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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이숙·우미화·손종학·박호산, 이래서 연극···'인형의집 파트2'

등록 2019-03-21 06:06:00   최종수정 2019-04-01 09: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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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손종학, 서이숙, 우미화, 박호산 ⓒLG아트센터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작가로 성공해 15년 만에 집으로 돌아온 '노라'는 가족들과 각개전투를 벌인다. 남편 '토르발트'가 자신이 떠난 후 이혼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에게 공식적으로 이혼장을 접수하라고 요청하러 다시 왔다.

노라는 유모 '앤 마리', 남편 토르발트, 딸 '에미'를 차례로 만나며 설전을 벌인다. 각성한 로라의 주장은 분명하지만, 그에 맞서 저마다 논리를 펼치는 이들 역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1879년 초연한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인형의 집'은 사회가 요구한 역에 갇혀 자기 자신으로 살지 못한 노라가 자신을 찾는 이야기다. 모든 것을 버리고 집을 나가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미국 극작가 루카스 네이스가 쓴 '인형의 집 파트2'는 '인형의 집' 이후 15년을 상상한 작품이다. 네이스는 지난해 한국에서 대형교회를 화두로 다양한 논쟁거리를 던진 '크리스천스'로 유명한 작가다. 그는 노라가 떠난 후 남겨진 자들은 어떤 삶을 살았으며, 떠난 그녀는 원하는 삶을 온전히 살았을까라는 궁금증을 품었다.

'인형의 집 파트2'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노라와 남겨진 사람들은 미처 예상 못한 서로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노라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
 
LA타임스는 "경이로운 연기가 있는 올해 최고의 연극 중 하나···자유 대 책임, 애착 대 고독, 안정 대 자아실현, 관점의 충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평했는데, 이는 배우 연기에 상당 부분 빚진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100석 규모의 LG아트센터를 배우들의 대사와 합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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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집 파트2' 손종학·서이숙 ⓒLG아트센터
노라 역에 서이숙(52)·우미화(45), 토르발트 역에 손종학(52)·박호산(47) 등 대학로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캐스팅된 이유다. 우미화는 "거의 토론 연극 수준이에요. 작가가 무대가 원형극장 형태라고 괜찮다고 썼는데, 토론하고 말을 주고받는 느낌이 들어요"라고 했다.

노라가 성공해서 돌아온다는 점을 특기할 만하다. 몇몇 작가가 ‘포스트 인형의 집’을 다뤘지만 다 결국 힘든 삶을 살다가 비극으로 귀결됐다고 우미화는 전했다.

박호산은 "차력을 공부하고 있다"고 웃으며 부담감을 대신했다. "배우들이 말로 막 싸워요. 대사적인 스펙터클이 강하죠. 근데 그렇게 부딪히는 것이 재미있어요."

 작품은 인물들의 설전과 대립을 통해 다양한 층위와 상황을 보여준다. 저마다 옳다고 믿는 것이 있고, 그렇게 보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예컨대 원작 '인형의 집'에서 집을 떠나는 것이 노라는 해결책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인형의 집 파트2'에서 토르발트는 "같이 해결하는 것 대신, 당신은 도망갔다"고 비난한다.

손종학은 "토르발트의 대사 중에 '정말 사는 게 어렵다'는 것이 있어요.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산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서이숙도 "두 자아가 만나서 하나의 자아로 합쳐지고, 서로의 존재를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봤다. 

토르발트는 노라를 인형처럼 대했지만, 성실하고 주변사람들에게도 친절해 지역에서 존경 받는 은행장이었다. 손종학은 "토르발트는 '남자는 그래야 한다'는 것과 가장이라는 굴레 때문에 눌러 왔던 것이 많고 그것이 표출됐을 때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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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집 파트2' 우미화·박호산 ⓒLG아트센터
작품은 19세기 말이 배경이다. 손종학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며 작품의 현재성을 부각했다. 서이숙 역시 "'인형의 집'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1세기가 지나도 여전히 해결이 안 됐고, 이 작품들에서 끊임없이 하는 이야기는 파트3로도 이어질 것 같아요"라면서 "서로 문제점을 직시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이 작품 핵심인데 그래도 인물이 성장하고 있구나라고 관객들이 생각하면 그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파트2에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서이숙은 "인물들이 15년 동안 깨우쳐서 성숙한 상태에서 와야 하는데, 다시 근본적인 것에서 논쟁을 시작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파트2의 발상 자체는 정말 아름다워요. 그런데 결국 제도에 세뇌 당해, 뿌리 깊이 박힌 부분이 있어 똑같이 출발하는 거죠. 반복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그 변하지 않는 아집이 아쉽다는 거죠. 근데 인간은 다 그렇게 같거든요. 그 부딪히는 것이 재미가 있어야 하죠. 그 부분을 어떻게 살릴까 고민 중이에요."

