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부담" "독·러와 협력"…기업인들, 부품·소재 국산화 해법 건의
30대그룹 총수들, 靑 간담회서 日 규제 관련 발언"위험 큰 투자 위해 금융 규제 획기적으로 풀어야""긴 호흡으로 정부 지원과 기업 노력이 병행해야""원천기술 확보 위해 전략 산업 M&A 검토해야""신규 화학물질 생산하는데 화평법·화관법 큰 부담"참석자들 "단기적으론 차분하게 외교적 해법 찾아야"文 "국내 기업간 협력 확대해달라…정부도 최대한 뒷받침"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한국 경제의 문제점 중 하나가 자본이 늙어간다는 것이다. 돈이 너무 안정적인 분야에만 몰리고 부품·소재 등 위험이 큰 분야로는 가지 않는다. 금융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어달라" "장비쪽보다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이 낮다. 전자 분야는 우리가 최고급품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 들어가는 소재·부품도 상당히 높은 수준을 가져갈 수 밖에 없다. 소재·부품은 긴 호흡을 갖고 정부 지원과 기업의 노력이 함께 있어야 한다"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30대 기업 총수들의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특히 참석자들은 이번 사태로 주요 산업의 대외 의존도를 낮출 필요성이 커졌다는데 공감하면서 정부의 지원과 제도 개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 참석자는 "단기간 내 국내 부품·소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전략부품 산업의 인수합병(M&A)이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기업인은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특히 화학 분야에 있어서는 강점이 있는 러시아, 독일과의 협력 확대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기업인들은 부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부품 국산화에 대한 정부 의지에 대해 공감의 뜻을 나타냄과 동시에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의 정부 지원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자'며 정부와 기업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단기·중장기적 대처를 해 나가자는데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소재 산업의 첨단화를 위해서는 현행 환경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신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데 있어 화평법(화학물질의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과 화관법(화학물질관리법)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참석자들은 국내 생산시설 확충과 기술 개발 등에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부품·소재 국산화는 중장기적인 시야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단기적으로 국산화율을 끌어올리기 힘든 만큼 차분히 외교적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는 점에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인들은 부품·소재 국산화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도 내놨다. 한 참석자는 "대략 10년 정도 시행착오 끝에 주요 소재 분야에 있어서 양산 체제 갖추는 성과가 있었다"며 "기술 개발 노력을 하면 상당한 성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원천기술에 강점이 있는 나라들과 중장기적 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서 주로 기업인들의 의견을 경청하는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회의는 오전 10시30분부터 12시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발언에 나서면서 12시30분에야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의 발언을 듣고 마무리발언을 통해 "최대한 정부가 뒷받침할테니 대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주요 기업 간 공동기술 개발, 대·중소기업간 부품기술 국산화 협력 확대 등을 통해 한국 경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국내 30대 기업 총수·전문경영인과 경제 4단체장이 참석했다. 5대 그룹 중에서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이 참석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으로 불참했다. 삼성에서는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이 롯데에서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이 대리 참석했다. 이 밖에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병원 농협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박정원 두산 회장, 구자열 LS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 장형진 영풍 회장, 김홍국 하림 회장,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 이원태 금호아시아나 부회장, 백복인 KT&G 사장, 안병덕 코오롱 부회장, 이우현 OCI 부회장, 김범수 카카오 의장, 정몽규 HDC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등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참석 기업 대다수가 일본과 거래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발언자의 실명과 구체적인 발언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최근 6개월여 동안 부품·소재·장비 분야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해 왔으며, 조만간 각 부처에서 추진 중인 대책을 묶어 종합적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