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선두주자 베트남에 가다…2045년 선진국 도약 '자신만만'
7000여개 한국기업들 진출연 7% 넘는 성장률 기록공산당 정부의 친기업 정책 드라이브
베트남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대상 1위국이자,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 대상국이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양국 간 수교가 맺어진 1992년을 전후로 시작됐다. 1992년부터 2018년 12월 기준 약 7000개에 달하는 한국 기업들이 제조, 유통, 서비스, 부동산개발,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삼성전자, LG를 필두도 한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의 경제지표를 바꿔놓을 만큼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법인 4곳의 지난해 총매출이 약 660억달러(약 77조5000만원)이다. 지난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이 2800억달러임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비중은 GDP의 27.6%에 달한다. 과거에는 쌀이 베트남의 수출품목 1위였으나 현재는 휴대전화·전자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베트남의 첫 인상은 ‘넘치는 활력’이다. 도로를 메운 오토바이 인파의 대부분은 젊은층이었다. 이는 공식 인구 9636만명(세계 14위, 비공식적으로 1억명 넘는 것으로 추정), 평균 연령 31세, 1975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다수인 건강한 ‘피라미드 인구구조’와도 연관이 커 보였다.
이런 활력은 베트남의 경제성장과도 연관된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드물게 20년간 매년 5%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나라다. 최근 5년 동안은 성장률이 6%를 넘었고 작년에는 7.0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의 2배에 가까운 수치다. 1986년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채택한 이후 베트남 정부는 대외개방을 추진, 외자유치를 통한 경제성장 정책을 펼쳐왔다. 이에 따라 외국계 기업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세제혜택을 부과해 왔다. 베트남은 매년 GDP의 12~18% 규모의 신규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우옌 떤 중(재임기간 2006년 6월~2016년 4월) 전 베트남 총리의 고강도 경제 드라이브를 이어받은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외자 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을 지속 추진 중이다. 특히 푹 총리는 온건 개혁파로 분류돼 향후 베트남 당국의 기업친화적인 정책들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푹 총리는 2045년까지 베트남을 선진국 반열에 올리겠다는 '2045 비전'을 제시한 상태다. 이 계획에는 2030년까지 1인당 국내총생산(GDP) 1만8000달러 달성·GDP에서 공업과 서비스의 비중 90% 도달 등 목표를 실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45년에는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베트남의 일당독재 사회주의 체제는 사회 전반에 만연된 부패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그러나 역으로 이는 외국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투자여건으로 작용한다. 안정적인 대외투자 환경 유지는 공산당 정권에게도 매우 중요한 목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체제가 흔들리지 않아 정책 기조가 바뀔 위험이 크지 않고 이는 정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20% 수준의 인건비, 각종 세제 혜택, 중국보다 우호적인 투자환경 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비교적 개방된 베트남의 언론 환경도 장점으로 꼽힌다. 인터넷 통제 시스템인 ‘만리방화벽’을 통해 여론을 엄격히 통제하는 중국과 달리 베트남에서는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체재를 비판하는 내용만 아니라면 네티즌은 인터넷상에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밝힐 수 있다.
이밖에 베트남 내부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변화들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권력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주도로 부정부패 척결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베트남 기업들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 및 확대 움직임이다. 베트남 1위 정보통신(ICT) 전문기업인 FPT그룹은 과거 일본 시장에 주력했지만, 현재는 한국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FPT 그룹은 소프트웨어, 텔레콤 등 8개의 자회사와 임직원 3만4000명을 거느리고 세계 21개국에서 ICT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근로자들의 의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일례로 베트남의 음력설 연휴 기간이 다른 연휴 기간보다 상대적으로 길고 약 한 달 임금에 해당하는 설 상여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근로자들은 설 이후 직장으로 복귀하지 않은 현상이 존재한다. 과거 이런 직장 이탈율은 매우 높았는데 현재 이는 많이 개선됐다. 또한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면 베트남은 앞으로 3년간 국내총생산(GDP)의 2%에 달하는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단시일내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 안정적인 성장을 할수 있는, 저력을 가진 국가임은 분명하다. <문예성 기자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