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레전드들, 음악의 고향 '어게인 학전 콘서트'
들국화 출신 전인권(65)은 19일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맞아요, 자랑이에요"라며 웃었다. 그가 7년 만에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선다. 극단 학전의 김민기 대표가 29일부터 5월19일까지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어게인(Again), 학전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펼치는 가수들의 릴레이 공연을 통해서다. 전인권은 들국화의 '2막1장' 공연 당시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앙코르 공연까지 추가했다. 방석을 깐 보조석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이번에는 7인으로 구성된 전인권 밴드와 함께 무대에 오른다. "신곡인데, 멜로디에 제 의견을 실어 들려드릴 겁니다. 김민기 대표 노래도 해요"라고 했다. 이번 릴레이 콘서트는 전인권(29일~4월3일)이 포문을 열고 김수철(4월 5~7일), 김현철(4월 9~10일), YB(4월 12~14일), 권진원(4월 16~17일), 안치환(4월 19~21일), 웅산(4월 23~24일), 강산에(4월 26~28일), 유재하 동문회(4월30일~5월2일), 정원영(5월 4~5 일), 조동희가 중심이 된 푸른 곰팡이(5월 7~8일), 김광민(5월 10~12일), 노영심(5월 13~15일), 김광석 다시 부르기 팀(5월 17~19일)이 바통을 이어 받는다.
당시 대중음악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댄스 음악과 아이돌문화다. 대신 통기타를 들고 노래하던 가수들은 점차 설 곳을 잃어갔다. 김민기는 무대를 찾아 헤매는 이들에게 학전이라는 공간을 제공했다. 이후 대학로 일대에는 라이브 콘서트 전문 공연장이 대거 생겨났다. 홍대 라이브 공연장으로 확산됐다. 김광석은 1993년부터 1995년까지 학전에서 1000회 장기공연을 했다. 이 소극장 앞에는 김광석의 흉상이 있다. 노찾사, 노영심, 권진원, 강승원 등 포크 뮤지션들도 이곳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다.
YB의 보컬 윤도현에게 학전은 고향과 같은 곳이다. 그는 "이곳에서 제가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라고 잘라 말했다. 1994년 1집 '가을 우체국 앞에서'로 데뷔한 윤도현은 1995년 극단 학전 '개똥이'로 뮤지컬에 처음 출연했다. 윤도현은 "김민기 대표님을 만나 뮤지컬을 시작했고, 이후에도 뮤지컬을 할 수 있었어요. '라이브 배우'로 시작하는 첫 무대였죠"라고 했다. YB는 현재 준비 중인 10집에 실릴 곡으로 미발표 노래를 시작으로, 거꾸로 1집까지 노래하는 순서로 세트리스트를 짜고 있다.
유재하 동문회는 유재하 경연대회 출신의 신예 뮤지션들이 함께 무대를 꾸린다. 대미는 김광석 노래 부르기 팀이 장식한다. 박학기, 유리상자, 동물원, 한동준, 장필순, 자전거 탄 풍경 등이 합을 이룬다. 뮤지션들이 서로가 서로의 공연에 게스트로 출연하는 등 전체적으로 함께 어우러진다. 강산에는 "동창회 같이 따듯해서 좋다"며 껄껄거렸다. 김광석 다시 부르기를 비롯해 학전 공연의 실무를 맡고 있는 박학기는 "가수들은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병풍이 될 때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학전이 보여줘요"라며 즐거워했다. "요즘 아이돌 음악처럼 경쟁력 있는 음악이 많지만 저희가 하는 음악 역시 가치가 있고 자부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김민기 대표는 "해온 많은 작품을 다시 수정, 보완하고 공연하며 그간 걸어온 길을 단단히 다지고, 앞으로 걸어갈 길의 방향을 정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는 상징성을 보다 확고히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