지난해 독일 뮌헨에서 함께 송년음악회를 연주하면서 조성진은 모차르트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자신은 모차르트와 중국 민요를 연주했는데 같은 호텔에서 2일 동안 아침식사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잘 알게 됐고 매우 친해졌다고 흡족해했다. 영화 '아멜리에' 삽입곡 '발스 드아멜리에(Valse d'Amélie)', 막스 리히터 '더 디파처(The Departure)', 류이치 사카모토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런스' 등 TV나 영화를 통해 들어본 음악도 함께 앨범에 삽입했다. "어떤 면에서 좋은 영화음악은 피아니스트에게 영감을 줄 수 있고 연주를 하게 만든다. 왜냐면 그 곡들은 매우 감정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하고 많은 등장인물들의 성격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어떤 멜로디는 직접적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의 언어를 대변하기도 하다." 중국어로 '빛'을 의미하는 이름의 랑랑은 가장 몸값이 비싼 피아니스트다. 17세 때 시카고 심포니의 '갈라 오브 더 센추리' 공연에서 차이콥스키의 협주곡을 연주하며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미국 주간 '타임'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뽑기도 했다. 공연마다 매진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헤비메탈의 살아있는 전설 '메탈리카'나 한국의 가수 싸이와 인순이 등 대중음악 스타들과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창조적인 무대를 꾸미고 있다. 2013년 UN 평화대사 활동을 비롯해 베이징 올림픽, 노벨 평화상 시상식 연주 등을 통해 문화 아이콘으로 점차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랑랑은 예비 음악인들의 교육과 후원을 위해 2008년 '랑랑 국제 음악재단'을 설립했다. 특히 100명의 청소년들과 피아노를 함께 연주하는 '101 피아니스트' 공연을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토론토, 런던, 로마, 암스테르담, 파리, 밴쿠버, 심천 등에서 진행해왔다. 2016년 12월 롯데콘서트홀에서도 예비 피아니스트 100명과 함께 공연했다. "한국에서 공연을 할 때면 무대로 나가는 순간 관객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 늘 연주하는 것이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돌아봤다. 내년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으로 다시 내한할 예정이다. "아마도 다음 앨범은 바흐의 변주곡이 될 것 같다. 이 프로젝트는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남은 1년동안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해보고 이 어려운 작품을 시작해 봐야 할 것 같다." "거만한 사람이 아니라 늘 겸손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어야 한더. 만약 거만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면 아마 배우는 것을 멈추게 될 수 있다. 나로만 모든 것이 채워지는 순간 스스로 바보가 될 것이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