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스마트폰이 사라진 자리, 아이들은 대화로 채웠다
스마트폰 없은 생활 초기 적응 어렵던 아이들또래 활동 늘며 스마트폰 멀어져…소통 증가퇴소 후 자제력 유지는 미지수도…"할 게 없다"관심·환경이 과의존 영향…"믿어달라" 호소도
지난 3일 방문한 전북 무주군 인터넷 드림마을에는 9기 청소년들이 퇴소를 하루 앞두고 있었다. 인터넷 드림마을은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곳으로 청소년의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을 치유하기 위해 일체의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이들은 무언가에 '중독' 됐다거나 '질병'에 걸렸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해맑고 건강했다. 헬스 동아리에 참가하는 청소년들은 큰 소리로 구령을 붙이며 강사의 동작을 따라했고 서로의 동작을 보며 웃음을 멈추질 않았다. 이들에게는 요가나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는 핸드 클립, 명화 그리기, 만들기 등 동아리도 제공된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검사와 상담을 통해 치유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와 입소하게 된 청소년이다. 새벽까지 게임을 하다가 학교를 결석하기도 하고, 인터넷·스마트폰 이용을 놓고 부모와 갈등을 빚어 가출까지 한 청소년도 있다. 이 청소년들이 처음부터 인터넷·스마트폰 없는 생활에 익숙해진 것은 아니다. 15세 김모양은 "여기 온 지 얼마 안됐을 땐 휴대전화 생각만 자꾸 나고 집에 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멘토 조수미씨도 "아이들이 처음엔 집에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고 지루해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배경에는 집단생활이 있었다. 아이들은 입소한 이후부터 바로 옆에 있는 친구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에 같이 참여하고 시간을 함께 보냈다. 13세 김모양은 "처음엔 여기에 왜 왔나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같이 놀이동산도 가고 활동을 같이 하니까 스마트폰을 할 생각이 날라갔다"고 말했다. 14세 박모양도 "친구들과 같이 행운팔찌를 만들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처음에는 휴대폰 없이 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휴대폰이 없어도 놀게 많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상담 역시 인터넷·스마트폰 의존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집단상담을 통해 아이들은 왜 스마트폰에 중독됐는지,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공유했다. 상담심리학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아이들과 일대일로 매칭돼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 멘토 나영우씨는 "이 아이들을 과의존이라고 낙인찍지 않고 요즘 인기가 많은 방탄소년단이라던지 관심을 가질만한 대상을 주제로 대화를 유도하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연다"고 설명했다.
13세 김모양은 "퇴소한 이후에는 스마트폰을 끊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있으면 휴대전화를 할 생각이 날아가지만 다시 돌아가면 휴대전화를 끊었을 때 할 게 없다"고 토로했다. 14세 박모양도 "퇴소하면 이전이랑 똑같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안 하는 시간에 본인이 하고 싶은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지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친구들과 놀러다니고 싶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주변의 관심과 환경이 스마트폰 과의존 해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조언한다. 캠프운영부 하진미씨는 "부모님이 방치한 아이들의 경우 여기에 와서 자신을 챙겨주는 경험이 엄청난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느끼고 나갈 때 울면서 헤어지기 싫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멘토 신희지씨는 "생각보다 환경적 부분이 크다는 걸 많이 느낀다"며 "과의존 아이들이 보통 부모의 통제가 부족하거나 본인이 흥미를 느낄만한 다른 대안 활동이 없거나 친구관계가 안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문제들이 과의존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이라며 "과의존만 보는 게 아니라 과의존에 빠져들게 하는 환경을 같이 다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말미에 한 청소년은 다시 돌아갈 가족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 청소년은 아버지가 강압적이었다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천천히 화내지 말고 편하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어요. 날 믿어주고 내가 휴대전화 사용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게 도와주면 좋겠어요."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