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80% 日수출규제 '부정적'..."소재 3~4년내 국산화 가능"
벤처기업협회 日수출규제 관련 335개사 대상 설문조사"판로 확보 없다면 또 다시 위기"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일본의 수출 규제에 국내 벤처기업 80% 이상이 '부정적 영향'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일본이 제재를 건 소재분야에서 3~4년 내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면서도 이를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수요처가 필요하다고 공감했다. 벤처기업협회는 지난달 17~25일 국내 벤처기업 335개사를 대상으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현장 체감도를 조사하고 이 같은 결과를 5일 발표했다. 응답기업은 ▲일본 수출규제 3개 품목 관련 기업(14개사) ▲화이트리스트 제외 관련 기업(48개사) ▲향후 무역규제 직·간접 기업(243개사) 등이다. 조사 결과 3개 영역 기업의 80~90% 이상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영향이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특히 일본 수출규제 3개 품목에 해당하는 기업의 85.7%가 이번 규제로 인한 영향을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이는 '다소 부정적'(57.1%) '매우 부정적'(28.6%)을 합한 수치다. '다소 긍정적'이라는 응답은 14.3%에 그쳤다. 해당 기업들은 수출규제가 지속될 경우 이를 견딜 수 있는 기간은 '최대 6개월'(38.5%)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도움이 있어야 가능하다'(71.4%)는 점을 강조했다. '스스로 가능하다'는 응답은 21.4%를, 정부의 도움이 있어도 불가능하다는 응답도 7.1%를 차지했다. 대응책으로는 '수입선 다변화'(32~38%)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제품 개발(24~25%) ▲연구개발 및 설비투자 확대(21~24%) ▲긴축 재정(4.2~4.8%) 등 순이다. 대응책이 없다는 응답도 8.5~9.5% 가량을 차지했다. 기업들은 정부 차원의 대응책으로 '제조 및 기술벤처 육성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소재·부품의 국산화는 가능하다고 봤지만, '판로'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했다. 먼저 대응책으로 '제조 및 기술벤처 육성을 위한 투자·자금지원 및 R&D지원'(70~75%)이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경영안정자금 및 세제징수 유예 등 지원'(16%)과 '수출입 제품 및 기술 인증 관련 규제 개선'(4~13%)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수출 규제 3개 품목을 비롯해 추가 규제가 예상되는 소재의 국산화에 대해서는 다수 기업이 기술 우수성 및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3~4년 내 국산화 가능(42.9%) ▲1~2년내 국산화 가능(35.7%) ▲5~10년내 국산화 가능(14.3%) 순으로 답했다. 다만 기업들은 '판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층 인터뷰에 임한 수출규제 관련 기업들은 "현재 대기업이 일본부품을 쓰도록 지정하고 있어 납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부품을 수입하고 있다"며 "국내 소재업체의 물량을 국내 기업이 구매해 준다면 위기를 모면할 직접적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들은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은 크지만, 실패할 경우 중소기업은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대기업과 국산화 기업을 컨소시엄 형태로 묶어 일정 부분 사용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벤처업계는 대기업과 동등히 협력해 벤처기업이 개발한 제품으로 대기업 기술을 높이는 '팀코리아'(Team Korea) 전략을 지속적으로 호소해 왔다"며 "이번 수출규제가 단기적으로는 위기지만, 전략적 접근을 통해 기술력 및 혁신역량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육성해 소재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민간 중심 벤처정책자문단 '빌스클럽'도 참여해 수출 규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벤처기업협회 빌스클럽은 지난해 2월 출범한 학계·업계·정계의 주요인사 29명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이다. 이들은 설문 조사에서 일본 수출규제의 장기화(1년 이상)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낮다'(47.1%)고 답했다. '높다'는 응답은 35.3%를 차지했다. 해결방안으로는 ▲정부의 외교적 해결을 위한 다양한 옵션 실행과 시장 안정화 방안 발표 ▲장기적·체계적인 국산화 전략과 글로벌 협력 전략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로는 ▲우수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정책 마련 ▲대·중소기업 간 개방형 혁신(오픈이노베이션)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email protected] |