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소형목선 1척에 뻥 뚫린 해안경계…'노크·대기 귀순' 판박이
12일 NLL 넘어 57시간 영해 머물다 삼척항 부두 정박민간인이 112 신고 전까지 군·해경 전혀 식별 못해2012년 노크귀순·2015년 대기귀순 이어 해상도 뚫려당시 경계 책임자 줄줄이 징계…대규모 문책 불가피
【서울=뉴시스】오종택 기자 = 귀순을 목적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소형목선 1척에 군의 해상 감시망이 뻥 뚫렸다. 북한 어선은 NLL을 넘어 3일 동안이나 우리 영해를 휘젓고 삼척항에 입항해 지난 2012년 '노크 귀순', 2015년 '대기 귀순'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삼척항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은 기관 고장에 의해 표류한 것이 아닌 처음부터 귀순 목적을 가지고 NLL을 넘었다. 지난 9일 북한 함경북도에서 출항한 이 어선은 11~12일 NLL 북방에서 위장 어업활동을 하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NLL 이남으로 내려왔다. 울릉도 동북방 해상에서 머물며 기회를 엿보다 13일 오후 8시 육지가 있는 쪽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14일 밤 9시 삼척 인근 해상에 도착한 어선은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해 엔진을 끈 채로 날이 밝기만을 기다렸다. 동이 트자 삼척항으로 유유히 들어와 정박했다. 어선에는 북한 주민 4명이 타고 있었고, 이들 중 일부는 배에서 내려 탈북한 친척에게 연락하겠다며 민간인에게 휴대전화를 빌리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은 소형 어선을 타고 NLL을 넘어 울릉도 동북방 해상에 표류했다가 삼척항으로 이동하는 동안 군의 어떤 경계 감시망에도 포착되지 않았다. 당시 NLL 부근으로 경비함 수척과 P-3 해상초계기, 해상작전헬기 등이 경계 작전에 투입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말부터 NLL 인근에서 조업활동을 하는 북측 어선이 급증하면서 군은 경계작전을 강화했다. 15일 새벽 삼척항 인근 해상에 대기하던 북한 어선이 군의 해안감시레이더에 포착됐지만, 감시요원들은 해당 표적이 기동하지 않고 멈춰있어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추정했다. 또 삼척항에 접안하는 동안에도 해안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 1초 동안 2회 포착됐고, 해양수산청과 해경의 CC(폐쇄회로)TV에 잡혔지만 남측 선박으로 오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2015년 북한군 하급병사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을 시도할 때 비무장지대(DMZ)에서 날이 밝길 기다렸던 '대기 귀순'과 비슷하다.
당시 북한 귀순 병사는 북측 철책을 통과한 후 우리 군 GP(비무장지대 소초) 인근 언덕까지 접근해 날이 밝을 때까지 대기했다가 귀순했다. 앞서 2012년에는 강원도 고성에서 북한군 중급병사가 불과 3시간여 만에 북측과 남측 철책을 넘어 GOP 소초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힌 '노크 귀순' 사례와도 비교된다. 당시 군의 GOP 경계시스템에 대한 허점을 드러나면서 관련 지휘 책임자에 대한 대대적인 징계와 함께 경계시스템에 대한 보강이 이뤄졌다. 노크 귀순 때는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군은 이번 북한 어선의 삼척항 정박과 관련해 군의 경계태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허술한 경계태세를 지적하는 군 안팎의 목소리가 커지자 경계작전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경계 작전 실태를 꼼꼼하게 되짚어보고 이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인원이 있다면 엄중하게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군 관계자는 "군·경·국정원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사와 군 자체 조사를 통해 일부 과오와 (대응태세) 미비점이 발견됐다"면서 "지휘책임 소재를 파악해 시시비비를 가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