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중심은 북미 대화"…스스로 조연 택한 文대통령
한미 정상, DMZ 함께 방문했지만 북미 정상 먼저 만나자유의 집과 군사정전위원회 사이에서 文대통령 대기자유의 집, 북미 양자회담만…文 별도 대기실서 기다려文-김정은, 짙은 아쉬움 속 포옹…金, 손 흔들며 돌아가"트럼프 대통령 대담한 제안 따라 역사적 만남 이뤄져"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역사적인 남북미 3자 회동이 이뤄진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의 주인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라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하노이 회담 불발 이후 비핵화 대화 교착 상태가 4개월여 길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북미 간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열린 기자회견 발언을 통해 "오늘 중심은 북미 간의 대화"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님과 김정은 위원장과의 상봉 그리고 대화, 그것이 앞으로 계속된 북미 대화로 이어져 나가는 과정으로서 큰 의미가 있다고"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북미 간의 대화에 집중하도록 하고, 남북 간의 대화는 다음에 다시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 체제보장의 첫 관문으로 지난해까지 남북미 종전선언을 추진해 온 문 대통령에게 이번 3자 정상 간 극적 만남은 남다른 의미를 가졌을 법하다. 그럼에도 주연 대신 조연을 택한 것은 북미 정상간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한미 정상은 오후 2시43분께 비무장지대(DMZ) 내 '오울렛 초소(OP)'에 도착해 한미 군 관계자들로부터 초소 현황에 대해 보고를 받고 방문 소감을 나눴다. 이후 캠프 보니파스의 부대 식당을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여기서 트럼프 대통령은 "4분 뒤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판문점으로 이동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3시46분 판문점 JSA 군사정전위원회 회의실(T2)과 군정위 소회의실(T3) 건물 사이 군사분계선 앞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만나는 동안 보이지 않았다. 북미 정상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 지역으로 걸어 내려왔고 아주 짧은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도중 북미 정상은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신체 접촉을 하며 친근한 모습도 연출했다. 이후 자유의 집을 향해 걸어간 양 정상의 시야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푸른 넥타이를 맨 문 대통령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오후 3시51분 자유의 집과 군사정전위원회 건물 사이에서 두 정상을 기다리고 있던 문 대통령을 북미 정상이 만나면서 3자 회동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사상 최초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보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성큼 다가가 먼저 악수를 청했다. 김 위원장도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남북 정상의 만남은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 이후 9개월 만이다. 자유의 집 앞에서 이뤄진 3자 정상 간 짧은 대화 속에서 남북 정상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얼굴에는 다소 긴장되거나 흥분된 표정도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문 대통령은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적극적으로 호응하기도 했다.
이후 군사분계선 남측 지역에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한동안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포옹을 나누며 아쉬움을 달랬다. 오후 4시53분 김 위원장은 손을 흔들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 지역으로 돌아갔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자유의 집으로 들어와 짧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인 만남이 이뤄졌다"며 "오늘 만남을 통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 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양측에서 실무협상 대표를 선정해 빠른 시일 내에 실무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앞으로 좋은 결과가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고 기대했다. 북미 정상은 이번 만남을 통해 2~3주 내에 팀을 구성해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공식화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