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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나나랜드..혼자 노래하고 사진찍고 작명쇼

등록 2019-03-13 18:15:24   최종수정 2019-03-25 11: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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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 상설전 '조던 매터'전도 함께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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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사비나미술관에서 드라마같은 사진을 혼자서 찍어볼수 있다. 쁘레카(신재은+최진연), 1인가구 사진관, 사진, 촬영용 의자, 인터뷰 기록, 2016-2017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인 가구 시대, 혼족 시대. 현대미술도 동참했다.

서울 은평구 1호 미술관 사비나미술관이 올해 첫 기획전 '나나랜드:나답게 산다'전을 14일 개막했다.

연인과, 가족과 친구와 함께 아니어도 딱 좋은 전시다. 전시장에 노래방, 사진관, 작명쇼까지 펼쳐 혼자온 관람객도 어색하지 않게 즐겨볼수 있다.

'나나랜드'전은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19'에 꼽힌 '나나랜드'에서 착안됐다. ‘나나랜드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나나랜드의 사람들(나나랜더)에게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 기준보다 중요한 것은 나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은 바로 ‘나’의 기준이라고 믿는다. 

나를 긍정하고 사랑하며,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는, 기준을 버리고 경계를 지워 가려는 나나랜더들의 움직임은 동시대 삶의 태도와 문화,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시는 ‘가장 나다운 것’을 발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의 의식 변화와 사회현상을 보여준다. 사비나미술관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첫 협력 전시다.

작가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돌아보고 나다움을 찾고 작업으로 선보인 작품들을 소개한다. '나답게 산다' 주제처럼 결국 작품들은 ‘나 자신’에게 향해 있고, 나에게 집중하고 나를 관찰하는 계기를 선사한다. 나다움과 그들다움에 대한 이야기가 예술가의 자화상인 동시에 참여자인 관객의 자화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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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사비나미술관은 '나답게 산다'를 주제로 올해 첫 기획전 나나랜더전을 14일 개막했다. 사진작가 노세환의 신작 설치물 '저울은 금과 납을 구분하지 않는다'를 제목으로 한 거대한 모빌이 전시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기존 고정관념을 흔들고 질문을 던지며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발견하라고 부추킨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을 바꾸는 작명쇼를 통해 나의 이름을 찾고 만들거나, 남성 시선의 대상이 되어온 여성이 시선의 주체가 되어 남성을 바라보며 새로운 구도를 짜기도 한다. 사회적 고정관념 속에서 혁신적인 역할을 찾아 나섰던 인물들을 재조명해 이들의 초상으로 화폐를 개혁하는 프로젝트를 펼치기도 한다.

구혜영(통쫘)은 현란한 '작명쇼'를 펼치고 로또기계로 스스로의 이름의 작명할수 있게 도와준다. 쁘레카의 '1인 가구 사진관'은 나만의 1인 가족 사진을 찍어볼수 있다.  2016년부터 촬영한 1인가구 사진과 소파를 설치하고, 관객 혼자 또는 어느 대상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있다.

반거울 노래방도 설치되어 있다. 설치작가 고재욱은 1인용 동전 노래방 형식의 'DIE for'를 소개한다. 진짜 노래방기계가 설치되어 혼자 앉아 노래를 불러볼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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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사비나미술관에서 '작명쇼'를 연 구혜영(통쫘)작가가 로또추첨기계를 통해 관람객의 자발적인 이름을 지어주고 있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을 규정하는 고정 관념을 깨주는 작품도 있다. 경계를 구분하지 않고 차용하고, 공유하는 ‘젠더 뉴트럴(gender neutral: 성 중립)’ 움직임을 느껴볼수 있다.  젠더 뉴트럴은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이분법을 없애고, 대립 개념이 아닌, 중립성을 지향하고 아예 성의 구분 자체를 없앤다.

외적 평가 기준을 버리고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하는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도 볼수 있다. 인종과 장애 또는 남과 다른 외모로 차별 받거나 단점으로 치부되어온 특징을 당당히 드러내고, 타인의 다름 역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타투작가 김준은 젠더 뉴트럴에 주목한 신작을 소개한다. 남성도 여성도 아닌, 흔적이 지워져 새로운 젠더가 된 이미지의 향연이다.

사진작가 윤정미는 국내 처음으로 사진속 장면을 설치작업으로 선보인다. '핑크 & 블루 프로젝트'를 전시공간에 옮겨 놓았다. '핑크 & 블루 프로젝트 III' 연작 사진과 함께 이를 재현해 설치되는 핑크 스페이스과 블루 스페이스는 젠더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이 아닌, 젠더의 경계를 오가고 바꾸며, 지워나가는 공간으로 치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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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사비나미술관이 '나답게 산다'를 주제로 연 나나랜더전에는 노래방이 설치되어 있다. 고재욱 작가의 작품으로 반거울로 제작된 박스안에는 진짜 노래방 기계가 있어 혼자 노래를 부를수 있다.

사비나미술관은 '나나랜드'전과 함께 소장품 특별전으로 뉴욕 사진작가 조던 매터의 사진전도 연다. 조던 매터는 트램펄린이나 와이어, 안전장치 없이 도약하는 무용수의 정직한 신체의 움직임을 순간 포착하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지난 2013년 아시아에서의 첫 전시였던 사비나미술관의 '우리 삶이 춤이 된다면'사진전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미술관 4,5층에서 여는 이번 특별전에는 '나나랜드'전의 주제와 연계된 사진 26점, 메이킹 필름을 상영한다.

'나나랜드전'에는 21명의 작가의 회화 사진 설치 영상 조각등 64점이 전시됐다. 고재욱, 구혜영(통쫘), 다발 킴, 김미루, 김승현, 김준, 김화현, 노세환, 박영숙, 쁘레카(신재은+최진연), 신형섭, 안지산, 유화수+이지양, 윤정미, 이순종, 이원우, 조영주, 천경우, 황영자, 안띠 라이티넨(Antti Laitinen), 엠마 핵(Emma Hack) 등이 참여했다, 전시는 7월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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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사비나미술관 나나랜더전에 선보인 김화현의 군선도(부분). 순지에 수묵담채로 꽃미남들을 그려낸 작품은 성의 이분법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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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사비나미술관에 펼친 윤정미이 핑크 스페이스&블루스페이스. 사진으로만 보던 이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전시공간에 옮겨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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