최근 대학로에서 불고 있는 여성 중심의 서사보다는 인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우미화는 "성별에 대한 개념으로 구분하기보다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고 있느냐'를 봤으면 해요"라고 청했다. "대본에서 여자라는 말을 많이 지웠어요. 대신 우리, 사람으로 고친 부분도 꽤 됩니다."

박호산도 "작품은 평등을 이야기해요. 작가가 바라봤던 사회적인 입장에서, 왜 강자가 생겼고 왜 약자가 생겼는지를 보는 것 같죠"라고 이해했다. 

다루는 소재와 문제의식은 진중하지만 마냥 무겁지 만은 않다. 네이스의 전작 '크리스천스'처럼 인물들이 부딪히는 순간에 빚어지는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와 반응이 재미도 준다. 박호산은 "무거운 분위기를 싫어하는 분들에게 오히려 잘 맞는 작품이에요. 누구나 가정이 있으니 공감할 만한 요소도 많고요"라고 했다.

페어가 아닌 교차해서 부부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인연은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있다. 손종학과 서이숙은 드라마 '역적 : 백성을 훔친 도적'에 부부로 나왔고, 영화 '왕의 남자' 원작 연극 '이(爾)'에서 박호산이 공길, 우미화가 녹수를 연기한 적이 있다. 연극 '줄리어스 시저'에서 손종학이 시저, 박호산의 그의 오른팔 안토니를 연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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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손종학, 우미화, 서이숙, 박호산 ⓒLG아트센터
서이숙은 "종학씨가 말이 느린데, 호흡이 딱 토르발트이고 호산씨는 반대로 재기발랄해 생생함이 느껴져요. 그러니 상대 배우에 따라 제 해석도 달라져요"라며 웃었다.

TV드라마와 영화 활동을 활발히 하는 손종학, 서이숙, 박호산은 고향인 무대도 자연스럽게 오간다. 손종학은 영화 '공모자들' '화이' '검은사제들' '내부자들', 드라마 '미생' '밀회' '아는 와이프' 등에 출연했고, 서이숙은 드라마 '내 뒤에 테리우스' '육룡이 나르샤' '상속자들'에 나왔다. 박호산은 영화 '족구왕'으로 주목 받고,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나의 아저씨'로 크게 이름을 알렸다.

서이숙은 "연극은 의무이고 아무 이유 없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박호산도 "공연을 하고 싶으니까"라고 한다. 'TV드라마는 감독의 예술, 배우는 무대의 예술'이라는 손종호의 말마따나 박호산은 "무대는 상대 배우의 컨디션에 따라 저희 연기도 달라지는데, 배우들은 즉 편집자가 되는 셈"이라고 여겼다. "반면 TV드라마는 티스푼으로 진수성찬을 먹는 느낌이에요. 좋은 것이 많지만, (편집이 되다 보니) 한번에 조금씩 먹어야 하니까요."

'매체 새내기' 배우를 자처한 우미화는 "집은 여기(연극)이고 TV드라마는 잠깐 갈 수 있는 이웃집 같아요"라고 표현했다. 그녀는 최근 JTBC 'SKY 캐슬'에서 '도훈 엄마'로 얼굴을 알렸다. "우리 집에서는 곰삭은 홍어도 먹을 수 있는데 이웃집에서는 아직 겉절이를 조심스레 먹는 수준이죠. (매체에서는) 좀 더 숙성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편 노라가 떠난 가정을 지킨 유모 앤 마리 역에는 배우 전국향, 성인이 돼 엄마를 처음 대면하게 된 노라의 딸 에미 역에는 배우 이경미가 캐스팅됐다. 연극 '하이젠버그' '비너스 인 퍼',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등으로 감성과 감각을 뽐낸 김민정이 연출이다. 4월 10~28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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