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모델솔루션 우병일 대표 "구글·테슬라 시제품, 이곳서 탄생…유니콘 키울 것"
지난 9일 서울 금천구 벚꽃로에 자리잡은 모델솔루션을 방문, 우병일(56) 대표를 만났다. 우 대표는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8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에 공채 입사해 R&D센터, 구주본부 운영팀장, 마케팅팀장, 상품기획팀장, 캐나다법인장, G.OE부문장 전무, 중국지역본부장 등을 거친 전문가다. 그는 지난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모델솔루션을 인수한 후 이곳으로 자리를 옮겨 모델솔루션을 한국타이어의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해 뛰고 있다. 모델솔루션은 정밀가공, 초단납기금형 등을 통해 전자제품과 의료기기 등 최첨단 기술력이 접목되는 신제품의 시제품을 제작하는 회사다. 1993년 서비스를 시작해 애플, 아마존, 삼성, 구글, 테슬라, 애보트, 노바티스 등 5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미래 신성장동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5월 영국의 전자부품 기업 레어드와 글로벌 사모펀드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로부터 지분 75%를 인수, 1대 주주가 됐다. 우 대표는 "왜 타이어회사가 프로토타입 회사를 인수했느냐"는 질문에 "타이어 산업은 견고하지만 확장 가능성이 낮고, 기존에 한국타이어가 가진 점유율 등을 생각할 때 다시 여기서 점프를 하려면 굉장히 큰 도약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테크놀로지 하드웨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을 찾고 있었고, 그렇게 찾은 회사가 모델솔루션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그룹 전체 매출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90%에 달할 만큼 타이어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지난 5월 그룹명에서 '타이어'를 떼고, 테크놀로지 기반 혁신을 선언했다.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온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혁신 기업들의 시제품을 만드는 '모델솔루션' 인수를 결정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해 보인다.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설계하고, 시제품을 만든 후 양산이 시작되는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2~3년 후 미래에 내놓을 제품을 선행적으로 개발해 시제품으로 만듭니다. 미래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그룹의 입장에서도 시제품을 만들다보면 자연스럽게 혁신 시장의 접점에 서게 되고 시장을 보는 눈이 생깁니다. 물론 시제품을 만드는 회사인만큼 가장 중요한 핵심 역량은 '보안'입니다. 각 회사의 디자이너들이 와서 함께 일을 하죠. 삼성같은 경우는 사업장이 별도로 떨어져 있습니다. 애플, 구글 등도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고 있습니다. 회의실 하나 들어갈 때도 보안절차를 밟아야 하죠. 보안이 굉장히 중요해서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모델솔루션의 고객사 중 3분의 2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기업들이다. 특히 미국 선밸트에 위치한 기업들이 모델솔루션을 주로찾는다. 1분1초가 중요한 최첨단 제품의 시제품을 시차가 크고, 먼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 만드는 이유가 문득 궁금했다. "오히려 경쟁력이 됩니다. 미국에 있는 업체에 맡길 경우 낮시간 밖에 일할 수 없지만 저희 회사에 맡기면 24시간을 활용할 수 있어 시간이 단축됩니다. 미국에서 근무시간 중 주문을 하고 퇴근하면 한국은 오전이니까 그때부터 다시 일을 시작하죠. 시제품을 보내는 것도 DHL로 하루면 됩니다. 미국 산호세에 법인이 있어서 하루만에 견적을 낼 수 있고, 한국에서 시제품을 보내면 산호세 법인 직원이 발주처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하죠."
"납기가 빠른 것이 저희의 장점입니다. 유럽 등 업체들은 빠르다고 해도 4주 가량 걸리는 작업을 저희는 1주 이내에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들과 상의하며 설계변경을 하면서도 원하는 제품을 빠른 시일 안에 고품질로 공급할 수 있죠. 저희 회사처럼 정밀가공과 금형, 사출, 목업(실물모형) 제작까지 가능한 규모 있는 회사가 많지 않습니다. 일본, 미국, 유럽 등지에 몇몇 회사가 있지만 일본업체들은 내수 위주로 사업을 하고, 미국은 품질·가격·납기 등을 봤을 때 경쟁력이 없죠. 이탈리아와 독일 등에 좋은 브랜드들이 많은데 역시 자체 물량을 주로 소화합니다. 글로벌 경쟁자는 주로 대만과 일부 미국, 중국업체 정도입니다." 모델솔루션은 차세대 타이어 개발 작업을 함께 하며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와도 시너지를 내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오는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 전시할 예정인 '트랜스포밍 타이어'의 시제품이 모델솔루션에서 만들어졌다. 우 대표는 향후 유럽과 일본시장을 공략하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561억원이던 매출을 올해 610억원으로 높이고, 단기간 내에 1000억원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기획설계, 시험, 양산을 모두 직접 합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의 경우 아이디어는 좋아도 설계, 디자인 등 역량이 떨어질 수 있죠.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설계·디자인을 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양산도 지원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을 함께 하고 투자까지 하는 모델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런 사업을 하는 업체들이 꽤 있는데 대부분 아이디어 하나로 다른 업체들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고 실제로 설비와 기술력을 가진 회사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경우 스케치와 아이디어 정도만 가지고 와도 디자인을 만들어 구동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파트너십 관계를 갖고, 상황에 따라서는 투자, 인수합병(M&A)에도 나설 수 있습니다." 우 대표는 해외 판로 넓히기에도 열심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을 축으로 하는 '삼각밸트'를 만들 예정입니다. 중국 업체들이 저임금으로 인해 가격경쟁력이 있었는데, 최근 미중무역전쟁으로 인해 관세 등 리스크 요인이 커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빠져나와 가격이 저렴한 필리핀, 말레이시아, 대만 등으로 갑니다. 단가 문제가 있으니 중국을 빠져나와 한국을 찾는 기업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원하는 경우가 있죠. 한국의 '장인정신'이 인정받고 있고, 세계 유수 기업에서 한국인 디자이너들이 인정받으며 활약하고 있기도 합니다. 올해 매출목표는 610억원인데 지금으로봐서는 이보다 더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단기목표는 1000억원으로 잡았습니다. 핵심 역량을 갖춘 회사인만큼 꾸준히 잘 키워 모델솔루션을 유니콘기업(자산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으로 만드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