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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다움 강요하는 사회적 억압에 맞서다 '탈코르셋 선언'

등록 2019-07-28 06:02:00   최종수정 2019-08-05 09: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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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 = "여성들의 민낯과 짧은 머리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불편함의 감각'을 선사합니다. 왜냐하면 짧은 머리를 하고 바지를 입은 여성들은 기존의 여성성 수행 방식에 대한 반란자들이자 이 억압적 사태에 '동참하지 않음'을 선언하고 그것을 자신의 몸으로 보여줌으로써 여전히 꾸밈노동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윤리적 불편함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탈코르셋이란 말 그대로 여성의 외모에 대한 '코르셋'에서 탈피하겠다는 운동이다. 그동안 사회에서 '여성스럽다'고 정의한 외형과 모습에서 벗어나자는 뜻이다. 예컨대 짙은 화장이나 긴 생머리, 치마나 하이힐, 과도한 다이어트 등을 거부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탈코르셋을 외치는 여성들은 '민낯에 삭발하고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호전적으로 걷는 사람은 과연 여성이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무수한 오해와 달리, 탈코르셋의 궁극적 지향은 "여성의 외모가 어떠어떠해야 하는가"를 정의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여성다움'을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사회적 억압에 맞서는 행위다. 나아가 획일적인 여성다움에 갇히지 않을 때 과연 '개개의 여성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행위다.

이 책은 새로운 페미니즘 물결을 대표하는 운동으로 자리매김한 탈코르셋 운동을 페미니즘 철학의 시각으로 깊이 들여다본다. 탈코르셋에 관한 여러 이슈와 논란이 많았지만, 정작 우리는 탈코르셋이 어떤 맥락에서 비롯되었는지, 그 의의는 무엇인지 따져보지 않았다. 탈코르셋을 체계적으로 다루는 인문서로서, 한국 여성들의 탈코르셋 운동을 이론적 지평에서도 유의미한 실천으로 기록하고 기억하려는 시도다.

탈코르셋 운동이 등장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고 그 함의와 의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층 더 구체적으로 탈코르셋 운동이 펼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의 면면을 살펴본다. 특히 탈코르셋 운동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꾸밈노동'이라는 용어가 갖는 의미를 짚어보고, 외모 꾸미기가 왜 여성의 개인적 '취향'으로 오인되는지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해부한다. 탈코르셋에 대한 오해와 의문점이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설명된다.

저자 윤김지영(40)은 '페미니즘 철학 세미나'의 공동 진행자다. 페미니스트 철학자이자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다.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철학 학사와 석사, 파리1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페미니스트 철학자로서 프랑스 현대철학 사상과 신물질주의, 인류세 담론 등을 넘나들며 여성 철학의 계보학을 열어가고자 한다. '가장 첨예한 철학으로서의 페미니즘', '현실의 운용 원리로서의 여성 혐오' 등 35편의 논문을 썼다. '남근이성중심주의의 해체'와 '지워지지 않는 페미니즘' 등도 펴냈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다. 1장(탈코르셋 운동이란?), 2장(외모 꾸미기는 왜 '꾸밈노동'인가?), 3장(여성의 몸, 대상이 아닌 역량), 4장(외모 꾸미기는 왜 개인적 '취향'으로 오인되는가?), 5장(오해, 질문, 응답) 1만4000원, 136쪽, 사월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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