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실패, 대체 누구 잘못일까···편혜영 소설집 '소년이로'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편혜영(47)의 소설집 '소년이로'는 어른의 의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으로 어른에게 많은 인내가 요구되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해도 다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표제작을 비롯해 '우리가 나란히' '식물 애호' 등 8편이 실렸다. 절망적인 일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너무나도 다정하던 아버지는 외할아버지의 병간호를 하며 다정함을 잃어가고('다음 손님'), 성실히 일했을 뿐인데 속수무책으로 큰 부상을 입게 되고('원더박스'), 용량대로 제초제를 사용했지만 마당은 엉망이 되어버린다('잔디'). 편 작가는 "이 책에 '우리들의 실패'라는 제목을 붙여두었다"고 했다. "우연에 미숙하고, 두려워서 모른 척하거나 오직 잃은 것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그랬다. 하지만 아픈 사람들이 많은 소설이어서 실패라는 말을 나란히 두기 힘들었다. 앞으로 쓸 이야기들을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기다려왔다. 다섯번째 소설집이자 열번째 책이다. 처음 소설을 쓸 때만 해도 생각지 못한 차례의 책. 곁에 있는 사람들의 배려로 계속 쓸 수 있었다." 섬세한 필치로 인생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터졌을 때 한 번에 무너져버리는 사람의 마음, 인간관계를 짚었다. 우리는 상상도 못한 일 앞에서 온몸이 굳어버린 듯 당황하고, 정처없이 방황한다. 소설에서는 결국 하나의 질문에 집착하기에 이른다. "대체 누구 잘못이냐고, 누구의 잘못으로 내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냐고." "유는 누워 있는 아버지를 안았다. 가느다란 여러 개의 호스가 방해되었지만 여전히 품이 따뜻했다. 미약하게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유의 박동과 비슷한 간격이었다. 유는 누군가 안을 때면 사람마다 박동의 간격이 얼마나 다른지 깨달았는데, 아버지와는 거의 비슷했다. 그러자 할 만큼 했다는 형의 말에 아무 반박도 안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종종 문자메시지에서 본 욕설이 떠오른다. 담당자와 통화하며 억울한 표정을 짓는 남편을 볼 때, 길에서 어떤 남자가 툭 부딪히고도 사과하지 않고 가버릴 때, 계산하려고 내려놓은 물건을 슈퍼마켓 계산원이 무심코 바닥에 떨어뜨릴 때, 그럴 때면 욕을 욱여넣기 위해 입술을 깨무는 기분을 느껴야 한다." 256쪽, 1만3000원, 문학과지성사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